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훔친 프로메테우스

by 달여울 작가

한 줄기 불빛에만 의지한 고독의 방에서

겹겹이 다져 올린 검은 시간의 벽과 마주할 때

괭이질 한 번에 처자식 생각 또 한 번에 노모 걱정

거칠어진 숨소리 사이로 인고의 시간이 흐른다

새하얀 쌀밥 위로 검은 땀이 흐른다


때로는 신들의 노여움을 피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시간 감옥에 유배되기도 했던

시간을 훔친 프로메테우스들은

묵묵히 암흑의 사막을 건너와서 굽은 등으로

한 가득 싣고 온 시간의 덩어리를

강철 용광로 희망의 제단 아래로 부려놓았다


늙은 부모가 영면하고 아이가 자라는 사이

이역 땅 어디선가 또 다른 프로메테우스들이

새로운 시간들을 훔칠 때

할 일을 잃은 그들은

절벽 위 하얀 고도의 한 평 병상에서

시간의 부스러기들과 외롭게 사투하고 있다


인간을 위해서 시간을 훔친 자의 운명일까

시간부스러기의 날카로운 발톱이 가슴 파고들면

가뭄에 갈라진 논처럼 강마른 폐에서는

밭은기침에 붉은 장미꽃 한 아름 피어난다

그 꽃이 지면 프로메테우스도 잠든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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