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던 마음은 연못처럼 일렁였다

by 달솜

벚꽃이 흩날리고 꽃들이 만개하고

이제 슬슬 저물어가는 때에 교생실습을 앞두고 있다.

흔히들 교생실습이라고 하지만

‘학교현장실습‘이라고 한다.


졸업시험에 통과하지 못해

8월 졸업을 눈앞에서 놓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졸업시험을 공부하던 어느 아침.

도서관 창문밖으로 한 학교의 교문이 보였다.


단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내가 다닐 때와 달리 많이 편해진 생활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우르르 등교하는 모습이었다.

학생들의 등교모습을 보고는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벌써 서른이 넘었다니 ‘하며

10년도 넘은 기억을 회상하며 옛 추억에 빠져있을 즈음

등교지도를 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양복을 갖춰 입으신 나이 지긋하신 선생님은

교문으로 오는 학생들 모두에게 손을 흔들어주셨다.

어느 방향으로 오는 학생이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주시고 학생들의 등을 토닥여주셨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이상했다.


분명 나도 그 모습 속 선생님과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그 목표 하나가 전부였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나는 목표가 사라졌을까 생각했다.


세상이 변했고, 시간이 흘렀으며

학교는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 점차 달라졌다.

그리고

내가 변했다.


내가 무엇인가를 가르칠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다.

교사는 교과지식 외에도 가르칠 것이 많다.

학교에서 학생들은 선생님을 보고 모든 것을 배우는데

과연 내가 그럴만한 사람인지 늘 되물었다.


과연 나는 교사가 될만한 사람인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시작하고

나의 답은 언제나 “아니”였다.

그리고 대학원선생님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면

항상 “제가 학생을 가르칠만한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어쩌면 핑계를 대고 있던 건 아닐까?

어느 날 내 질문과 답에 의문이 들었다.

세상을 핑계로, 나이를 핑계로.

그저 노력이 부족하고 의지가 부족한 것인데

그것을 들키기 싫어서 다른 핑계를 대고 있던 건 아닐까?


도망치지 말자고, 더 이상 회피하지 말자고

그렇게 여러 번 다짐하고 또 다짐했는데

나는 결국 또 도망치는 중인가 보다.


정말 포기하고 싶어서 포기하는 것인지

실패를 감추기 위해 포기라고 포장한 것인지

어느 것 하나 인정하기 싫은 것은 아닌지.


그럼에도 도서관 너머로 보인 선생님의 마음은

나의 마음을 일렁였고 조금은 두근거렸다.

어쩌면 도전해 봐도 좋지 않을까 하며

선생님이 된 나를 생각해보게 했다.

저 모습 속 선생님처럼 따뜻한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끊임없이 되물었다.

여전히 답은 정해지지 않은 채 질문만 반복 중이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학교가 아닌 어디서든

그렇게 따뜻하게 대해줄 수 있고 환하게 웃으며

토닥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

그 한 가지였다.


따뜻해진 날씨만큼

마음이 한없이 따뜻해졌던 날이었다.

나는 여전히 그 도서관에서 따뜻한 빛과 함께

따뜻한 마음을 기억한다.

꽃봉오리가 몽글몽글 생겨나던 모습처럼

내 마음도 몽글몽글하던 그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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