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치원 첫날

워싱턴 주 공립 초등학교 유치부 협조교사의 일일

by 달순

워싱턴 주 공립학교에서 협조 교사로 일한 첫날의 감상을 기록하고자 한다.


#다시 일을 하려니 온 몸이 쑤시고 머리가 아프도다

올 여름에는 한 달간 여름 학교 일을 했었고, 이사를 하느라 한 달 정도 쉬었다. 9월 5일 오늘 첫 날을 시작했다. 워싱턴 주에서도 대체 교사 자격증을 받았고, 며칠 전 오리엔테이션 기간동안 '유치원에서 당장 일할 사람'을 구하길래 이 일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지원을 했다. 오늘이 그 첫날이었다. 어제는 '유치부 협조 교사' 오리엔테이션에 다녀왔고, 내가 앞으로 한달 동안 출근할 학교 방문을 했으며 교장 선생님께 눈도장을 찍었다. 시원시원하고 샤프한 교장 선생님, 오늘도 일하면서 복도에서 엄청 많이 마주쳤다.


#교실 풍경

모든 교실은 선생님의 취향, 가치관 등등을 반영하기에 다를 수 밖에 없다. 담임 교사의 교실에는 정말 내 눈에는 상당히 많은 교육 도구 등으로 채워져 있었다. 사실 협조 교사로 들어간 내가 도시락 통 하나를 놓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다섯 살이 된 아이들은 무엇이든지 만지고 싶어하기에 최대한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내 물건을 놓아야 하는데 수납함이 꽉찬 모양이었다. 스태프 룸(교사 휴게실) 냉장고에 겨우 자리가 있었다. 일단 내 도시락의 자리찾기는 성공! 자, 그 다음은 교사로서 내 자리를 찾아야 할 차례. 이 학교에는 총 유치반kindergarten이 세 반이며, 아이들은 평균 5세라고 한다. 오늘 첫인사를 나눈 담임 교사와 나와 같은 협조교사 kindergarten supporting team 총 세 명의 어른이 이 교실에 있게 되었다.


#교사로서 아침을 꼭 챙겨 먹을 것

오늘은 내게도 첫날이지만 아이들에게도 학부모에게도 '개학일'First day of School이라 사진을 찍는 부모가 많았다. 그들의 얼굴에는 '어이구, 내 새끼가 어느새 커서 유치원에 가다니! 장하다! 어느새 이렇게 세월이 흘렀을꼬!' 하는 감탄 섞인 표정이었다. 어떤 아이는 엄마와 헤어지기 싫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그러한 시간이 오전 8시에서 9시 사이. 아이들은 의외로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한다. 복도를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뛰어 다니는 한 아이에게 큰 소리를 치기보다 일단은 조용히 타이르고, 쫒아 다니고, 어쨌든 교사인 내 시야를 벗어나는 일이 없어야 하기에 막노동스러운 일이 많다. 이 아이는 결국 쓰레기통 뒤에 주저 앉았다. 또 특히나 5세 아이들의 낮은 키에 맞춰야 하기에 카펫 바닥에 쭈그려 않거나 양반 다리로 앉는 일도 상당했다. 그러다보니 공복에 주스 한 잔 갈아 마시고 온 나의 불찰이여! 내일부터는 든든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점심 때인 12시 반까지 버틸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하다. 심지어 오늘 나의 휴식은 중간에 10분, 점심은 30분이 안되었다. 오, 마이 마이. 이 부분은 조금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으니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협조 교사의 역할

우선 나는 페라 paraprofessional 보조 교사는 아닌 협조 교사 classified teacher인데, 오늘 일을 하고 받은 느낌은 아무래도 보조 교사에 더 가깝다. 나는 이 교실에서 우선 한 달동안 일하기로 되어 있기에, 일 년을 아이들을 끌고 갈 담임 교사와 아이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담임 선생님한테 물어봤니? 담임 선생님이 그렇게 하라고 하시든?" 과 같은 질문을 많이 했다. 담임 교사의 말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긴 한데, 정말로 어떤 아이들은 내 말을 무척이나 쉽게 무시해 주신다. 나 혼자 대체 교사로서 한 교실을 책임져야 했을 적에는 수 개월간의 경험을 기반으로 어느새 나는 조금은 무서운 대체 교사가 되어 있었다. 특히나 아이들 중 대체 교사를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었다. '오늘 아니면 선생님을 볼 일이 없을건데요!'라고 대놓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었으니, 이런 아이들과 하루를 잘 보내려면 당근과 채찍이 많이 필요했다. 그런데 협조 교사는 말그대로 협조, 보조이기에 담임 교사의 가르치는 스타일, 훈계 방식이 중요하다.


#그래도 귀여운 아이들

그래도 귀여운 아이들이 있다. 헤어지기 약 삼십분 전, 담임 교사가 "오늘 처음 알게 된 두 사람과 악수를 하거나 가볍게 포옹하세요." 했더니 한 여자 아이가 내게 와서 포옹을 해 준다. 아이쿠, 감사하고도 귀여우셔라. 오늘의 피곤이 절반은 가시는 듯 하다. 또한 아이들도 이 교실과 화장실이 낯선지, 한 여자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에 갔다. 손닦는 휴지를 손으로 뽑아서 써야 하는데, 갑자기 목에 걸었던 화장실 패스를 화장지가 담겨있는 플라스틱 가운데에 갖다 대었다. 그걸 갖다 대면 자동으로 휴지가 나올줄 알았나보다. 캬하. 그래도 창의적일세!


#타이레놀 한 알, 그래도 이정도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하루

세시 반. 학교 주차장으로 나오자 첫 날의 긴장이 풀렸는지, 두통이 더욱 심해졌다. 집에 와서 타이레놀 한 알을먹고 한 시간 정도 누웠다 일어났더니 그래도 많이 개운해졌다. 와우, 뭐든지 돈 버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정도면 내일 다시 출근할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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