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일에 기계처럼 느껴져."

<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공감 15 >

by 달여울 작가

우리는 분업화, 전문화되어 있는 현대사회에 살고 있다. 오늘도 회사에서 어제와 비슷한 업무를 반복하다보면 어느 순간에 우리는 자연히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거대한 사회시스템의 부속품은 아닌가?"


이런 현대의 특징에 대해서 막스 베버는 '철의 우리(Iron Cage)', 그리고 하이데거는 '게슈탈(Ge-Stell, 닦달하기)'이라고 표현했다. 거대한 사회시스템에서 매일 똑같이 반복적이고, 전문적인 일을 하도록 강요받고 있는 현대인과 사회의 모습에 대한 비판이다.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까지 우리가 직장에서 보내는 하루는 매일 비슷하고 반복적이다. 그래서 시간은 속절없이 계속 흘러가는데 마음은 제자리에 갇혀 있는 기분이 든다.


한 때 내가 자부심을 갖고 흥미를 가졌던 일들은 어느 순간에 ‘살아 있음’을 확인해 주는 직업이 아니라, 기계적인 움직임 이상의 가치를 잃어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퇴근 시간. 회사를 등에 지고 출입문을 나설 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한 때 나도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일하는 걸까?


부처는 인간이 이와같은 고통 속에서 허덕이는 이유를 ‘무명(無明)’, 즉 스스로의 마음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상태로 보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되고, 마음으로 지어진다.
마음이 맑으면 행복이 따르고, 마음이 흐리면 고통이 따른다.” ― 『법구경』


우리가 회사 일에서 겪는 피로는 분명 사회시스템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일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의 문제일 수도 있다. 일의 효율과 성과를 중심으로 생각하다 보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보다 ‘얼마나 빨리 끝내야 하는가’에만 집중하게 된다. 이럴때 우리는 그 일의 ‘주체’가 아니라 ‘부속품’으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


부처님은 이런 마음의 상태를 “마음이 잠든 삶”이라 하면서 거창하지 않은 표현으로 아래와 같이 가르침을 주었다.


“깨어 있음이 곧 삶의 빛이다.”


우리는 종종 인생이나 일의 의미를 ‘큰 사건’에서 찾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무언가 다른 사람들 모두가 인정해 줄 것 같은 커다란 성과를 만들어 내거나, 아니면 중요해 보이는 일에서만 의미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부처님은 아래와 같이 말했다.


“큰 깨달음은, 작은 순간의 깨어 있음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찾는 일의 의미는 일의 바깥에 있지 않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지만 그 행위를 바라보는 의식의 눈이 깨어날 때 그 순간 일은 의미가 되살아나고,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직업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된다.


지인 중에서 평생 공직생활을 하다가 정년퇴직 이후 건물 청소를 시작한 분이 있다. 이분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평생 사무직으로 일하다가 어떻게 몸을 쓰는 일을 하느냐?", "일에 대한 부끄러움은 없나?" 등의 걱정과 우려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분은 "건물 청소를 마치고 깨끗한 상태를 봤을 때의 만족감과 그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기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힘이 나고 즐겁다."라고 말씀하셨다.


이렇게 매일 힘들게 땀 흘려 일해야 하는 "청소" 지만 그 속에서 "청결함"이라는 가치를 발견하고, 청소 뒤의 깨끗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과의 "연결의 순간"까지 생각했기에 그분의 일은 “마음이 만든 의미있는 직업(職業)"이 되고, 부처님이 말씀하신 "의도를 밝히면 행위가 곧 깨달음"이 된다는 것을 실현한 것이다.


우리는 일을 바꾸려 하지만, 사실은 바꿔야 할 것은 일을 하는 순간에 갖는 마음이다. 2013년에 나온 영화 중에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어바웃 타임"이라는 영화가다.


주인공은 매일 반복되는 일속에서 동료들과 함께 하면서 순간순간 과거로 돌아가서 일상속에서 여유, 웃음과 의미를 찾는다. 그리고 매일 들르는 커피숍에서 만나는 직원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등 행동을 변화시킨다.

영화의 마지막에 주인공은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는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마침내 깨닫게 된다.


내가 오늘도 살아내고 싶은 일상은 이 영화 속 주인공이 한 다음의 말과 같다.


“인생은 모두가 함께하는 여행이다. 매일매일 사는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것이다."

― 영화 《About Time》(2013)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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