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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숲 Aug 26. 2024

Never say never


좋다고 할 수 없지만, 

나쁘다고 할 수도 없는 하루가 지나간다.


살아오며 한동안 밖으로 돌아치던 때가 있었다. 발길 가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제멋대로 살던 때. 그렇게 살아도 돌아오는 곳이 이런 시시콜콜한 일상이라는 것을 깨닫고 머물기로 했다.


이제는 뻔한 하루가 주는 안정감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 내 안의 불길이 잡힌 것일까. 사실 불의 성질보다는 축축한 습기가 지배한 이지 않을까 싶다. 조금 괜찮아지려 하면 축 늘어지고 자꾸만 엉뚱한 생각을 하는 통에 외면하고 싶은 생이었다.


각자의 운명에 지어진 무게가 있지 않가.


정확히 그 무게로 삶은 나를 끌어내렸다. 틈만 나면 불안했고, 불안의 이유를 콕 집어 말하지 못했기에 불행했다. 며칠 화창하다가도 바람이 세차게 불고 비가 내리는 모양새였달까. 그렇게 휘청거리며 걸어오다 보니 오늘이 . 


사랑하는 족은 나를 삶 한가운데로 끌어올려준다. 햇볕처럼 따스하고 바람의 손길처럼 부드럽고 포근하다. 나약한 나에게 주어진 행운이 있다면 그것은 이 세상에 태어나 당신들과 가족의 인연을 맺은 것이다.



역대급 무더위로 나의 몸뚱이 또한 열대야 견뎌내지 못하고 고장이 다. 병원에 방문해 몇 가지 검사를 하고 항생제 주사를 맞았다. 차가운 톤의 의사 모니터를 고집스럽게 쳐보며 당분간 커피를 끊으다. 예전 같았으면 무슨 소리냐! 커피를 못 마시는 삶이 무슨 의미란 말인가...!라는 말을 (속으로) 했을 테지만 조신하게 앉아 겠다고 했다.


그렇게 커피를 끊은 지 3주 차가 되어간다. 한두 번은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어 남자친구의 것을 몇 모금 빼앗아 먹기도 했지만 그것 말고는 일절 손을 대지 않았으니 나름 성공한 셈이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게 소소한 행복이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없어졌다. 한동안은 남의 커피잔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내음으로 즐거움을 대신하려 한다. 뭐, 카페인 없는 차를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밤에 잠도 더 잘 오는 것 같기도 하고.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살다 보니 되기도 한다. 절대 입에 대지 않 고수 지금은 즐겨 먹는 것처럼. 메탈리카 노래는 시끄럽다고 인상을 찌푸렸 내가 Enter Sandman이라는 곡을 좋아하게 된 것처럼. 람은 변한다.


몇 년 전엔 술을 끊었고

이번달엔 커피를 끊었다.


인생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생각이 계속해서 진화하고 새로운 내가 태어난다. 그러니 이렇게 아무런 소득이 없는 지루한 하루도 어떤 각도로 보냐에 따라 꽤나 근사한 하루로 기억될 수도 있다. 좋아하는 글을 쓰고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고 이 한 몸뚱이 어찌어찌 건사하며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인생은 꾸준히 좋고 나쁨을 반복할 테니 이렇게 하루가 뭉근하게 흘러가는 것이 어찌 보면 감사한 일일 것이다.


그렇게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나쁘다고 할 수도 없는 무탈한 하루가 지나간다



글을 쓰다 보면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있습니다. 오늘이 그런 날이네요. 쓰고 싶은 글이 분명하게 있었만 삶이 그렇듯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야 말았습니다.


어쩌면 마음 깊은 곳엔 오늘의 이야기를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이 또한 하나의 스토리텔링 방식이겠지요. 여러분이 잠시 머물다간 이 공간에 사색의 향기가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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