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세계 언론의 허브가 될 기회
영화 '스파이 게임(Spy Game)'은 은퇴를 하루 남긴 CIA 간부와 그가 키운 요원 한 명의 우정을 다룬 첩보 영화다. 은퇴를 앞둔 CIA 간부 역에는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가 맡았고 그가 키운 유능한 요원 역은 브래드 피트(Brad Pitt)가 맡았다.
로버트 래드포드가 정보 장교였던 1975년 베트남 전쟁 때, 부하였던 브래드 피트에게 저격수의 임무를 맡기는데, 그가 작전 능력뿐만 아니라 아군을 버리지 않고 임무를 완수하는 모습을 보고 그를 본인이 근무하고 있는 CIA에 요원으로 스카우트를 한다. 그 뒤 독일과 베이루트에서 피트는 래드포드와 작전을 함께하며 우정을 키운다. 브래드 피트는 중국 감옥에 수감돼 있는 애인을 구출하려다가 붙잡혀 총살형을 받는다.
CIA 간부들은 중국과의 외교 문제 때문에 브래드 피트를 버리는데 레드포드는 홍콩의 헤럴드 신문사 특파원인 친구에게 브래드 피트가 중국에 구금된 사실을 흘려 기사화한다. 그러나 CIA에서는 브래드 피트는 미국 정부와 관련 없는 인물이라며 꼬리 자르기를 한다. 그래서 래드포드는 직접 자신이 구출 계획을 세우는 줄거리다.
20세기 이후 아시아에서 가장 국제화된 도시로 평가받는 홍콩에는 많은 외국기자들이 상주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홍콩에는 전설적인 중국 전문가(China Watcher)들이나 아시아통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1950년대 중반부터 시작한 이웃 인도차이나 반도의 프랑스령으로부터 독립 움직임과 공산 게릴라들의 활동, 그리고 6.25 한국 전쟁은 또 다른 시각에서 홍콩 특파원들의 역할이었다. 결국 1960년대 미국의 베트남 전쟁 개입으로 홍콩은 태국, 방콕과 함께 베트남 전쟁의 후방 취재 본부로서 입지를 굳힌다.
1970년대 들어 중국이 서서히 개방, 개혁 노선으로 선회하면서 홍콩이 그 창구 역할을 맡게 됐다. 외국 언론들도 당연히 중국 취재 강화 측면에서 홍콩을 더욱 중요시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들어선 중국의 홍콩 주권 회복(1997년 7월)과 영국 식민 역사의 종말을 세계 미디어들은 주목한다. 그 뒤 홍콩은 아시아 지역의 뉴스 허브 지위를 누려 왔다.
홍콩 언론학자 브루스 루이는 "NYT와 같은 최고 수준 언론사가 홍콩 지사 인력을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은 이 도시에서의 언론 자유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홍콩 지사 인력을 옮길 곳으로 태국 방콕, 싱가포르, 일본 도쿄 등도 검토했으나 서울을 선택한 이유를 이같이 전했다. "한국은 해외 기업에 우호적이며, 독립된 언론이 있고 주요 뉴스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리서치회사 텔럼미디어에 따르면 홍콩에 주재하는 기자들의 수는 8천여 명이라고 한다. 홍콩 주재 외신들이 서울로 이동하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홍콩이 세계의 중심이 된 것은 홍콩 외신들이 매일 쏟아내는 뉴스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