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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순 Sep 27. 2024

싱글 이민자에게 생활비란?

한달 생활비, 삶의 기준

네, 바다가 보이는 우리 동네입니다.

사십대 싱글 이민자에게 한달 생활비로 얼마의 돈이 적당할까요?

곰곰 생각해 보니 저에게 일년  생활비의 가장 큰 부분은 주거비와 여행비더군요. 네, 물론 저에게도 처음엔 큰 꿈이 있었어요. 아메리칸 드림, 내집 마련이요.

하지만 뭔가 미국에선, 특히 캘리포니아에선 내집마련이 쉽지 않고, 집을 사면 이에따른 부대비용이 참 많아 보입니다. 세금도 그렇고, 매달 정기적으로 내는 아파트 관리비HoA도 그렇고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그냐고요? 푸하하! 장담글 콩이 모자랍니다. 세금도 아마 처음 샀을 때의 1퍼센트인가를 내야 하는것 같더라고요. 예를 들어 백만불짜리, 한국돈으로 십억짜리 집을 사면 매년 만불, 즉 천만원이 세금으로 나갑니다. 이 땅에 살기 위하여 내야 하는 세금이 만만치 않습니다. 아파트 관리세는 어떻고요. 보통 적게는 매월 이삼백 불, 많게는 육칠백불도 그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내야 하는 세금입니다.

물론 둘이었을 때는 제 꿈이 더 확실하고 컸었는데 싱글이 되고보니, 제 삶은 더 단순해졌고, 내집마련 꿈을 조금 접었습니다. 물론 완전히 접지는 않았어요. 현재는 소강상태입니다.

월세를 내는 단순해진 삶이 싫냐고요? 아쉬운 부분이 있지요. 나도 '내 집이다~'라고 하면서 떵떵거리고 살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습니까만은, 제 답은 아니오 입니다. 저는 현재의 제 삶에 만족합니다. 주거 안정성. 내 위로 지붕이 있어서 나에게 안정감을 주면 그게 주거안정이다 라고 조금 임시방편적이긴 하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월세가 많이 나가요. 얼마나 나가냐고요? 확실한 숫자를 그대로 말씀드리기는 조금 부담스럽고요, 한 한국돈으로 이백만원 정도의 금액이 그냥 쑥, 빠져나가버립니다.

전 여차저차해서 이곳에서 방 하나짜리 집에서 삼년 넘게 살다가 올해 더 넓은 곳으로 이사오게 되었어요.

처음엔 ‘에효. 내가 이 모든 공간이 왜 필요해?’ 하며 뭔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고, 겸양을 떨었는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참 좋아요. 나 혼자 이 공간을 다 차지할수 있어서요. 일인 주거라거해서 작은 평수에서만 살아야 한다는 것도 좀 이상한 생각 같아요. 왜 일인이라고 해서 공간의 넉넉함, 여유로움을 즐기면 안되나요?


왜 그런 시절 있지 않습니까? 형제들이 많아서 내 공간을 가져 보지 못한 시절. 그런 사람이 갖는 공간에 대한 집착. 네. 제가 그게 있더라구요. 물론 어쩔땐 이 집에 혼자 있으면, 공허한 느낌, 텅 빈 느낌, 좀 삭막하고 사람 에너지가 느껴졌으면 하지만, 그런 마음은 작아요. 아, 편안하다. 굳이 막 밖으로 쏘다니면서 뭔가를 찾아 헤메이지 않아도 마음의 평정이 찾아 옵니다. 혼자 거실에 누워서 빈지와칭 binge watching을 하고, 먹고 싶은 걸 막 먹고요. 누가보면 한심할 수 있겠으나, 그것에서 오는 편안함은 참으로 저한테 만족감, 안온함을 줍니다. 내가 충만하게 느낄 수 있는 자유. 전 그걸 포기 못하겠습니다. 어떤이는 말합디다. ‘나라면 남는 방 하나 세주면서 좀 경제적으로 더 편안하게 살겠다’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 돈을 버는 것에 대한 그 댓가를 지불할 때, 무엇과 무엇을 맞바꾸겠는가, 돈을 어떻게 쓰겠는가, 이건 정말로 개인의 취향과 성향과 성격, 정말로 사적인 문제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고르는 자는 유일한 한 사람. 접니다. 제가 선택하고 책임을 지는거죠. 전 룰루레몬 바지를 덜 살지언정, 저의 이 공간에 방해받고 싶지 않아요. 맞아요. 싫어요. 무엇에 대해 싫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 왜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지만요……


#저축이냐, 소비냐.

싱글로서 해외에 살때, 저축을 더 하면서 좀 타이트하게 살 건지, 아니면 소비를 좀 하면서 여유를 갖고 현재를 즐길건지, 이 문제 또한 햄릿의 질문처럼 중요하죠. 다만 햄릿은 그런 질문을 크개 한번 결정하면 되돌릴수 없는 던 한번의 결정인데, 저한테 이 질문은 사는 한 계속되는거 같습니다.

한국에 살든 해외에 살든 돈은 중요하죠. 그런데 해외에 살면 그 절박함이 더 강해지는거 같아요. 믿을 건 돈뿐이다. 뭐 그런 생각이 막 들때가 있어요. 돌싱이 되어서 더 마음이 짜그러든걸까요? 짜그러진 돌싱의 마음은 저축으로 향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액수를 저축하고 있는데요,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조금'은 무리라는 것을요. 사실은 무리를 하면 언젠가는 탈이 나겠지요. 그런데도 정말로 저는 그냥 '그렇게 생겨먹은' 사람인가봅니다. 현실을 좀 퍽퍽하게 살더라도, 그냥 마음이 편안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편안한 마음은 저축액입니다. 제가, 잘못사는걸까요? 저축액을 조금씩 줄여서 여행을 가고 싶습니다. 여행가고 싶은 곳은 그냥 다, 돌아다녀보고 싶습니다. 여기 저기 구석구석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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