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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순 May 09. 2024

이민 생활 11년차 소회

감정의 근육을 키우자. 실제 근육도 키우자. 네트워크는 소중하지. 

왜 이렇게 글을 쓰는 건 쉽지 않을까요? 


나의 이 소중한 글쓰기 공간을 방치해 두었고, 먼지를 털기 위해 글을 써 봅니다. 

네, 이런 편지 형식이 참 마음에 드는군요.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것 같으니까요. 핫핫. 이렇게 헛웃음도 지을 수 있고 말이지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회사에서 은퇴에 관하여 공부를 좀 하게 되었지요. 전문가의 말을 들으면 들을 수록, (관련 용어도 좀 어려워서 그런지) 미궁에 빠져드는것 같기도 하고, '아, 이 미쿡에서, 나 혼자, 앞으로 이십년, 삼십년, 일하는게 진짜 맞는걸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일 때문에 해외에 산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 '때문에', 혹은 일 덕분에 저는 미국에 살고 있습니다. 저의 사십대와 오십대, 어쩌면 육십대를 이 곳에서 보내는게 맞을까요? 저의 현재 답은 맞다입니다. 마흔이 넘었고, 한국에 돌아가서 제 나이와 여건에 맞는 직장을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저의 '해외러'로서의 고민은 맞는걸까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답이 나올것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전 약 십일년 전에 이민을 왔고, 어쩌구 저쩌구 해서 저의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11년 전에 비하면 경제적 안정을 획득했습니다. 그래서 이 직업을 가졌을 땐, 정말 날아갈 것 같았어요. 이제 완성이다! 뭐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참으로 사람 마음이란 게 간사하기 그지없습니다. 경제적 안정을 가졌더니, 스멀 스멀 밀려오는 감정은 '내게 현재 없는 것', 내게 부족한 것에 대한 갈망이더군요. 

뭐 아무래도 제일 큰건 주변에 사람들이 있고, 한국어로 수다떨고, 거기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길잡이를 얻고, 그런거 아닐까요. 거기에서 길잡이라 함은, 뭔가 내게 빛이 되는것 같은 말들, 그 말들을 붙잡고 나아가는 거 말입니다. 제가 최근 열심히 듣고 있는 정희진 선생님의 팟캐스트에 '감정의 근육'을 키우라는 말이 있어요. 그런 겁니다. 내가 감정적으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나의 감정의 근육을 키우자는 겁니다. 물론, 미국은 병원에 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체력도 길러 줘야 합니다. 좋은 네트워크와 규칙적인 운동. 감정의 근육과 몸의 근육. 

감정의 근육을 키우려는데, 영어가 발목을 잡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 발목이라도 뗏목이라 생각하며 잡아야 합니다. 이왕 미국에 왔으니, 미국인과 소통하고, 그들과의 관계에서 어떤 좋은 말들을 건지고, 그 말을 위로로 삼아 살아가고, 그런 곳에서 감정의 근육을 키우고 그러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오월 초순이고, 저녁 일곱시인데도 날씨가 좋습니다. 저에게는 정기적으로 모이는 모임이 있는데, 'Shut-up and Write'모임입니다. 그대로 한국어로 옮기면 '입 닥치고 글쓰기' 모임인것이죠. 그래서 오후 다섯시 반 쯤 만나서 수다를 잠깐 떱니다. '나는 이런 글을 쓰고 싶어.' 라고 말을 하고, 각자 이 커피숍 안에서 자리를 잡고 씁니다. 그 다음에는 두시간 정도 쓴 다음, 다시 만나서 '나는 이런 글을 썼어. 그런데 뭐가 맘에 들고, 뭐는 마음에 안들어. 아주 성공적인 시간들이었어. 너희들에게 감사해.' 정도의 말로 모임을 마무리 합니다. 

집에서는 아무것도 잘 하지 못하는 저로서는 여기에 와서, 사람들을 만나고 말을 조금 하고, 글을 씁니다. 저의 이민 생활에 이런 작은 오아시스를 조금씩 더 만들어 놓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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