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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순 Dec 17. 2019

이럴 때도 있다.

이민의 아픈 속살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게 맞는것 같다. 이 글은 최근의 약 한 달 동안 내가 어떤 상황을 거쳐 이같은 결론에 도달했는지를 기록하는 글이 될 것이다. 이민에 대한 좌절감, 해외 살이의 지치는 마음은 이런 의외의 순간에 나타난다. 


시작은 웅-웅-웅 

    우리집은 방 한 칸짜리 아파트다. 이 층짜리 건물에서 이 층에 살고있다. 아랫층에는 타투 가게가 있다. 타투 가게는 원래 우리 집 바로 아래층이 아닌 그 옆집이었는데, 장사가 잘되었는지 사업을 확장했다. 문제는 한달 전부터 밤에 잠을 자려고 하니, 밑에서 웅-웅-웅하는 소리와 울림이 들렸다. 처음에는 참았다. 그런데도 그 소리가 계속 들려, 추수감사절 전날에는 도저히 잠을 청하기 힘들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 소음은 크게 음악을 틀어놓아서 모든 이들이 동의할 수준의 소음은 아니지만 나로선 잠에 방해가 되는 수준이었다. 소리의 음량보다 그 울림이 끊임없이 밤새도록 일어난다는게 문제였다. 나는 그동안 침실이 아닌 거실에서 자 보았고, 심지어 옷방에 가서도 잠을 잤다. 옷방Closet은 옷들 때문인지 그 울림이 적었다. 바닥에서 자느라 허리가 아팠지만, 귀가 편하니 그나마 잠이 왔다. 수면부족으로 예민해 질 때가 잦아졌다. 그래서 그 타투샵에 총 4번 방문했다. 


   1차 방문을 했을 때, 젊은 백인 여성이 있길래 설명을 했다. 내 말에 상당히 '띠꺼운' 표정을 지으면서 '알겠어요. 샵을 닫기 전 천장에 있는 팬을 끄겠어요.' 했다. 나는 그녀의 그 '띠꺼운 표정'의 근원을 알 수 없다. 

그녀의 표정 뒤에 있는 말은 '아니, 왠, 엑센트가 있는 아시안 여자가 여기 와서 난리야!' 였을까...... 

아니면 미국에서는 영역 property 에 대해 상당히 민감해서 일까....... 

1차 방문 뒤에도 여전히 그 소음/울림은 있었다. 그동안 남편은 몇 번의 출장이 있었다. 집에 오면 골아떨어지고 어찌나 나에 비해 덜 예민한지, 나의 스트레스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무슨 소리가 들린다는거야? 웅웅웅? 흠.. 잘 모르겠는걸?' 남편의 이런 반응이 내게는 별 도움이 안되었다. 오히려 내 예민함이 문제인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게 했고, 그러다보니 더욱 우울해졌다. 왜, 나의 스트레스는 이해받지 못하나!


    2차 방문을 했을 때는 그 전에 봤던 여성이 아닌 다른 백인 여성이었다. 역시 밤이었고, 나는 결심을 하고 문을 두드렸다. 쾅쾅쾅쾅. 문을 두드리는 내 손과 그 소리에 그녀가 두려움을 느꼈나? 

내 입장에서 간곡하게 설명했다. "정말 내가 밤에 잠을 못자서 그래요. 제발 일 끝나고 집에 갈때 저 천정에 있는 저 팬좀 꺼 주세요. 저 fan 바로 위에 내 침대가 있어서, fan돌아가는 소리와 울림 때문에 잠을 못자요. 당신이 직접 저희 집에 와서 직접 확인해 봐도 좋아요." 

