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왔나?

미국 이민, 이유가 뭐였지?

by 달순


미국으로의 이주를 결심한 당시 나는 삼십대 초반이었고, 국문학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었는데, 학위와 무관한 회사에 들어갔다. 회사가 뭐라고, 그 직장을 얻기 위해 나는 전장에 나가는 사람처럼 독서실에 다녔다. 독서실에서 이력서를 넣고, 벼라별 정신적 널뛰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독서실에 가기 전에 그럼 무엇을 했나? 우크라이나에서 2년간 살았다. 우크라이나에서 살면서도 불안의 심지가 마음에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뭐하지? 어떻게 먹고 살지?' 그래서 남들처럼 번듯이 직장인이 되고 싶었다. 직장인스러운 옷을 입고 출퇴근을 하는 것이 현대인의 '모양'이고 자식된 도리라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건만 반드시 입어야 할것만 같은 옷을 입었다.

그 직장생활을 결국 이 년을 못채웠다. 자유 영혼으로 이십년 넘게 살아온 내게 직장 생활은 '움직이지말고 가만히 있어!'라고 주문하는것 처럼 느껴졌다. 분명히 출퇴근을 하고 오전 7시 반부터 저녁 4시 반까지 주 5일을, 내 삶의 8할을 보내는 곳이 직장이었건만 성장한다는 기분보다는 그냥 시간을 때우고 버티면 이백만원이 들어온다는 생각으로 참았던 시간이다. 그 직장의 겉은 나쁘지 않았다. 정규직 사원이었으며 중견기업에 회사 이미지도 나쁘지 않았다. 오후 네시 반이 넘으면 슬슬 퇴근 준비를 했었고 야근은 많지 않았다. 그나마 인간 냄새가 풍기는 곳이었건만, 왜 나는 그곳을 못견뎌 했을까. 직장 내에서 성장을 한다는 것은 무엇이었나?

회사는 내가 무엇인가를 줘야 하는 곳이다. 그래서 회사가 이익을 남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그 댓가로 나는 월급을 받는다. 다만 내가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한번 회사원이 되면 그저 생활의 전부가 그것이라는 것. 나는 글도 쓰고 싶고, 창의적인 일을 하면서 회사생활을 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내게는 꿈이었다. 체력과 시간이 혹은 어쩌면 노력이 받쳐주지를 못했다.

그런데 마침! 남자를 만났다. 남자는 나처럼 생긴 한인인데 미국에서 왔단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국? 그래? 라는 웃음기가 담긴 반짝이는 눈이 내게 그때 있지 않았을까? '아, 이 남자를 잡으면 정말 내게 미국 생활이 그려지는건가?' 라는 반짝반짝거리는 눈. 그 눈빛은 미국이 어떻게 생겼는지, 이민자의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채 무지몽매함에서 나오는 호기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호기심과 남편에 대한 애정, 그리고 회사를 절대적으로 때려치고 싶다는 절박함, 그리고 어쩌면 당시 한국땅에서 쉽게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음 이 모든 것들이 얽혀 결국엔 비행기에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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