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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숲 Jan 27. 2021

재잘재잘, 다섯 가지 이야기

#1.

사람 생각하는 게 다 비슷한가 보다. 동네 옷가게에 새로 걸린 옷이 제법 맘에 들어 이따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가격을 물어보고 비싸지 않으면 구매해야지란 생각을 했다.


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 진열장을 슬쩍 바라보니 찜해두었던 옷이 있어야 할 자리에 다른 옷이 걸려있다. 그새 팔렸나 보다. 프린팅이 꽤 귀여운 후드티였는데. 사실 집에 널리고 널린 게 후드긴 하다. 좋은 임자 만났기를. 괜히 뭔가 절약한 뿌듯한(?) 기분이 든다.



#2.

요 며칠 거슬렸던 어중간한 길이의 머리와 드디어 이별했다. 머리가 어깨에 닿으면서 여기저기 뻗쳐 볼썽사나웠는데 짧은 단발로 자르고 나니 가볍고 산뜻하다.


이번 커트는 동네에 새로 생긴 미용실에서 했다. 음..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어딘지 모르게 촌스럽다. 흑백사진 속 장난꾸러기 같이 웃고 있는 여고생 시절의 엄마 같달까. 그 시절엔 소보로빵 잔뜩 쌓아놓고 미팅도 하고 그랬다던데. 그 빵집에 타임머신을 타고 가도 전혀 위화감 없을 정도의 머리스타일이다. 그래도 디자이너 선생님께서 오랜 시간 정성스레 잘라주셔서 서비스 측면에서는 만족스럽다. 머리는 또 자랄 테니. 다음에는 층을 더 내달라고 해봐야겠다.



#3.

글이 써지지 않는 날엔 억지로 쓰기보다는 별생각 없이 다음날로 훌 넘겨버리는 타입이다. 물론 주기적으로 쓰는 것이 글쓰기 근육을 단련하기에 좋지만 그렇다고 영혼을 혹사하면서까지 써 내려가고 싶진 않다. 꾸역꾸역 짜내기보다는 즐기면서 해내고 싶다. 그렇기에 몇 글자 쓰기도 버거운 날에는 그냥 쿨하게 덮어버린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모일 때까지 일상생활을 하며 기다린다. 쓰고 싶은 순간이 찾아올 때까지.


은근한 낚시꾼처럼, 글감이 찌를 덥석 물 때까지 고요히 기다리는 것이다. 찌가 쑤욱 내려가는 순간이 바로 영감이 찾아오는 순간! 물론 허무하게 미끼만 쏠랑 먹고 도망가거나, 엄청난 대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먹지도 못하는 잡어일 때도 있지만 어찌 되었건 계속해서 바늘을 바다로 던지고 기다리는 것이다.


찌를 바라보며 번뜩이는 순간을 기다릴 때 사방은 고요로 가득다. 적막감이 가득한 곳이 바로 글감이 뛰어다닐 수 있는 놀이터다. 문단과 문단을 나누어주는 것이 텅 빈 공간이듯 글쓰기도 쉬어감을 두려워하지 말고 쉬고, 쓰  또다시 쓰고  일련의 행위를 반복야 한.



#4.

화려한 판타지나 스펙터클한 대서사시 영화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가슴을 찌르르 울리는 작품은 일상에서 일어날 것만 같은 소재를 바탕으로 한 잔잔한 감동의 영화였다.


내가 쓰는 글도 딱 그랬으면 좋겠다. 웅장하거나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잔잔한 물결 같은, 다정하고 소소한 그런 글.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지만 결국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엄마가 끓여준 된장찌개이다.


포슬포슬 한 쌀밥에 보글보글 끓여지는 찌개처럼, 집밥 같은 글을 써 내려가고 싶다.



#5.

한국에 사는 홍콩 국적의 친구와 매주 화요일 영어로 전화통화를 하기로 했다. 친구도 통 영어를 쓸 기회가 없었는데 때마침 반가운 제안이라며 기뻐했다. 그리고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진척사항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외국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역시 쉽지 않다.


외국어를 사용할 땐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모국어만큼 온전히 전달하지 못하므로, 일정한 수준의 답답함을 감내해야 한다. 한글 문장 구조를 영어식 어순으로 바꾸느라 안 그래도 정신없는데, 문맥에 맞는 적절한 어휘까지 찾아내려 하니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실력이 꽤 올라왔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다시 꽉 막힌 길에 들어선 기분이다. 배움 앞에서는 늘 겸손해야 한다. 자만을 버리고 하루하루 꾸준히 공부해나가자.


외국어를 학습하는 것은 고되고 어렵지만, 그렇기에 매력적인 일이다.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머릿속 근육을 자극하기에 도전적이고 가끔 개운하고 시원하기까지 하다. 무언가를 새로이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있음에 감사하다.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 지평을 넓히는 것만큼 인생을 즐겁게 만드는 것이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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