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야구가 들어온 것은 1905년 미국인 선교사 필립 질레트가 ‘황성 YMCA 야구단’을 만들기부터이다. YMCA 야구단의 원초적 야구는 동경 유학생들과의 교류전을 통해 세련된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35년이 앞선 1870년에 야구를 시작했으니, 일본과의 승부욕이 한국 야구 발전에 숨은 디딤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스타플레이어도 나타난다. 기록을 보면 우리나라 최초의 홈런 타자는 경북 칠곡 출신의 이영민이다. 그는 1928년 연희전문학교 시절 경성운동장에서 열린 경성의전과의 정기전에서 우리나라 첫 홈런을 때린다. 그 뒤, 한국 야구는 황금사자기, 봉황기, 청룡기, 대통령 배등 고교야구대회를 중심으로 발전하지만, 국제무대에서의 대접은 2류였다.
1905년 미국인 선교사 필립 질레트가 만든 ‘황성 YMCA 야구단’
한국 최초의 프로야구 선수는 일본에서 활동한 백인천이다. 당시 백인천의 일본행은 한-일간의 국제 문제가 될 정도로 큰 이슈였다. 1982년 프로야구가 창설되며 백인천과 박철순 등 해외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이 귀국하며 풍성한 개인 기록을 작성한다. 불사조 투수 박철순(OB 베어스)은 단일 시즌(1982년) 22연승, 감독 겸 타자 백인천(MBC 청룡)은 4할 타율로, 프로야구의 인기와 흥행을 일으킨다.
1993년, 깜짝 놀랄 뉴스가 전해진다. 무명에 가깝던 한양대 박찬호가 LA 다저스와 계약한 것이다. 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자 한국 야구 전체가 들썩인다. 1996년 선동렬에 이어, 이종범도 일본 무대에 섰다. 이후 많은 스타플레이어가 일본으로 간다. 슈퍼스타들이 일본으로 떠나는 동안 아마추어 유망주들은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김병현, 최희섭, 서재응, 추신수들인데, 이들은 후일 한국야구가 세계 정상을 차지하는 ‘씨앗’이 된다. 그 뒤 류현진, 강정호, 오승환, 박병호, 최지만, 김현수, 이대호, 김광현 등이 메이저 리거에 진출한다.
그때 가장 어린 나이로 메이저 리거의 꿈을 그린 선수가 추신수다. 추신수는 이곳 캐나다와도 인연이 깊다. 부산고등학교 재학 당시 투수로 활약하였던 그는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에서 MVP와 최우수 투수상을 수상하면서 언론의 조명을 받는다. 이때 시애틀 매리너스 카운터의 제의를 받고 시애틀에 입단한다. 미국에 건너온 추신수는 4년간 시애틀의 마이너리그 팀인 타코마 레이니어팀을 거치면서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다. 2006년, 6년간의 마이너리그의 설움을 딛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팀에 둥지를 틀며 빅리그 진입의 기회를 잡게 된다. 그는 미국에서 열렸던 제2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한국이 준우승을 차지하는데 큰 공을 세우며 야구에 관심이 없는 한국인에게도 알려진다.
추신수는 2009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4번 타자가 됐다. 3할 4리의 타율에 홈런 13개, 54타점, 그리고 출루율은 4할 9리이다. 또한 아메리칸리그 출루율 2위이다. 출루를 자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소속팀에 기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이저리그에서의 기록에 비해 그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이나 평가는 조용한 편이다. 한국의 첫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자신의 실력도 뛰어났지만, 한국 팬들의 놀라운 관심으로 빅스타가 될 수 있었다. 박찬호와 추신수의 차이는 바로 한국 팬들의 ‘응원’이다.
추신수가 2009년 7월 22일(수요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토론토에 왔었다. 특히 23일(목요일)은 '한인의 밤(Korean Heritage Night)'로블루제이스 구단이 선정해 뜻깊은 행사를 가졌다. 토론토 한인 어린이 합창단(지휘 고선주)이 경기 시작 전 국가를 불러 구장을 찾은 한인 팬들에게는 뜻깊은 하루였다.
나는 블루제이스 구단으로부터 한인 가수 섭외를 부탁받고, '한인의 밤'이니 만큼 30여 명의 한인 어린이 합창단이 한복을 입고 노래를 부르면 어떻겠냐고 역 제안을 했다. 당일, 그라운드에 오르는 어린이 합창단을 관중들은 환호했고 주요 언론들은 한복 입은 어린이들을 찍어 방송과 신문에 올렸다. 이국땅에서 느꼈던 블루제이스 구장에서의 흥분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추신수는 2014년 텍사스 레인 자스와 7년 1억 3천만 달러에 장기계약을 했고 올해가 마지막 해다. 그는 텍사스에서 6 시즌을 뛰면서 출루율 0.365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개인 한 시즌 최다인 24 홈런을 포함해 연속 20 홈런 이상을 쳐냈다. 추신수는 "나는 여전히 야구를 사랑하고,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뛸 수 있어서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언론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밝힌다.
추신수는 한국인 메이저리그 최초로 MVP 후보에 오른 선수이자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선정된 선수이다. 야구는 매일 경기를 치르는 종목이기에 가장 가치를 두는 것은 시즌 전체의 성적이라 할 수 있다. 그가 가지고 있는 각종 지표들을 살펴보면 그 진가가 더 깊음을 알 수 있다. 며칠 전에 있었던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시범 경기에서는 1번 타자로 나와 존재감을 나타낸 대단한 선수이다. 올해도 더 좋은 평가를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블루제이스 구장에서 벌어진 '한인의 밤(Korean Heritage Night)'에서 토론토 한인 어린이 합창단(지휘 고선주)이 경기 시작 전 국가를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