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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수 Aug 26. 2020

13년 전, 미국의 큰 그림

참여 정부가 “미국과 FTA를 체결했다” 고 호들갑을 떨었던 적이 있다. 협정 내용이야 너무 광범위해 잘 모르겠지만, ‘미국과 이런저런 체결을 해서 득을 본 나라가 있을까?’ 싶었다. 13 년이 지난 지금, 결과적으로 잘한 협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당시는 펼쳐질 미래가 걱정되어 이런 글을 썼다.


이곳 캐나다에서 살면서 보면 좀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MADE  IN USA'가 붙은 물건을 보기 어렵다. 그러면 미국은 무엇을 팔아 세계 제일의 부자 나라로 살고 있을까?  그들의  주된 수입원은 세계를 상대로 하는 돈놀이와 지적재산권(COPYRIGHT) 챙기기이다.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컴퓨터를 켜는 동시에 사용자는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또한 맥도널드 햄버거를 입에 넣는 순간 , 스타벅스 커피와 코카콜라를 마실 때도 월드컵 축구와 슈퍼볼과 CNN 뉴스를 보면서도 돈을 지불해야 한다.

언론과 여론은 한미 FTA를 반대했었다.

미국이 이렇듯 각국에 FTA를 서둘러 체결하고자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자국의 지적재산권 챙기기가  큰 목적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요구가 황당하고  야속한 처사라고만 할  수는 없다.  벌써부터 가수들이 “음반이 안 팔린다”라고  야단들이다.  인터넷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공짜로 음원을 구 할 수 있기 때문에 음반이 팔리지 않는다. 그래서 음반을 돈을 주고 산다는 게 어색하고 손해 본다는 인식까지 든다. 그렇지만, 이것은 사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짓이다.


한국은 그동안 근대화라는 목표를 빨리 달성하기 위해 선진국의 지식을 수입해야  했고  지식인의 주된 임무는 번역과 소개였다. 그 과정에서 후진국이라는 핑계로 저작권을 내지 않는  해적 문화가 만들어졌고, 지식인들 조차 ‘범죄 행위’를 부끄러워하지 않았었다. 그러다 보니 정작 국내에서 만들어진 우리 지적 자산도 존중하지 않는 풍조가  되어 버렸다.  한국도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다. 첨단 기술을 포함해  자국 내의 지적 재산의 유출을 걱정하는 위치가 되었다.

 

중국에서는 실제로 한류 스타들의 작품을 담은 해적판 DVD와 CD가 넘쳐나고 있다.  이곳 중국 쇼핑몰에서도 한국 드라마의 불법 DVD를 쉽게 볼 수 있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발표에 따르면, 2005년에 방송 프로그램으로 해외에서 벌어 들인 돈은 1억 2천349만 달러이다. 이중 일본에 수출한 것이 전체의 60.1%를 차지하고 대만 11.4%, 중국 9.9% 등 전체 시장의 95%가 아시아 지역에 편중되어 있지만,  흑백 TV 시대에 미국 서부 영화를 보며 자란 우리 세대에게는 대단한 자부심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드라마 수출은 벌어 들인 돈에 의미보다는 우리 문화의 전파에 더 큰 가치가 있다. 실제로 이곳 토론토에도 중국 TV 채널에 <대장금>이 방영된 후 한국음식점에 중국인 손님이  부쩍 늘었다. 이것이 바로 문화의 힘이고 부가가치이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수상해 기뻐하는 사이에 미국의 대형 OTT들이 한국  안방을 점령한다.

디지털과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쉽게 영화나 드라마, 음원을 복제할 수 있는 시대에 있다. 그러나 모든 콘텐츠는  주인이 있고 정당한 가치를 치르지 않고, 복사나 녹화를 하는 것은 범죄 행위이다.  남에게 대접받기 위해서는 남을 먼저 대접해야 하는 것이 세상 이치이고,  남의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내 것도 인정받지 못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도둑질하지 말라 “가르치며, “인터넷으로 드라마 녹화 좀 해 줄래?”하는 어리석은 부모가 되어서야 되겠는가?


대형 OTT 넷플리스가 안방 문화를 점령하였다.

13년 전에 신문에 기고한 것이지만,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상을 받았고 방탄소년단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수상해 좋아하는 사이에 미국 최대 온라인 유료 동영상 업체 '넷플리스'가 고국의 안방을 점령하였다.  조만간 대형 OTT 플랫폼인 '디즈니 플러스'도 상륙할 예정이라고 하니, 이제 텔레비전을 볼 때마다 미국의 OTT들이 수수료를 챙겨 가게 된 것이다. 이것이 13년 전 FTA를 하려고 했던 미국의 큰 그림이었다.


아직도 미국과의 FTA(특혜 무역 협정)는 그들의 주도하에 끌려 다니는 것 같다. 부시의 자리가 트럼프로 바뀌어도 그들의 생각은 오직 자국의 이익뿐이다.  미국과의 FTA는 앞으로도 고국의 큰 숙제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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