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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순 Jul 13. 2018

욕망과 진짜 꿈 사이

욕망과 진짜 꿈 사이  

  

친구 N과의 짧고도 짧은 카톡 대화가 내게 큰 울림을 남겼다. 인간에 대한 이해력과 포용심이 태평양보다도 더 넓은 그녀는 이번에도 나의 좌충우돌 쾅쾅대는 미국 이민기를 들어주고 있었다. ‘나말이야, 어떻게 할까? 요즘 사실 석사를 해야 하나 고민 중에 있어.’  

사실이었다. 나는 작년 12월을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초등교육을 전공으로 한 학부 졸업장을 땄다. 그리고 스멀스멀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 나도 석사를 해 볼까? 박사도 해서 미국 박사 졸업장까지 있으면 한국에 가서 ‘교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 ‘한국에서의 교수’라는 타이틀에 현혹되어 있었다. 마치 그걸 쥐면 세상에 무엇이든 가질 수 있을 것 같고, 누구든 부릴 수 있을 것 같은 절대 권력을 가지는 것같은 ‘취하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 그 ‘취하는 기분’을 다르게 말하면 욕망, 욕심이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욕심을 채우는것과 행복해 지는 일은 같은 일일까? 그 일이 같은 일이 아님을 친구의 한 마디가 알려주었다.  

-‘나는 너가 글을 써서 책을 냈으면 좋겠어.’  

이 한마디를 보고 있자니 그 순간 내 주변을 누군가가 아주 따사로운 담요로 싸악 나를 안아주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정말로 무척이나 하고 싶었던 것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말을 못하고 있었던 것인데……. 나를 나보다도 더 잘아는 그녀가 내 마음의 알맹이를 톡 건드린 기분이었다.  

글을 쓰는 일은 분명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일이다. 사실 나는 그게 왜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지에 대해서 또박 또박 이유를 댈 능력은 없다.  

그냥. 그냥 나는 글쓰기가 좋고, 그저 나는 예전부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글을 쓰면 마음이 차분해 지고, 내 생각이 정리가 된다. 또 생각없이 주루룩 써 내려가다 보면 몰랐던 부분들이 숨은 그림찾기처럼 톡 나오기도 한다. 혹은 글을 쓰다 스스로의 기분에 도취되어 그냥 눈물이 주루룩 흘러나오기도 한다. 그것은 아마 내 자신에 대한 위로이다. 스스로에 대한 위로와 위안은 생각보다 큰 힘 갖고있다. 나도 모르게 무조건 마구마구 불안해서 마구 마구 앞으로만 달리는 내게 글쓰기는 자꾸 물어본다. ‘어디로 가고 있는거야? 제대로 가고 있는 거야? 방향은? 그런데 잠시 쉬어. 그래도 이-만큼이나 달렸어. 정말 잘했어. 토닥토닥…’ 이러한 스스로에 대한 질문과 위로가 글쓰기다. 또한 글을 쓰는 고요한 시간, 분위기, 그 감정들, 정리되는 기분을 사랑한다. 나의 감정과 생각을 활자화하고 이를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것의 가치를 숫자화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클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글쓰기는 내가 원하는 일이며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일이다. 이것이 진짜 내 꿈이다. 아아, 세상살이는 때로는 정말 아슬아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 한 손에는 내 욕심과 욕망을 채워줄 것들: 예컨데 석사 학위,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나를 나 답게 해 주는 일, 마치 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옷을 입는 기분이 들게 하는 일이 쥐어져 있다. 이 두 일 중 어떤 일을 할 것인가는 오로지 내 판단과 직감에 달려있다. 그래서 나는 더이상 미루는 일 따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 ‘석사를 따면 글을 써야지. 제대로 된 직장을 잡으면 번듯하게 그때부터 글을 쓸 거야.’ 그냥 일단 써 보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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