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는 싶은데 쓸 말이 없는 것처럼 당황스러운 일이 있을까. 한참 동안 커서를 응시하다가 글감이 번쩍!인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와다다 활자를 쏟아낸다. 얼마 가지 않아 속도가 잦아들고 빠르게 시선을 옮겨 써놓은 글을 가볍게 읽어본다. 그러나 애써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한꺼번에 드래그하여 삭제해 버린다. 그렇게 흘러버린 1시간. 쓰고 지우고의 반복.
한동안 이런 시간이 계속될 것 같다. 어제와 비슷한 오늘. 이런 무탈한 하루가 나쁘지만은 않지만 글쓰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날이 있어야 멋진 글이 탄생할 거라는 믿음으로 우직하게 기다려 본다.
출간을 목표로 삼던 글쓰기에서 이제는 과정으로서의 글쓰기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글감을 찾을 때까지 일상을 관찰하고 호기심을 갖고 생활해야지. 오늘의 글은 하나의 작품이라기보다는 글쓰기 생존 보고에 가깝다. 어떤 글이 되었든 계속해서 쓰는 것, 그리고 세상을 좀 더 풍성하게 바라보는 것. 그것이 이곳에 머무는 이유이자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일 것이다.
글을 쓰는 일이 고통스럽고 지루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쓰고 지우는 반복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을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인격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오늘의 작고 소중한 글쓰기가 빛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