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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순 Jul 23. 2019

미국 의료 보험  

미국 이민 6년차, 공무원은 공노비?, 의료보험 미국과 한국 


#한여름의 시작, 비가 잠깐 온 워싱턴 주 

    비가 한차례 몇분간 촤악 내리더니 다시 창 밖으로는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정말로 이 도시에는 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달리지 않는다. 남편은 이 도시에 와서 달리기 시작했다. 번아웃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일을 많이 하는데, 거기에 또 달리기를 하다니...... 나로선 이해되지 않는다. 남편은 일찍 직장에 나갔고, 나는 휴일을 맞이했다. 나만의 달콤한 휴일. 가장 좋은 시간은 이렇게 앉아서 글을 쓸 때다. 


#미국 이민 6년째. 연방 공무원 8개월차. 

    한국에 있는 친구와 예전에 카톡을 했다. 그녀가 쓴 표현 '공노비'가 참 신선하게 다가왔다. 요새는 공무원을 '공노비'라고 하나보다. 공공을 위한 일을 하는 노비신세. 맞는 말이다. 그런데 미국 결혼 이민을 와서 나는 '무조건 공무원'을 속으로 외쳤었다. 그 타이틀을 달면 이민 인생의 한 귀퉁이가 '정년 보장'이라는 말로 단단해 질 줄 알았다. 연방 공무원 8개월차인 요즘 머릿속에 들어온 단어는 공노비다. 한국에서도 '공무원'이 인기직종이 된 것은 10년도 채 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미국은 공노비에 대한 인식이 더 낮다. 이유는 경기가 좋기 때문이다. 호황에는 돈 많이 주는 사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좋고, 불황에는 안전한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그래서 현재 미국은 공무원에 대한 인기도가 낮다. 이민자, 안정성을 찾았던 내게는 오히려 야호!였다.  

    그런데 요즘 내 배가 불렀던 탓인가. 아니면 일에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도 조금씩 이 미국 사회를 알아가고 미국화되는 것인지, 내가 찾았던 꿈의 직업에 대한 환상이 조금은 깨졌다. 일에서 나는 '미국 사회를 잘 모르는, 순진한 한국 (토종) 여자'이미지가 있다. Bottle Blond라는 표현이 여성들이 머리카락을 금발로 염색했을때, 그 머리색을 이렇게 표현한다는 것도 대화를 통해 알았다. 아, 그렇구나. 그런 표현이었구나...... 나는 몰랐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고, 동료도 말한다. 거봐, 너는 오늘 또 새로운 표현을 배웠어! 뭐 나를 얕보거나 말거나 일단 나는 하나 배웠음에 더 중점을 둔다. 마를린 몬로가 시골 농촌인 캔사스 주 출신이며 그녀의 본명도 노마 진이란다. 그녀의 머리가 가짜 금발: 바를 블런드bottle blode다.  

    이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이들이 공무원을 하는 이유는 의료보험과 은퇴연금retirement 때문이다. 그래. 나의 육십대를 생각하면 이 일을 하는 것이 옳다. 


#오, 내가 이 나라에 살수록 '무섭게' 느껴지는 것: 미국의 의료보험 

    의료보험에 대해서는 최근에서야 할 말이 많아졌다. 우리는 군가족이다. 나는 미국에 사는 6년동안 의료 보험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 다만 한국처럼 정기 검진이 없어서, 일일이 항목을 따져서 검사해야 한다. 평소에는 의사를 찾지 않다가 문제가 생기면 의사를 만난다. 의사와 약속을 하는 것 자체가 긴 시간이 요구된다. 한국 같으면 바로 검진을 받으러 가면 된다. 여기선 전화로 예약을 하고 보통 1-2주 걸린다. 휴...... 그 사이에 그냥 몸이 나아져서 안 가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치아에 문제가 있었다.

    왼쪽 어금니 밑이 욱씬거렸다. 그래서 일단 우리의 보험을 받는 치과를 온라인으로 찾았다. 어느 병원이 좋다더라, 어느 치과의사가 잘한다더라. 사람들의 경험에 근거한 병원 찾기는 인맥부족으로 어려웠다. 온라인 상으로 보험 적용이 되는 치과를 찾아 전화 예약을 했다. 치아 전체 엑스레이(Panoramic X-ray)는 2년에 한번씩 찍어야 보험 적용이 되는건데, 그 기간 안에 엑스레이를 찍었다고 100불 가까이 내랜다. 으드드..... 치과 의사 선생님 만나는 건 기본 대기 30분은 있어야 한다. 거의 '영접'하는 수준으로 선생님을 뵙고, 선생님은 내 입안 한 번 보고, 엑스레이를 유심히 보고 10-15분 만나면 또 거의 200불에 가까운 돈이 청구된다. 그 다음에는 내게 하는 말이 Abcess가 있댄다. 그 말뜻을 몰라 열심히 검색을 했더니 염증이다. 십년 전 신경치료를 하고 금으로 씌운 어금니 아래에 염증이 생겨 그걸 치료하고 다시 크라운 씌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모든 숫자를 계산기로 두드리더니, 보험 커버가 된 후, 내가 내야 할 돈은 약 600불이었다. 어쩌겠나...... 이것 때문에 한국에 날아갈 수도 없고..... 순진한 나는 그 한번의 금액을 내는 것으로 끝인줄 알았다. 그 돈이면 크라운 치료까지 다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오, 마이, 갓뜨...... 삼 주 뒤 다시 갔더니, '저번에 낸 돈으로 염증 치료가 다 되었고, 이제 크라운을 씌워야 한다. 오늘 말고 다음에 오면 그 시술을 할 건데, 그때 너가 내야 되는 돈은 보험 커버가 되고 600불이야' 란다. 정말로 종이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도대체 니들이 나한테 뭘하는거야!!! 

