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nstmuseum Luzern

미술관 보물찾기

by 잠룽리 SammlungLee

한국인에게 관광지로 유명한 스위스 루체른에도 미술관이 있습니다. 루체른 중앙역으로 나오면 바로 앞에 보이는 미술관이에요.


20260307_174548.jpg <KKL Kunstmuseum Luzern>

굉장히 현대적인 건물이죠. 순수 미술 좋아하는 제가 입구에서 눈치를 차렸어야 했는데요.


일단 들어가 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에는 폴란드 작가 마리아 피닝스카-베레시(Maria Pinińska-Bereś)의 'Under the Pink Flag' 특별전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이 작가는 여성성과 기존 관습에 대한 도전이라는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현대 미술가라고 하네요. 현대미술은 잘 모르는 저이기에 기분이 싸했지만, 입장료 3만 원을 떠올리며 열심히 현대미술을 공부해 보자 다짐하고 관람을 시작합니다.


핑크색이 주를 이루는 이 작가의 작품들은 매우 부드러워 보여요. 하지만 작품 설명을 보면 메시지는 굉장히 강렬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을 좀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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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제목은 <창문II-분홍의 사라짐>이에요. 창틀에서 분홍색의 무언가가 바닥으로 흘러내려 한 방울의 물방울을 만들었네요. 오늘날 여성을 상징하는 색인 분홍색이 갇힌 이미지인 창문 안에 있지 않고 밖으로 흘러내려 실재하는 공간에 한 방울의 형상을 만들어냈습니다. 가만있지 않겠다는 힘겨운 의지가 보이는 것만 같아요. 달리 보자면 저리도 느리게 흘러내려야만 작은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어 보여 힘겨워 보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작품 하나 더 볼까요. 우리에게 <알프스 산맥을 넘는 나폴레옹> 작품으로 유명한 자크 루이 다비드(Jacques-Louis David)의 <레카미에 부인의 초상(Portrait of Madame Récamier, 1800)>을 재현해 낸 작품이 있네요.

Madame_Récamier_painted_by_Jacques-Louis_David_in_1800.jpg <출처 : 위키백과, 자크 루이 다비드의 '레카미에 부인의 초상'>
20260307_171811.jpg <마리아 피닝스카-베레시의 '미술사 재해석(Mme Recamier)'>


바로 이 작품입니다.


스펀지와 분홍 천으로 레카미에 부인을 표현했어요. 딱딱한 평면의 작품을 말랑한 천으로 표현하면서 권위와 고정관념이라는 딱딱한 주제를 뚫고 나가면서, 남성 시선의 박제된 여성미를 푹신한 질감으로 치환했어요. 소파의 모습을 볼까요. 자크 루이 다비드의 작품에는 '클리네(cline)'라고 불리는 소파 위에 비스듬히 누워 있어 부인의 모습만큼이나 소파의 모양도 두드러지게 드러나죠. 피닝스카-베레시 작품에서는 어디까지가 소파이고 어디서부터가 사람의 신체인지 구분이 모호해요. 소파인지 박스 위인지 모를 정도로 볼품이 없는 것 같아요. 이렇게 함으로써 역사적으로 여성은 집안을 장식하는 아름다운 가구나 오브제처럼 취급받았던 현실을 드러내는 의미를 담았다고 하네요.


자크 루이 다비드의 레미카 부인에게 말을 걸어 볼까요. "뭐!"라고 답할 것만 같은 차가운 모습에 쉽게 말 걸기 힘드네요. 피닝스카-베레시의 레미카 부인은 어떠세요. "저기요, 여기서 이렇게 불편하게 누워계시면 담 걸리세요."하고 일으켜 세우고 싶네요. 물론 "Please do not touch"라고 쓰여있어 미술관 직원이 달려올 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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