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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순 Oct 06. 2024

한국에서의 삼일째  

#한국이 싫어서 - 영화 제목, 한 때 내 삶의 제목.

이번주 수요일부터 일에서 휴가를 썼는데, 이 글을 쓰는 오늘은 벌써 토요일 아침이네요.

한국에서는 목요일 밤부터 두 밤을 잔 것인데, 계속 시차가 있어요. 저녁 8시가 되면, 아주 눈이 확 감겨서 잠을 자다가 새벽 세시부터는 쭈욱 깨어 있어요. 심지어 그 시간에 배도 고파요. 물 마시고 친구 주려고 가져온 초코렛을 우적우적 먹어요. 역시, 배가 고프니 글이 나오네요. 핫핫.

 

굴국. 미국에선 굴 한 개에 삼사불 해서, 생굴이 무척 먹고 싶었는데, 겨울에 생굴을 먹어야 합니다 핫핫. 국도 시원칼칼했어요.

#한국에서 플렉스

미국에서 살 때는 왜 그렇게 1불, 2불에 벌벌 떨다가도, 이상하게 한국에 오면 턱,턱, 신용카드를 쓰는건 무슨 심리인걸까요? 아무래도 제 마음 속에 그런게 있는것 같아요. 미국에 살 때는, '뭐든지 너무 비싸!' 하고, 흥! 흥! 거리면서 살아요. 가성비도 안나와요. 외식한번 하려면, 팁도 줘야하고, 세금도 내야하고, 근데 맛은 그냥 그래요. 이 돈 주고 이걸 먹는구나 싶어요. 근데 그게 제 일상이에요. 뭐 그렇다고 아예 안 사먹냐, 그건 또 아니고요. 달러가 너무 세게 느껴져요. 그래서 뭔가 움츠러들어요.

그런데, 한국에 오면, 일단 마음이 풀려요. 그리고 아무래도 휴가차 한국에 온 여행자 마인드이다보니, '그래, 나는 여기에 금융치료 하러 온거야~' 하는 마음이 들면서, 막 쇼핑도 하게 되요, 맛난 것도 마구 사먹게 되요. 근데 또 그 '가성비'라는 게 또 무시를 할 수가 없어요. 미국에서 경험하는 음식 값보다 훨씬 맛도 좋고 가격도 좋지요.

근데요, 알아요. 이게 다, 결국 제가 한국에서 노동자로 일하지 않기 때문에 얻는 마음이라는 걸요. 제가 오죽하면 해외에서 살겠어요. '헬지옥‘이라는 말이 유행하던 십여년 전에, 저는 한국 직장 생활이 너무 힘들었었어요. 맞아요. 그냥 그런 생각을 했어요. 여기선 독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겠다는 생각. 그런데 나는 그만큼 독하지 못하고...... 네, 그래서 해외이민, 결혼이민까지 한것 같아요. 시차 때문에 잠이 안 와서, 팟캐스트 '김혜리의 조용한 생활'을 듣는데요, 거기에서 영화 '한국이 싫어서'를 해석해주는 게스트분이 그러더라고요. 이건 요즘같은 글로벌 시대 ‘난민’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에게 맞는 곳을 찾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 말에 아, 나도 여기에 해당될 수 있겠다! 싶었지요. 그런데 그 '곳'이라는 것이, 또 결국에는 또 '돈, 직업, 안정성' 이랑 연결이 되더라고요.

사실 돌싱이 되었을 때 주위에서 그런 말을 종종 들었어요.

“왜 한국으로 안 들어와? 한국도 이제 좋아.너가 생각했던 그런 곳이 아니야. 거기서 혼자 안 외로워?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고…..“ 제 답은 “외로워. 무지 외로울 때가 많아. 어떤 날은 주말 내내 대면으로 누굴 만나서 한 마디도 안 할 때도 있어. 근데, 움….. 그것만 빼면 사실 그럭저럭 내 삶을 거기에서 많이 일구었어. 그리고 다행히 비대면이긴 해도, 수다떨 사람들이 있어. 모국어 수다는 되게 힘이 세잖아. 그리고 내가 눈치 안보고 수다떨 수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중해~.”

그렇게 조금씩 일상을 일궜는데 그걸 다 뒤로하고 가족과 친구들이 가까이 있는 한국에 오면, 나의 외로움은 좀 가셔질까요? 그럴것 같긴 한대요. 그래도 내 터전이 이제는 이곳이 아닌 그곳인것 같아요. 사람 사는데 꼭 정답은 없죠. 그게 내 삶의 방식이고 그것이 남에게 해안끼치고, 거기서 오는 심심함 내가 잘 달래려고요. 그리고 이렇게 한국에 와서 재충전하면 넘 좋아요. 만나고 싶은 사람들 만나고, 먹고 싶은 거 먹고, 가고 싶었던 데 가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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