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바구>는 토론토 이바구

'젤곰'과 '달신'의 유튜브

by 황현수

‘젤곰'과 '달신'은 토론토에서 새로 만든 유튜버의 닉네임이다. 젤곰은 작은 연극 단체의 대표이며 연출가다. 아직 30대 초반의 젊은이인데, 20대에 호주와 독일에서 공부했고 30대 초에 토론토에 와 정착했다. 달신은 한국 방송사에서 23년간 근무하다가 이곳에 와 프로덕션을 운영하고 있는 프로듀서 겸 이벤트 기획자다.


이 둘 외에 연출하고 동영상을 찍는 이 피디가 있다. 이 피디는 방송사에서 카메라 기자로 근무하다가 이 곳에 와 유튜브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 셋이 의기투합하여 모임을 가졌다. “다음 주 수요일부터 동영상을 찍고 2~3일간 편집하고 자막 넣고 일주일에 한 번씩 업데이트 하자”고… 그런데 막상 셋이 만나기가 쉽지 않다. 각자 하는 일이 있기 때문인데, 하여튼 어렵게 그들 셋이 만났지만, “무엇을 찍을까?”라는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젤곰과 달신의 생각 차이다. 그 둘의 나이차가 30여 년이 되니 세대 차이에서 오는 대화의 간격이 너무 심하다. 문제는 또 있다. 각자 연출가로 기획자로의 소신이 너무 강하다 보니 의견을 좁히기 쉽지 않다. 쉽게 말해 똥고집들이다. 연출자인 이 피디는 이 유튜브를 처음 만들자고 했으니, 어찌 됐든 무언가? 만들어 봤으면 싶어서 둘을 잘 구슬으려 한다.


이 들의 첫 번째 아이템은 ‘대마초’였다. 이 피디가 제안했고 젤곰은 “좋다”라고 했다. 달신은 아이템은 좋지만, 무슨 대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출연자의 경험이나 지식에 의존해야 하는데 너무 무리한 아이템이라고 반대했다. 얼굴까지 나가는 건데, 이 나이 들어 대마초에 대해 자칫 도 넘는 말을 하면 낭패라 생각해 겁을 먹은 것이다. “아니 그럼, 뭘 할 건데…?” 이 피디는 “그럼, 다운타운에 있는 디스트릭트를 가자”고 했는데, “거기는 벌써 웬만한 사람들이 다 아는 곳이고, 많은 블로거들이 집적된 곳이라”라고 달신이 싫다고 한다. “그러면 어디가 좋은데…” “뭐,… 겨울이니까, 전시 탐방 같은 것은 어떨까? AGO, 온타리오 미술관 같은데…” 젤곰의 인상이 편치 않다. ‘아, 이 노인네들과 뭘 만들 수 있을까?’하는 모습이다. 그래서 아주 힘들게 만난 첫날은 허탕을 쳤다. 다음 주 수요일에 다시 보자고…

유튜브.jpg 유튜브 만들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토론토 이바구>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집에 돌아 간 이 피디가, 데모용 비디오를 만들어 올렸다. 다들 바빠서 인지 반응이 없다. 달신은 젤곰과 투 샷을 한 모습이 영 맘에 안 들고, 말도 버벅 거리는 자신이 싫다. 늙은이가 젊은이 옆에 있으니 더욱 초라해 보인다. ‘자기 생긴 건 탓하지는 않고…’ 그렇다고 속내를 말하긴 좀 떨떠름해 쉽게 답을 못한다.

유튜브1.jpg

하루 뒤, 젤곰 한 데서 답이 왔다. “영상 잘 보았습니다.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영상의 전체적인 느낌이 너무 비전문적인 느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시작에 공백 화면이 너무 길기도 하고 색이나 폰트가 바뀐다고 해도 세련된 느낌을 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어쨌든 콘텐츠의 메인은 '토크’ 방송의 형태이니 만큼 그래도 이야기하는 화면이 주가 되고 자료나 환경에 대한 영상이 부가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찍으신 영상의 설정이 이상한 것인지 1080p에서도 화질이 깨져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일단 해가 들어올 때 한 번 찍어보고 색감을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제가 생각한 콘텐츠의 방향과 많이 다른 것 같아서 말로는 설명드리기 힘들 것 같아 간단하게 저도 보내 주신 영상을 재편집하여 1분 30초가량의 샘플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시간이 없어 대충 만든 영상이라 완벽하진 않지만 전체적인 구성이나 형태를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길게 완곡하게 썼지만, 맘에 안 든다는 것이다.

유튜브4.jfif

하루 뒤에 이 피디가 글을 올렸다. “아주 잘 만들었네. 그런 식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아. 하지만 내가 보내준 영상은 ‘자신들 모습이 어떻게 나오는지, 목소리는 어떻게 들리는지’하는 것을 확인해 보라고 만든 것이야. 특히 달신이 자신 없어하니까 본인 모습이나 목소리를 들어 보라고 만든 것이지, 영상 앞 화면은 없애고, 화면 전반에 있는 투 샷과 원 샷은 실제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너무 루즈하면 빼면 되겠지. 앞에는 젤곰이 만든 것 같은 타이틀을 만들려고 했어. 여하튼 좋은 의견, 아이디어 고마워. 이런 식으로 서로 도우며 만들어가면 좋은 프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고무적이네.”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모르지만, 고무적이란 말에는 모두 동의하는 것 같다. 과연 <젤곰과 달신>은 나올 수 있을까? 요즘처럼 밤이 길면 뭘 만드는 이들에게는 도움이 될 듯하다. 밤이 길면 꿈도 많아질 테니.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혼자 걷기도 좋지만, 함께 걸으면 더욱 좋아요[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