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상대성 이론"

<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공감 16 >

by 달여울 작가

내 자신이 다른 주변사람들보다 뒤처져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평범한 대학을 나왔고, 겨우 먹고 살만한 정도의 월급을 받고 있으며,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미래나 노후를 걱정하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의 사람들은 ‘좋은 회사’에서 일하고, '새파아트'에서 살고 있으며, 가끔 '해외 여행'도 하면서 여유로운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퇴근 길에 SNS를 열면 여행 사진, 고급 차와 같은 사진들이 넘쳐난다. 그런 때는 이런 우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도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렇게 초라할까?'


얼마전에 '개근 거지'라는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학교 다닐때만 해도 '개근=성실'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에게는 '개근'은 체험학습이나 해외 여행과 같이 학기 중에 수업을 빼 먹고 놀러갈 경제력이 없는 집의 아이를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어른인 나도 일상에서 스스로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가는데 이렇게 '폭력적인 말'을 듣게 되는 학생들은 과연 어떤 마음이 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지인 중에는 아버지가 대기업 부회장 출신이라 경제적으로 넉넉한 생활을 하는 친구가 있다. 강남에 자기 집이 있고, 아버지로부터 경제적인 지원도 받는다. 그래서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부러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본다.


번은 그 친구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강남에서 좋은 아파트나 팬트하우스에서 살고 수십억원 이상의 재산을 갖고 사는 사람들. 다 행복할 것 같지?"


"경제적으로 풍요로우면 그런거 아니야?"


"집사람이 강남에 정신건강센터에서 일하는데 하루에도 수 십명이 상담을 받으러 온대. 강남에 사는 사람들 안에서도 서로의 재력, 사회적인 지위 그리고 자녀의 학교 등 온갖 것들을 비교하면서 자신이 부족하면 그걸로 엄청나게 스트레스 받아서."


그 친구의 말을 듣고 행복은 상대적이고, 인간의 비교란 끝이 없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사실 그 친구도 행복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새어머니와 재혼을 했으며 이를 인정 못 하는 형은 아버지와 절연을 했다고 한다.

그런 아픈 가정사가 있음에도 평소에 보여주는 씩씩하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면 존경할 만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은 나보다 열 살 이상 연세가 있으신 의사 선생님과 단 둘이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의사라고 하면 누구보다 뛰어난 학벌, 그리고 높은 연봉 등을 상징하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업이다.

그분을 보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의사니까 여유롭게 살아 오셨을 거야'라고 생각을 했었다. 식사 중에 자녀분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중에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직 애들이 어려서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도 여유가 많이 없죠? 나도 이제야 여유가 생겨서 퇴근 이후에는 그간 하지 못 했던 거, 하고 싶은 거 배우러 다니고 있어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그 분의 말에 내심 당황스러웠다. 그분의 말씀을 들어보니 자녀분을 미국에 조기 유학을 보냈고, 비싼 학비 부담으로 경제적으로 크게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정성을 기울이신 덕분에 자녀분은 미국에서 대학도 나오고, 취업도 해서 부모로서 만족해 하시는 듯이 보였다.


'자녀의 성공과 안정적인 삶만큼 부모로서 뿌듯하고 기쁜 일이 더 있을까.'


그런데 한 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렇게 자녀가 해외 유학을 하는 동안 그분은 한국에 계시면서 긴 시간동안 자녀분과 서로 떨어져서 지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족끼리 같이 지내면서 일상에서 소소하게 쌓을 수 있는 행복이라는 것도 분명히 있는데 그런 행복들은?'


물리학에서는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상대성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이 아니라, 관측자의 속도나 위치, 중력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버스 안에서 아래로 던진 공은 버스 안과 밖의 사람에게 각각 다른 속도와 위치로 보여지고, 중력이 큰 블랙홀 근처에서는 시공간이 휘어지고 왜곡되어 시간이 천천히 흘러간다.


'이렇게 물리학에서 절대적일 것 같은 '시공간'도 인식 주체인 관측자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행복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그것을 느끼는 사람마다 상대적인 것이 아닐까'


나는 아이에게 최상의 교육환경이나 성공을 위한 뒷받침을 해 주고 있지 못하는 부모로서의 '아쉬움'과 '미안함'이 있다. 반면에 오늘 저녁에도 아이들과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행복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


이렇게 행복에도 '상대성 이론'이 적용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가족, 일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는 시간들처럼 내가 가진 것들에 고마움을 느끼고 집중하면서 조금 더 행복해 지기로 마음먹었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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