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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수 May 29. 2020

짝퉁 세바시, 토바토

토론토를 바꾸는 토크쇼

 <토론토 둘레길 걷기> 모임을 만들어 무척 바빠졌지만, 몇 가지 좋은 점은 일단 몸이 건강해지고 몸무게가 줄은 거다. 다음은 복잡한 생각이 예전보다는 잘 정리가 되는 거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나 머리에 맴돌던 아이디어도 잘 생각나는 것 같다. 산책을 즐겼던 문인이나 작곡가들의 비법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래선지, 요즘은 오래전 기억들도 제법 잘 찾아낸다. 간혹 명함을 내밀면 “마인즈 프로덕션이요? 마인즈( MINDS)가 무슨 뜻이죠?”하는 사람들이 있다. 원래 ‘마인즈’는 최희정이라는 직장 동료가 1992년 초에 MBC 문자방송(테리 텍스트)을 시작하며 지은 이름이다. 


  TV 방송을 보다 보면, 문자로 속보나 날씨 등이 본 방송 밑에 옆으로 흐르듯 자막으로 지나가는데, 그것이 문자방송이다. 동영상은 없고 문자와 그래픽(그림)만으로 제작되는 방송인데, 인터넷 방송의 원조라 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아직도 상용화되어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지상파 세 방송사에서 3년 정도 하다가 시청자가 외면하는 바람에 완전히 방송을 접었다.  


   그래서 마인즈라는 이름이 완전히 없어졌는데, 2003년 토론토에 프로덕션을 만들며 ‘마인즈’를 다시 끄집어냈다. 마인즈는 ‘MIND’의 마음과 ‘S’, 자리라는 뜻을 합쳐 ‘마음자리’라는 의미를 지녔다. 좀 더 예쁘게 푼다면, ‘마음이 쉴 수 있는 공간’ 쯤으로 알아주면 좋겠다. 

   <토론토 둘레길 걷기>를 하며 한국에 아름다운 길 이름이 그렇게 많은 것에 놀랐고, 시샘이 나서 토론토 둘레길 이름 하나 지어보자고 신문에 올렸는데 아무도 답이 없다. 내가 토론토와 길을 합쳐 ‘토롯길’이 어떠냐고 하자, 뭔 촌스럽게 트로트 부를 일 있냐? 고 친구가 고개를 젓는 바람에 사용을 포기했다. 뭐 조만간 또 하나 지으면 된다. 

  <토바토>는 토론토를 바꾸는 토크쇼라는 뜻을 지녔다. 한국의 유명 토크쇼인 ‘세바시’를 본떠서 만든 짝퉁 프로그램이다. 이곳에선 유명 강사를 초빙할 여력도 안 되고 여러 환경 때문에 일반인들 가운데 평소 찜 찍어 두었던 분들을 모셨다. 1회에 4명씩 약 20분간 강연할 예정이다. 매회마다 연주자들을 섭외해서, 색소폰 연주도 듣고 해금, 성악, 팝송이 곁들여진 토크쇼를 구성하고자 한다.


  찜 찍었던 분들이 고개를 젓는 바람에 부랴부랴 다른 섭외자를 찾아야 했고, 응해 주신 분들 중에는 대중 앞에 서기가 너무 걱정이 된다고 그만두겠다는 분들도 계신다. 새벽마다 카톡을 보며 맘을 조리다가 빨리 포스터를 인쇄하면 되겠다 싶어, 어제 포스터를 만들어 쏜힐 근처 한식당에 붙이고 왔다. 더는 그만두겠다는 말씀을 못하게…

  지난해 8월부터 토론토 갤러리아 쏜힐점 문화교실에서 4주에 걸쳐했다. 토크쇼에는 저술가, 지휘자, 언론인, 전직 기자, 보칼리스트, 해금 연주가, 성악가, 장례지도사, 수맥전문가, 세계일주 여행가, 신부, 연극인, 전 커피숍 매니저, 자원봉사자 등 16명이 참여했다. 섭외를 완성하고 보니, 참 훌륭한 토크쇼가 되었다.

   2020년이 한카 노인회 설립 10주년이다. 10주년 기념에 맞는 프로그램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한국 전통 의상 패션쇼를 기획했다. 행사는  10월이지만, 3월부터 토론토 교민들을 상대로 실버모델 선발대회를 하여 20여 명의 모델을 선발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 19로 연기됐다. 50세부터 70세 사이의 모델을 선발해 1개월간 트레이닝을 하면 기성 모델 못지않은 자세로 여러분에게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한국 전통 의상 패션업체는 한국에서 알아보고 있다. 일단 가제로 <한국 전통의상 패션쇼 ‘함초롬’>이란 행사명을 지었다. ‘함초롬’은 모습이 가지런하고, 차분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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