       답은 한마디다. '너가 있는 곳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그렇다. 사회가 다르고 시스템이 다르고 국가가 다르니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이 치과는 양반 수준이었다. 이 치과는 적어도 나에게 사기를 치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 뒤 이상하게 오른쪽 어금니가 또 욱씬거렸다. 아, 이건 뭐야! 알고보니 삼십대 후반에 내게 찾아온 첫사랑보다 더 아픈 사랑니였다. 오른쪽 아래, 위쪽 위에 하나씩 사랑니가 있는 건 알고 있었다. 2년전 한국에 갔을 때 치과 선생님이 보시더니 괜찮을것 같다. 그래서 내버려뒀더니, 이 어마무시한 미국에서 사랑니 하나 빼는데 800불을 달랜다. 오, 마이, 갓뜨...... 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내 이빨이고, 내 치통인데 말이다...... 

    금요일 아침에 Oral Surgeon에게로 갔다. 그런데 떡, 하는 말이 '수술 전에 돈을 내야 합니다'이다. 엥? '수술 하고 내면 안돼요?' 라고 물었더니 안된다고 딱잘라 말한다. 아니 왜?????? 그러나 일단 사랑니는 뽑아야 함으로 냈다. 그것도 한 방에. 그리고 삼십분에 걸려 마취를 하고 수술을 했다. 일어났더니 남편이 이미 와 있고, 나는 마취 후 깨어난 터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사랑니 뽑는것도 한국과 미국에 차이가 있나보다. '네이버 검색'으로 알아본 사랑니 후 통증은 1-2주면 끝이나고, 실밥도 푼다 라고 나와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내 입안을 봐도 실밥은 안 보이고 3주째 통증이 있었다. 욱씬욱씬거리고 누군가 큰 힘으로 내 잇몸을 뭉개는것 같았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다시 Oral Surgeon을 찾아갔다. 분명 전화로는 의사샘을 만나는것처럼 예약을 했는데, 간호사 두 명이 내게 플라스틱으로 된 주사기를 주면서 어떻게 하면 wash out을 할 수 있는지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어금니 뒤에 난 구멍에 음식물 찌꺼기가 제대로 씻기지 않아서 아픈거란다. 아아아아아아...... 미국에선 사랑니 뽑고 꼬매는게 없나보다. 삼십년 미국살이중인 남편왈, '여기는 좀더 자연스럽게 낫게하는거 같아......' 한국에선 10만원선에 사랑니를 뽑고, 치유도 빨리 되는데 미국에선 보험커버 되고도 800불을 내고 근 3주가 넘어야 조금씩 아무는 느낌이다. 아아아아아아. 이따위 비교는 할수록 괴로울 뿐이다. 

    이 오럴설전 수술을 하는 치과가 사기를 쳤다는 것은 우리가 보험사에 전화를 해서 알게 되었다. 치과에서 '내역서'라고 준 서류에 해당 항목이 있고, 그 코드가 있었다. 예컨데 D123, 내용은 전신마취. 그런데 보험사에 전화를 해서 각 항목을 알려줬더니, 그 항목에서 보험사가 내는 비용이 얼마이고, 개인이 부담하는 내용이 얼마라고 딱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그 액수에 차이가 있었다. 예컨대 치과에서는 개인부담으로 300불이라고 했던 것이, 알고보니 그 액수의 200은 보험사에서 내 주는 것이고 나는 100만 내면 되는 것이었다. 와우, 이런 식으로 정말 사기를 치는구나...... 결국 우리는 이 치과에서 다시 일정 금액을 돌려받았다. 그런데 그들의 태도에는 '미안함' 이 없고, 서류상 오류라니 어쩌니와 같은 말만 하면서 우리가 세 번째 전화를 하고나서야 우편으로 첵check을 보내줬다. 

    이러한 나의 이민 6년차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건 다행이다. 가끔 '일'의 정의에 대해 생각한다. 팟캐스트로 어느 스님이 한 말이 떠 오른다. 그의 말을 내식으로 번역하자면 '일은 단순하게 생각해서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쓸 수 있다. 일에서 어떤 명예를 찾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 앞서 일은 그 일을 함으로써 얻는 경제적 가치 그이상 그이하도 아닐 수 있다.' 이같은 셈법을 따지자면 내 계산은 틀리지 않았다. 미국의 의료보험이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것은 미국에 사는 모든이들이 느끼지 않을까....... Wellness 나를 잘 보살피는 것만이 병원에 덜가는 길이라 생각하고 먹는 것에 신경쓰고 운동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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