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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순 Jan 02. 2020

나의 새해 2020

    새해가 밝았다. 새해라고 해봤자, 이 곳 워싱턴 주의 겨울은 여전히 음산하고 춥다. 도무지 파란 하늘을 보여줄 기미가 없다. 그래도 시간은 간다. 그리고 나는 한국 나이로 마흔이 되었다. 숫자에 집착하지 않기로 한다. 나이에 집착한다고 긍정의 답이 나오지 않는다. 마음의 의지. 젊음이라는 기운을 놓지 않겠다. 


#사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의 지난해 2019년 역시 다사다난했다. 그 많은 욕심의 산을 넘고 넘어, 되돌아보면 참 다행이다 싶은 것은 그래도 우리 가족중 아무도 큰 우환없이 잘 지냈다는 것. 몸이 아프면 그처럼 힘든 일이 또 있을까. 

      

#안녕Goodbye 2019, 그리고 안녕Hello 2020 

    시간과도 이별을 하지만 나의 새해 변화는 장소와의 이별이 기다리고 있다. 얼마전부터 직장 사람들에게 "나 이직하게 됐다. 그동안 고마웠어." 와 같은 말들을 하고 다닌다. 짧은 이별 인사도 참 많은 에너지가 든다. 한번은 내 상사도 아닌 다른 상사 K에게 인삿말을 했다. 사실 K는 내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 아니었건만 말을 하는데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날 뻔했다. 나의 고약했던 관계를 지켜본 사람이 K라고 짐작을 할 뿐이고, 그 모든것이 지나간 것임을, 그래서 더 이상 굳이 마음을 쓰지 않아도, 기억을 하지 않아도 됨을 확인하는 눈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제는 동료 G와의 짧고도 굵은 악수가 있었다. 이 일터에서 14개월전 면접을 보고 나와 컴퓨터로 일처리하는 데 도와준 사람이다. 그와 대화를 나눈건 아마 그때가 가장 길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14개월이 지나 다시 이 곳을 떠날 때, 그는 It was pleasure to have you on board. 너와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와 같은 멋진 말을 해줬다. 역시, 미국 사람들은 악수를 할 때 강하고 단단한 힘을 준다. 그것이 이들의 방식이다. 육년 전 나는 나약하고 '뭔가 모르는' 이민 아시안 여자의 이미지였다면, 이제는 악수를 할 때도 그들처럼 내 힘을 다 해 쥔다. 

    일터에서 사람들과의 인연은 정말로 고마운 인연들이 많다. 일단 나는 그들이 속속들이 말하는 수다에는 잘 못끼었다. 일대일의 대화는 쉽고, 내가 주도할 수 있었지만, 그외의 그룹끼리 혹은 둘둘끼리 수다를 떨때 내가 옆에 가서 엿듣는것도 웃겼다. 처음엔 그것이 스트레스였다. 아, 난 언제나 이렇게 이방인인걸까? 아마 이 구술영어는 미국 일터에서 일하면 끊임없이 나를 간지럽히는 무엇인가가 되겠지. 그래서 해외에 살면 스스로를 갈고닦고, 채근질하고, 게으름 피우지 말고 조금이라도 더 배우려고 한다. 나는 그것이 불편하면서도 또 배움의 기회로 삼기도 한다. 그런데 이제 갈 때가 되어 이들과의 인연을 돌아보니 한 가지가 보였다. '나는 늘 이들과의 게임에서 늘 언저리, 밖에만 있었잖아.' 라고 징징댔는데, 실은 그것은 내 스스로 만든 편견이었다는 것. 그 속에도 참으로 맑은 영혼과도 통하는 순간이 있었고, 또 뭔가 아니다 싶으면 나는 눈을 똥그랗게 들고 맞장을 뜨기도 했으며, 그것도 아니면 믿었다고 여겼기에 뒤통수를 쳤다고 느껴졌을 때는 쪽팔림도 없이 사람들 앞에서 엉엉엉 대놓고 울기도 하며 수많은 드라마 한가운데 있기도 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얘들아, 고맙다. 


#중심 잡기

    사실 나는 새 일터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굳이 알리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것도 조금은 부담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내가 중심을 잡고 있겠다는 것. 그리고 굳이 멀리를 내다보지 않겠다는 것. 

나: 오늘 일끝나고 뭐 할거야, D? 

D: 오직 오늘만 생각할거야. 

    참 우문현답이다. 나는 늘 당신의 계획, 미래, 이런걸 궁금해 하는데, 진짜 시간을 온전히 잘 쓰는 사람은 오늘에 충실한 사람이라는 것. 마음에 새기고 또 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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