그녀의 표정은 뚱하면서도 뭔가 살짝 겁먹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내 말을 다 듣더니 그녀가 하는 말은 '그런 문제는 아파트 사무실에 가서 이야기 하셔야 해요.' 였다. 어이가 없었다. 왜, 내가 아파트 사무실에 가서 이야기를 해야해? 문제를 일으키는 곳이 당신네들이고, 내가 바로 위층에 살아서 직접 와서 이야기 하는게 문제가 되는거야? (그런데 정말로 이것은 미국에서는 상당히 예민한 문제라 큰 문제가 될 수 있는것 같다. 직면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나중에 나의 이러한 간곡한 사정은 '괴롭힘'harrassment라는 말로 되돌아왔다. 아시안 여자, 너가 자꾸 우리 사업을 방해하고 있으니, 한번만 더 찾아오면 경찰을 부르겠어. 너가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거라고! 이것이 그들의 최종 결론이었다. 내가 직접 타투샵을 방문했을 때의 느낌은 '와, 성도 이런 성이 없구나. 천장은 어찌나 높은지, 선풍기 팬이 돌아가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3차 방문은 아침에 이뤄졌다. 나도 좀 집요하긴 집요했다. 소음이 멎질 않으니 내 방문이 있을 수 밖에...... 소음 이후로 집에 있으면 정말로 정신이 이상해질것 같았다. 머릿속에서 이 웅-웅-웅 하는 소리가 계속 울리는 것만 같아, 집안에만 있으면 신경이 절로 날카로워졌다. 그런데 남편은 어찌나 착하게도 둔하신지, 오히려 나만 이상한 외쿡인 이민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3차 방문시, 이 곳에서 일하는 또 다른 사람은 나를 정말로 친절하게 맞이해줬다. 이 때, 나는 2장의 편지를 써서 그걸 전달해 줬다. 그 내용은 '이 날 이날 내가 방문해서 이렇게 시정해 달라고 했는데도, 나는 계속 소음공해로 잠을 잘 못자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반응은 '아, 미안해. 사실 우린 여기 천정이 높아서 fan이 켜져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몰라. 아마, 우리가 갈때 깜박해서 그런것 같아. 지금 사장은 없으니 내가 너의 이 노트도 잘 전달해 줄게.' 

    3차 방문후, 며칠이 지났다. 하루는 일이 끝나 집에 왔더니 남편이 이같은 말을 한다. '너 때문에 오늘 아파트 관리소 여자H와 싸웠다.' 사실 나는 그런 표현도 싫었다. 왜 그것이 나때문인가..... 문제는 아파트 관리소 여자 H였다. 남편의 말에 따르면 '당신의 아내가 자꾸 타투샵을 방문해서 그들의 사업을 방해하므로, 이는 harrassment에 해당하니 앞으로 더 찾아가면 경찰을 부를겁니다.' 

    남편 역시 이 아파트 사무소 여자의 전화에 분노가 극이 달했다. 아파트 관리소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세입자 편이 되어 줘야 하는것 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일단은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하는게 기본 아닌가? 난 분명히 이 아파트 관리소에 몇 번 전화를 했지만, 한 번도 전화를 직접 받은 사람이 없었고 늘 음성 메시지로 넘어갔다. 그래서 음성 메시지를 남겼지만, 그걸 듣고 H가 내게 전화를 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한 마디로 내 말은 싸그리 무시를 했으면서, 타투샵에서 연락이 오니 그 말만듣고 적반하장으로 나를 가해자로 몰아세운 꼴이 되었다. 아...... 이런것인가. 미국에 살면서 내가 '남의 사업장 방해꾼'이 되다니. 참..... 헛웃음도 안 나온다. 

남편의 처신은 나보다 훨씬 프로 다웠다. 그래, 미국에서 30년 산전수전을 다 겪었을 동갑내기 남편. 그래서 그는 적절하게 대처를 했다. 다만 그 다음 날 내 처신이 문제였다. 


    토요일에 집에서 쉬려고 했는데, 나는 정말로 밑에서 울리는 그 웅-웅-웅 때문에 한마디로 돌아버릴 것 같았다. 그래도 끝까지 참았다. 단순히 생각해서, 이들의 샵이 8시에 문닫는다고 써있길래, 정확히 8시에 내려갔다. 내 계산은 '아, 이 사람들 또 fan켜 놓고 가면 오늘 밤 내 잠은 끝이야.' 이었다. 그래서 내려가서 정말로 간곡하게 말했다. 

    그리고 오늘 받은 경고장. 경고장 내용을 요약하자면 '한번 더 타투샵가면 너는 10일 안에 이 방 비워야 한다' 였다. 트헉...... 내가 그렇게도 잘못을했던가......   


다시 결론으로. 

이럴 때도 있다. 내 입장에선 그냥 '천장에 있는 fan이 시끄러우니 사업 시간 끝나고 나갈때 제발 꺼놓고 가주세요' 였는데, 그것이 '너가 자꾸 우리 사업 방해하니깐, 한번 더 그러면 너가 나가!'로 돌아왔다. 무엇이 잘못인가. 

이 일이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일어났다면 어떤 모습일까. 

내가 '엑센트가 있는 아시안 이민자'가 아니라, 이 동네의 90%를 차지하는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백인이라면 어떠했을까. 

내가 배운 결론은 I need to be careful 이며, confrontation이 절대로 좋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식이라면 대면해서 싸우는게 답일 때도 있는데, 오히려 내가 그렇게 했더니 돌아오는 답은 harrassment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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