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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순 Nov 14. 2023

한국에서의 한달 휴가 후 미국에서의 재적응

다이나믹 코리아, 어디에서건 무엇을 하든 중심에는 내가.


미국 집과 미국 환경에 재적응

아시아나 비행기의 장점: 기내식으로 나온 쌈밥 사진. 약간 매콤한 낙지볶음도 참, 맛나더라.

인천 공항에서 아시아나 국적기를 타고 미국으로 들어왔다. 열시간이면 도착한다고 해서, 한달 전에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보다 훨씬 수월하리라 생각했다. 훨씬까지는 아니었지만 비교적 수월했다. 한국으로 갈때보다 미국으로 돌아올때 바람의 방향때문에 비행 시간이 적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두 식사 시간 가운데의 시간은 너무도 통과하기 어려웠다. 온 몸이 낡은 걸레가 물에 젖은 것처럼 축축 늘어지고, 그 낡은 걸레를 쫙쫙 찢듯이 온 몸이 짜개지는 힘듦이 있었다. 두 발은 퉁퉁 부었다.


사실 한국이 ‘뭐든지’ 어렵게 느껴졌다. 예컨대 인천 공항에서 보안검색대를 지나기 전까지 그토록 길고 긴 줄에 서 있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사람들이 너무 너무 많더라. 붐비더라. 이제 ‘글로벌 코리아’라 한국인 말고도 중국인, 베트남인, 서양인 등 정말 다양하더라. 비행기도 사람들로 꽉꽉 차더라.


어딜가나 사람들로 복닥거리고 붐벼대는 한국, 인천공항을 떠나 미국 공항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 들어오는 것이 한가함이다. 이 한가함의 짝은 ‘심심함, 여유로움, 고독, 외로움’ 이 아닐까. 그러다보니 ‘다이나믹 코리아’가 갑자기 그리워졌다. 그래도 그냥 자신에게 솔직해지자. 그 한국은 내가 소비자로 잠깐 있을때 느끼는 만족감과 즐거움과 신남이다. 마흔이 넘은 내가 다시 그 빡빡하고 빡세고 촘촘하고 미세하게 계급화 되어있는 한국에서 임노동자로 살기엔 많이 어렵겠지……

버스를 타고 내가 거주하는 도시로 들어오는데도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버스는 키와 덩치가 큰 미국인을 기준으로 만들었는지 발이 버스 바닥에 닿지 않아 불편했다.

미국에 돌아오니 나를 기다리는 것은 수백통의 직장 이메일들. 주에서 ‘자동차 보험’ 다시 등록하는 이메일, 내 자동차에 들어온 노란색 느낌표 불빛, 빨래감, 한국 음식을 담아 가져온 두 개의 짐가방 풀기, 등이다. 다행히 차 타이어에 공기를 잘 넣었다. 다해외 짐정리를 잘 하는 중이다. 빨래도 마쳤다.

내가 없는동안 이 곳은 해만 짧아졌고, 겨울이 와 버렸고, 서머 타임이 해제되었다. 캄캄한 시골길을 달리는 기분. 다시 이 조용하고 한적하고 뭘 해도 조금 심심한 기분이 나는 ‘순한 맛’ 삶에 적응해야 한다. 순한 맛이 고통이 아닌 즐김이 되려면 나만의 필살기 놀이들이 있어야 한다.


- 온라인으로나마 만나는 영어 모임: 그래도 익은 얼굴들이라 내가 나로서 영어를 말할수 있다. 언어에서 자유로우려면 맘맞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어야 하지.


- 등산 모임: 산에가서 땀을 쫙 빼면 살아있는 기분이 나지. 낯선 모임에 가서 쭈뼛거려야 하고, 조금 운전도 해야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 그리고 일: 일.일.일. 도대체 일은 무엇일까. 나에게 일은 생활, 일상의 80을 차지한다. 시간적으로 80이라, 에너지는 좀 덜쓰고 싶다. 그렇게 하면 안되나? 최선을 다해 일에 온 에너지를 다 쏟아 붓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지. 그들의 노동을 존경하지만 나는 ‘못 따라가겠소이다’이다. 나를 위한 삶인데, 이 기준 만큼 (임노동에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쏟아 붓는가, 임노동과 나 자신을 얼마나 가까이 혹은 동일시할 것인가? 퇴근 후에도 일하는 자세 - 나로선 하지 않을 자세) 은 내가 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무엇을 하든, 어떤 곳에 있든 중심을 잘 잡고 살면 된다. 그 좋은 도구가 글쓰기이지.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 왜 나는 음식에 진심일까? 그래야 살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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