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순 Oct 11. 2019

나의 일상에 번개가 치듯 영어가 들어온다.

일하면서 배우는 영어 

    언어는 생활이고,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없으면 당연히 언어는 죽은 언어가 된다. 성인이 되어 이민 온지 육 년 차인 나. 집에서는 남편과 한국어를 구사하고 휴일이면 ‘김현정의 뉴스쇼’ 팟캐스트를 들으며 청소기를 돌린다. 맑고 또랑한 그녀의 목소리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한인 사고 소식을 전해준다. 청소기를 돌리다 말고 혼자 묵념을 한다. 주중에는 일터로 나간다.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영어의 세계에 진입한다. NPR라디오를 켜니 버지니아 비치의 총기 사고를 전하고 있다. 사망자들을 생각하며 또 혼자 묵념을 한다. 

    바깥 세상의 비극을 뒤로 하고 일상으로 들어온다. 아이러니 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일터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영어를 학습이 아닌 ‘체득’한다. 그냥 좀 쪽팔리더라도 모르면 묻는다. 이것이 내 작은 삶의 철학이 되었다. 다만 물어볼 때는 상황과 눈치를 파악하여, 아, 저 사람이 내게 친절히 대답해 줄 것인가를 고려하여 질문한다. 때로 일터는 지뢰밭이 되기도 하고 꽃밭이 되기도 한다. 사람을 파악하고, 입을 다물 때 다물고, 또 웃을 때 웃고, 또 모를 때 ‘친절한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 그것이 내가 일터에서 배우는 사람을 대하는 기술이다. 

 

아래의 일화들은 내가 생활과 일터에서 쪽팔림을 뒤로 하고 배운 영어 조각들이다. 그 조각들을 삽화 형식으로 만들어 보았다. 

 

개 집에 있는 너! 무슨 문제를 일으킨 게냐! “In the Dog House”

하루는 미쿡인 여성 미쉘은 다른 미국인 남성  대니를 향해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한다. “Now you are in the dog house!이제 넌 개집에 있는 신세로군! 하하하하하하” 

나는 미쉘에게 쪼르르 달려가 물어본다. ‘집에 있는 개라고? 이게 무슨 말이지? 대니가 왜 개집에 있다는 거여?’ 어리둥절 두둥절한 미국 생활 육년차인 내게 착한 미쉘은 설명해 준다. “아, 그러니까 이건 주로 남자들한테 쓰는 표현인데, 남자들이 아내들하고 문제를 일으켜서 거실 소파에 편안하게 있지 못하고 개 집으로 쫒겨났다는 식으로 말하는거야.” 아하하하. 그제서야 나는 편안해지고 웃음이 난다. 바로 그런 표현이었구나! 

 

Hindsight is 20/20 

하인드 사잇. 발음도 어렵다. 이 표현을 얻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하루는 낯선 사람이 내게 너무도 무례한 행동을 했다. 무척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나는 참말로 그 순간에 그 인간에게 제대로 된 하이킥 하나 날려보지 못하고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작은 사건은 그냥 후루룩 지나가 버렸는데 나는 한참 동안 그 생각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나의 친구 미셸에게 갔다. 우는 행세를 하며 미셸에게 고자질하듯 미주알 고주알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파랗고 커다란 눈을 반짝거리며 이 말을 내게 던진다. “Hindsight is 20/20” 어떤 일을 가장 잘 아는 때는 바로 일이 벌어진 뒤라는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 의료 보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