이름만 남은 폐쇄된 공항로의 한 편에
장승처럼 한 세월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스무 평 남짓 ‘이 박사 오리고기’ 집이 있다
유명인의 사진과 사인이 훈장처럼 빛나고
주인 내외와 주방 이모들이 오붓하게 일하던 곳
끓이고 익히면 괜찮아요 부지런한 설명에도
수많은 브라운관과 활자들이 연일 쏟아내는
태풍처럼 휩쓸고 간 조류독감의 공포 끝에
주방 이모 김씨 아줌마를 내보내고
단골 신혼부부가 주택대출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단골 청년이 대도시 어느 기업에 이력서를 내고
직장 다니던 단골이 치킨집 사장님이 되는 동안
주방 이모 이씨 아줌마도 가게를 떠났다
손님 한 분이라도 댁까지 안전하게 모십니다
빨간색 커다란 글씨로 안내문을 내어 걸고
텃밭에서 상추 고추를 키우던 주인 내외는
거주지 이전으로 문을 닫습니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담은 폐업인사를
항복 선언의 백기처럼 문에 걸고는
자식들 알까 전전긍긍 헛헛한 마음 달랠 길 없어
한동안 잊고 지낸 친구를 만나러 버스에 올랐다
그렇게 하릴없이 무너져 내린 이곳을
빈 밥그릇만 멍하니 쳐다보는 개 한 마리와
쓰임을 잃은 채소들만 덩그러니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