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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수 Aug 15. 2020

모창대회가 '히든 싱어'로...

토론토의 한가위 축제 한마당

토론토에서 열린 ‘히든 싱어’ 선발대회

‘ 히든 싱어’, 한국 케이블 TV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가수와  5명의 모창자가 블라인드 뒤에서 한 소절씩 부르면 청중단이 진짜 가수를 찾는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만든 이 프로는 모창 가수들이 이렇게 세련되게 표현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애석하게도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난 너훈아를 비롯해 나운아, 조용필을 패러디 한 조영필, 이미자를 모창한  임희자, 패튀김, 방쉬리 등  모창가수들은 원조 가수를 대신해  대리 만족을 준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인기를 끌자, 짝퉁의 원조 중국에서 싸이의 모창가수가 생겼다.  미국에서는 비틀스의  커버 그룹(Cover Group)이 수백 팀이 있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모창 가수들을 2류급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10여 년 전만 해도  추석, 설날특집 때  기성 가수들을 흉내 내는 팔도모창가수 선발대회 등을 열어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지만, 정작 고정 프로그램은 되지 못하다가 ‘ 히든 싱어’가 음지에 있는 재주꾼들을 양지로 끌어내면서 정규 프로그램화되었다.

토론토에서는 매년 9월 초에 한가위 축제가 열리고, 히든싱어 선발대회는 메인이벤트로 많은 참가자들이 경연을 펼친다.

 사실 따지고 보면 모든 가수들은  데뷔 초 자신이 추구하는 모델이 있게 마련이고, 그들을 흉내 내다가 점차 자신만의  캐릭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가수 주현미도 어릴 적 이미자 모창가수 선발대회에 수상하며 가수의 꿈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세상을 떠난 지 30여 년이 지났다. 하지만, 엘비스는 지금도 곳곳에 살아 있다.  밴쿠버의  러빙 유 엘비스(Loving You Elvis)라는 팬클럽에서는 ‘할머니 오빠부대’들이 매년 엘비스 모창 가수를  초청하여 우레와 같은 박수는 물론, 괴성도 지르고 휘파람도 부르며 그를 그린다. 

밴쿠버에서 동쪽으로 394km 떨어진  펜틱턴(Penticton)이라는 도시에서는 매년 여름,  엘비스 모창 가수 선발대회가 있다. 여기서 입상하면  라스베이거스 대회에 출전한다.  그렇지만, 최고의 엘비스 모창대회는 그의 고향인 멤피스(Memphis)에서  열리는 ‘king of the World’ 대회일 것이다.  전 세계  수천 명의 모창가수들이 웹사이트를 통해 대회에 참가하고,  엘비스 위크(Elvis week)에는 500여 팬클럽들이 모창대회를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다.

밴쿠버 동쪽에 있는 펜틱턴에서는 매년 엘비스 프레슬리 모창대회가 열린다. 

  몇 년 전 개봉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이 역대 최고의 흥행을 하자,  이디나  멘젤이 부른 주제곡 ‘렛 잇 고’ 역시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이에 약삭빠른 미국 음악 전문 웹사이트 VH1.COM는  ‘렛 잇 고’ 모창 콘테스트를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연다. 이 대회는 모창을 잘한 25명을 선발해  매 라운드마다 5명을   떨어뜨리는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재미동포  그레이스 리가  베스트 1위로 선정된다.  그녀는  ABC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Good Morning America)로 부터 출연 요청을 받아 뉴욕  맨해튼 타임스쿼어에서  겨울 왕국 주제곡을  부른다. “원곡보다  더 뛰어난 열창이다” “영화 주인공 목소리와 입모양이 똑같다” “가수보다 더 잘 부르는 아마추어이다”라는 찬사가  올라온, 그녀의 유튜브 조회수는 530만이 넘어섰고,  언론과 음반 기획사로부터 수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개그맨 김학도는 학창 시절 말도 없고 내성적이었는데,  소풍만 갔다 오면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렸다. 장기 자랑 시간에 나훈아의 눈짓, 손짓을 따라 하고 김범룡 노래를 따라 부르고 이덕화 목소리를 흉내 내면 모두들 좋아하였다.  그때부터 라디오를 듣고 텔레비전을 보며 가수나 개그맨 흉내를 내었다. 그가 모창을 하면 사람들이 주위로 몰려들었고 그의 성대모사로 딱딱한 분위기가 부드럽게 변했다.  그렇게 사람들 앞에서 서서 웃음을 주다 보니  덕분에  성대모사 전문 개그맨이 되었다.  

고양이를 심사하는 쥐들. 아마추어 노래자랑은 심사 위원의 자질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는 모창이나 성대모사를 잘하는 비법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것이요,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다”며  처음에 입 떼기가 힘들지 연습하다 보면 누구나 비슷하게 따라 할 수 있다고 한다.  “무슨 일이든지 처음에는 다 힘든 것이고 처음 가는 길은 멀다고 느껴지는 법이다.  모창이나 성대모사가  안 비슷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니 부담 갖지 말고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한다.


 토론토에서도 ‘히든 싱어 선발대회’라는  모창 대회가  매년 9월 초  노스욕 멜라스 투먼 광장에서 열리는데, 올해는 코비드 19 때문에 행사가 취소됐다.  ‘한가위 한인 축제'의 메인인 이 행사는  아마추어 노래자랑을 한 단계  업 그레이드 한,  특색 있는 공연으로 만들고자 하는  북부 토론토 한인 번영회의  의지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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