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SNS는 친구인가?"

<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공감 18 >

by 달여울 작가

"**아! 노래 틀어줘."


장인 어른은 통신사에서 설치해 놓은 음성인식 서비스로 음악을 듣거나 티비를 틀어달라고 하신다.


비슷하게 연세가 있거나 외롭게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해 AI를 통한 안부를 묻는 서비스가 도입되고 있다고 한다. 며칠마다 독거 노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필요한 정보와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해 준다. 또한 AI 전화 목소리는 실제 사람의 목소리와도 비슷해서 어르신들이 정서적인 거부감 없이 AI와 통화하기를 좋아하신다고 한다.



"부부끼리 핸드폰의 비밀번호는 서로 알려줘도 ChatGPT 비밀번호는 공유하지 않는 게 대세예요."


최근에 어떤 분에게 들은 얘기이다. ChatGPT를 배우자에 공유하지 않는 이유로는 고민을 상담하면 ChatGPT가 상담자의 고민을 잘 살피고 호응하면서 대답해 주고, 고민 내용 중에는 배우자와 관련한 내용이 있거나 배우자와도 공유하기 싫은 정말 개인적인 내용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우리는 SNS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본인의 일상을 하루에도 수 차례 공유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주말에 카페에 가면 가족간에 서로 말없이 SNS에 올라오는 짧은 게시물들을 보면서 시간을 때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어떤 정보를 얻고 싶을 때 ChatGPT 검색을 활용하거나, SNS에 공유하고 싶은 글이나 멋진 풍경을 올리기도 한다. 그래서 AI와 SNS를 사용하는 시간이 어느 때보다 늘어나고 있다.



"AI와 SNS는 인간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AI와 SNS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문득 드는 생각이다. 그 둘을 친구처럼 옆에 두고 겪어본 나의 경험은 이렇다.


먼저 AI(나는 주로 ChatGPT를 쓴다)를 통해서 정보 검색을 할 때 질문을 상세하게 할수록 내게 필요한 정보들을 잘 정리된 상태로 제공받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AI는 효율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도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요즘 세대들이 영상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학습함으로써 문해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것처럼 내가 ChatGPT를 통해서 얻은 지식은 책에서 얻은 것만큼 내 것이 되지는 않았다.


ChatGPT에 대해서 내가 더 우려하고 심각하게 생각하는 건 기존에 내가 한 질문들의 맥락과 패턴대로 다른 질문에도 적용해서 대답해 준다는 것이다. 유료 사용자에는 과거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기억해서 반응한다. 이런 경우 ChatGPT는 폭넓은 사고 또는 다양한 관점이 아닌 내가 듣고 싶은 방향으로만 답변을 하게 된다.


한편 유튜브와 SNS의 사용시간이 길어지고 중독되는 문제점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특정분야에 대해 내용을 확인하면 '알고리즘'에 의해서 비슷한 컨텐츠를 계속 보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얼마전 나는 일본 여행을 가면서 지진에 대한 걱정으로 검색을 했는데 이후 알고리즘에 의해서 '백두산 폭발' 영상도 뜨면서 자연재해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이처럼 만약 정치적인 컨텐츠를 본다면 알고리즘에 의해 한 쪽으로 편향된 내용을 계속 보여줄 우려가 있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의 생각과 판단이 무조건 맞고 반대의견에 대해서는 무조건 불신하는 '확증 편향'에 빠지기 싶고,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판단을 내리기 쉬워진다.


앞에서 살핀 ChatGPT의 답변도 이런 '확증 편향'을 강화하는 답변을 줄 수 있고, 특히나 개인의 우울한 심리상태를 강화하는 쪽으로 AI가 답변을 주고 작동한다면 개인에게 심각한 영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AI와 SNS는 정보를 쉽고 얻고, 수시로 소통할 수 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친구로 삼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만약 친구가 옆에서 숙제를 다 도와주고, 자기 자랑을 잔뜩 늘어놓으면서, 한편으로 내 우울한 감정을 들어주지만 그런 감정이 계속되도록 유도하는 대답을 계속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런 친구와 오랜 시간동안 함께 한다면 나의 학습능력과 자존감 등은 어떻게 될까?


나에게 정서적 도움을 주기보다 괴로움을 '상기'시켜 주고, '강화'시키는 친구에 의존하기보다는 가까이에서 따뜻한 온도의 말과 표정으로 진심어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좀 더 집중해 보면 어떨까 싶다.


나는 오늘부터 SNS, ChatGPT와 함께하는 시간을 조금씩 줄여나가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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