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은 우향식이었다.

by 달숲

우향식. 그의 이름은 우향식이었다. 이름이 암시하듯 모든 것이 한쪽으로 치우친 사람. 태어날 때부터 몸이 오른쪽으로 치우쳐서 이름 석자가 우향식이 된 건지, 우향식이라는 이름을 택한 까닭에 몸이 한쪽으로 치우쳐 버린 건지 모르겠으나. 어쨌건 이름도 신체도, 하다못해 생각까지 한쪽으로 치우쳐버린 사내가 바로 내 앞에 앉아있는 사내 우향식이었다.


타고난 신체에 잘 적응하며 살아온 우향식의 생존법은 이러했다. 길을 걸을 때에는 최대한 왼쪽에서 시작할 것. 그것이 우향식의 걸음법이자 스스로 터득해 온 유일한 삶의 기술이다. 기우뚱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몸이 자꾸만 걸음을 한쪽으로 치우치게 하므로 우향식은 늘 텅 비어있는 공간을 신경 쓰며 걸어야 했다. 하지만 생각에 있어서는 결코 그러는 법이 없는 사람이었다. 늘 자신이 가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는 엄청난 고집은 위험한 가도를 쌩쌩 달림에도 한치의 망설임이라던가 부끄러움이 없는 법이었다.


그러니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아비는 그런 사람이었다. 썩어 문드러지다 못해 텅 비어버린 가정일랑 신경 쓰지 않고 애먼 곳을 향해 나아가는 남자. 스스럼없이 다른 여자를 탐하지를 않나, 잘 다니던 직장을 돌연 그만두질 않나. 언젠가부터 돈벌이는 신경 쓰지 않고 동네 아저씨들과 술대작을 벌이며 허송세월을 보내는 그런 인간이 나의 아비, 우향식인 것이다. 우향식이 집에 없으면 또 어디서 무슨 애먼 짓을 하나 싶어 불안했고, 막상 시야에 들어오면 가슴이 답답해서 속이 터졌다. 나의 아비는 가만히 있는 것이 도리어 무척이나 감사한 그런 남자가 되어버렸다.


좋을 것 하나 없는 나날 속에서 가정을 기어코 지켜낸 것은 나의 어머니 김명자 씨였다. 우향식이 투자 사기를 당해 사채를 끌어 썼을 때도, 잘 알지도 못하는 비트코인을 사겠다고 밥상을 뒤엎을 때도 묵묵히 어질러진 집안 구석구석을 치워내는 위대한 여성. 이런 숭고한 여성이 우향식이라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결심한 까닭이 과연 무어란 말인가? 아직 밝혀내지 못한 최대 미스터리가 있다면 그건 바로 두 사람의 결혼이었다.


아비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세월을 보낸 김명자 씨의 삶이란 이러했다. 허구한 날 집에서 소주를 마시며 반주를 일삼는 나의 할아버지, 즉 엄마에겐 아버지인 김형규 씨의 모습이 끔찍해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때마침 알고 지내는 언니의 건너 건너 소개로 어느 하루 우향식을 만나게 된다. 첫 만남에 반하는 드라마틱한 전개는 없었으나, 집에 돌아오는 길 김명자는 우향식의 잔향을 느낀다. 의도치 않게 그가 자꾸만 떠오르는 것이다. 묘한 남자였다. 표준에서 벗어난 것은 그러한 법이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며 두어 번 생각을 곱씹게 만드는 것. 자꾸만 오른쪽으로 멀어지는 사내인 우향식이 그러했다. 김명자 씨는 자신과 멀어진 거리를 감지하고 다시 이쪽으로 걸어 들어오는 사내에게 기묘한 감정을 느끼고야 만 것이다. 표준에서 벗어난 그 감정이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결론을 내린 것일까. 얼마 안 가 둘은 결혼식을 올렸고, 김명자 씨의 인생에 더 거센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아버지 김형규에게서 도망쳐온 곳이 또 다른 전쟁터였다는 것을 왜 애초에 몰랐던 것인가. 인간은 이렇듯 자신의 인생에는 한없이 순진하고도 어리석은 법이다. 본인은 전혀 다른 결말을 써 내려갈 거라 다짐하지만, 그것이 세상을 향한 오만이란 것을 왜 기어코 직접 겪어봐야 아는 것일까. 그러나 잡초 같은 생명력을 갖고 태어난 김명자 씨가 심술궃은 세상에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 법이었다.


좌절을 맛본 자가 찾는 단어가 으레 운명이듯이, 김명자 씨는 그때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우향식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삶을 살아내기로 결심한 것이다. 운명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기에. 그녀의 삶은 비바람을 뚫고 나아가는 고독하면서도 용감무쌍한 통통배 한 척이 되고야 만 것이다.




*작가의 말

: 아주 오래전부터 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아직 긴 호흡의 글을 쓸 재주는 없어 떠오르는 영감의 조각들을 짧게 짧게 적어 내려가려 합니다. 각각의 글은 서로 연결되지 않으며, 모두 허구의 인물입니다.


앞으로 ‘소설가의 서랍’에 떠오르는 이야기를 하나씩 담아가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