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의 시작.
새 일기장을 처음 쓰는 날은
언제나 긴장을 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한참을 고민하다
첫 문장을 완성했다.
언제나 나는 나의 일기가
오타가 나거나, 오점이 묻지 않기를 바라며
한 글자 한 글자 조심히 적었고,
틀리지 않고 싶은 마음에 다른 종이에 썼던 일기를
조심조심 옮겨 적은 적도 있다.
틀리면 한참을 신경 쓰며 바라보고,
덧대어 쓰다가 더 망친 것도 여러 번.
틀려도, 번져도 내 일기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는데
그저 완벽하길 바랐다.
일기의 내용도 달랐다.
솔직한 감정을 적기보다는 좋았던 것 위주로 적었다.
화나고 슬프고 짜증 나는 감정을 적는 것은
나에게 오타와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늘 하루 중 나의 일기는 맛있는 것을 먹고,
어딜 갔고, 어떠한 일로부터 즐거웠다로 끝났다.
두려웠다.
새하얀 종이에 내 실수로 오타가 생기고,
내 이야기로 오점이 생길까 봐.
그리고 그 마음은 내가 살아가는데 그대로 옮겨졌다.
잘못될까 두려워 시작하지 않은 채
그저 하얀 종이로 남겨둔 적도 많았다.
그래서 올해는 일기장을 펼치고 첫 문장을 적은 뒤
평소보다 빠르게 내 일기를 적었다.
어떤 흔적이 남아도
내이야기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음을 알았으니까.
그리고는 내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기로 했다.
숨 쉴 여유를 주고 싶었다.
화나는 일도, 기분 상하는 일도
반성해야 할 일도 아무렇지 않게 적어 내려갔다.
올해는 나에게 집중하고 싶었다.
타인으로 인해 나를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고,
나를 지치게 하고 싶지 않았고,
나를 무심하게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았다.
일기장을 펴게 된 첫날.
내 일기의 앞장에 나는 이런 글을 남겼다.
[이 일기장안에서 만큼은
“온전히”
나를 들여다보고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기록하길.]
틀려도 오점이 아니라
내가 ’나‘임을 인정하고
‘나’의 오늘을 자책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나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그렇게 내 일기장의 첫 장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