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름날, 어쩌자고 너는
이리도 아름답게 피었는지
걸음을 멈춰
살랑이는 능소화를 바라본다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꽃,
어여쁘다고 손부터 나오면 곤란하다.
능소화를 만지고 눈을 비비면
실명할 수도 있다며 찬찬히 설명해 주던 엄마
풀과 꽃을 좋아하는 다정한 사람-
더운 여름날에도
손을 꼭 잡고 싶은 다정한 사람이 있음에 감사하고
간밤에 잠을 설쳐 몸도 마음도 지쳤지만
가족이 있음에 감사하다.
문득 바라본 아빠의 얼굴에 핀 검버섯도
엄마 이마에 자리 잡은 꼬불꼬불한 잔주름도
여름날 능소화처럼 아름답다.
왜 태어난 걸까?
살아오며 수도 없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아, 그렇구나.
능소화처럼 아름다운
당신을 만나러 이 세상에 왔구나.
우리 함께 정답게 모여
밥을 나눠먹으며 웃을 수 있다면
그 외에 또 바랄 게 있을까.
그거면 됐다,
그거면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