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음이 불편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침 명상도 대충대충 후다닥하고 흉내만 내고 지내와서일까. 사라진 줄 알았던 불편함이 마음 언저리에서 조금씩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불행 짜증 우울 쓰리콤보가 며칠 전부터 내 주변을 기웃거리며 감정을 들쑤시더니 결국 오늘 불쑥 문을 열고 들어와 온 마음을 점령해버렸다. 예정 없는 불청객의 뻔뻔한 방문에 마음은 비상모드. 별일 아닌 것에도 짜증이 밀려왔다. 늘 해오던 일상 루틴이 모두 바보 같은 일처럼 느껴진다. 진전도 별로 없어 보이는 일들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아 마음이 초조해졌다.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
영혼이 작은 목소리로 말해주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잠을 자버렸겠지만 다년간의 잠만보 노하우로 잔다고 만사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미련한 습관으로 한 가지만큼은 확실히 배웠으니 인생은 공평하지 아니한가. 오늘 저녁은 몸을 움직이는 것을 택했다. 짜증이 폭발하여 가족에게 옮기기 전에 후다닥 집을 탈출했다. 날씨가 무척 좋아 나오자마자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자전거로 공원을 달리다 보니 까닭 모를 불쾌함이 갑자기 해소되었다. 대부분의 우울한 감정은 바람처럼 찾아왔다 바람처럼 사라진다. 부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몸을 움직이는 등 다른 행위로 신경을 돌리면 대부분 짜증은 나를 스쳐 지나간다. 짜증 게이지가 쌓인 다른 사람을 찾아 떠나는 것이려나. 화를 낼수록 화는 해소되지 않고 은행 이자처럼 커져버려, 거대한 짜증으로 주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그 속에는 최고로 불행한 자신이 존재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겠다.
자발적 백수로 지내다 보면 소속감의 결여로 불안함이 찾아올 때가 있다.
직장을 다닐 때는 회사에 다니는 바보가 될까 봐 걱정을 하고, 백수로 지낼 때는 회사를 다녀야 하나를 걱정하고
걱정은 인생의 필수템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쓸데없이 많은 시간을 걱정에 사용한다.
부질없다. 미래에 대한 걱정은 삶을 갉아먹을 뿐이다.
허망한 꿈도 부질없다.
충실한 오늘 하루 만이 내가 느낄 수 있는, 보장할 수 있는 행복이다.
그러나 말처럼 행동이 쉽지는 않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려 하지만 미래와 연관된 부정적인 생각들이 현실에 끼어들어 다시 고민을 생성해낸다.
얄미운 새치기는 정신세계에서도 늘 일어나는 일이다.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게 맞을까? 만일 이렇게 살다 나이가 들어 돈이 없는 신세가 되어버리면 어떡하지? 이런 상태로 결혼을 할 수는 있는 걸까? 다들 앞서가는 것 같은데 나 혼자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걱정을 하다 보면 한도 끝도 없다.
마치 자성이 강력한 거대 자석이 주변의 온갖 부정적인 생각을 끌어모으는 것 같다.
걱정이 쌓이다 보면 괜히 종업원이 나에게 더 불친절한 것 같고, 내 엉덩이는 어제보다 더 처져있는 것 같으며
별것도 아닌 것들이 다 미워 보인다. 모든 사람들이 나의 감정을 건드린다. 자존감은 바닥을 친다.
다행인 것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우리 내면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꼭꼭 숨어있기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밖으로 나가보자.
엄청난 운동을 한다기보다는 가볍게 걷거나 조깅을 하는 것이 좋다.
걷다 보면 방 안에서 나를 괴롭히던 부정적인 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끼어들 틈이 없다.
걷는 것의 묘미는 내가 내딛는 한 걸음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아닐까.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주변을 살펴보게 될 것이다.
산책하는 가족들 혹은 너무 신나버린 강아지를 보며 나도 모르게 행복해진다.
불행도 행복도 사실 별것 아니다. 별 이유 없이 찾아왔다 떠나가는 것일 뿐.
오늘 하루에 불행 덩어리가 붙어있다면 막 샤워하고 나온 강아지처럼 푸르르르 털어내면 그만이다.
내가 좋아하는 활동으로 부정적 감정을 털어내자.
한 걸음을 내딛더라도 정성을 다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법.
어제보다 한 걸음 나아갔으니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네요.
조급함을 버리고 겸손하게 나아가자.
알면서도 까먹으니 매일 되뇔 수밖에 없다.
기분이 처지는 일만 있는 건 아니었다.
책 선물을 받았다. 책을 받은 건 너무 오래간만이어서, 그리고 예상치 못한 선물이어서 하! 하고 기쁜 웃음이 나와버렸다.
내가 서점 가서 사지 않았을 류의 책이어서 더 좋았다.
다른 선물을 받으면 부담스럽고 빚을 진 것 같은 기분인데
책 선물은 왠지 모르게 따뜻하다.
매일 아침 기상하여 영어 필사를 한다. 외운다기보다는 문장의 구성을 익숙하게 하기 위한 훈련인데 이게 맞나?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누군가가 알려주는 게 아니니 시행착오를 거치며 공부를 해나갈 수밖에 없다. 작년 11월부터 해왔으니 약 6-7개월 정도 해나가고 있는데 확실히 영어 문장을 읽는 것이 편해졌다. 그러나 단어를 알아야 문장이해도 및 속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아직도 단어는 꾸준히 해야겠다. 단어량이 많이 부족한 부분을 느낀다. 특히 가끔 영어 소설을 읽을 때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아마 레벨에 맞지 않는 책을 선택한 것 같다. 욕심이 많고 의욕이 앞서 높은 레벨의 책을 자꾸 구입하는데, 좋지 않은 습관 같다. 더 쉬운 레벨의 책을 구입하여 공부해봐야지.
사실 필사를 한다고 회화가 자연스레 늘어나는 건 아니어서, 요즘은 필사한 것을 저녁에 낭독하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내 억양으로 영어를 하는 거니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오디오 파일이 있는 콘텐츠 위주로 낭독, 섀도잉 훈련을 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
요즘은 영어공부와 테솔에 전념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 용돈을 벌기 위해 과외를 짬짬이 하고 있기도 하다. 영어 레벨을 현재 내 한국어 수준까지 올리는 것이 최종 목표인데, 마음만 급해져버려 요즘 좌절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욕심내기보다는 꾸준히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며 공부해나가야겠다.
특히, 언어는 죽을 때가지 배우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계속 새로운 단어가 생성되고 쓰이지 않는 단어는 사라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