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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울리는 아빠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과 같이 삽니다>

by 달숲


근래 들어 부모님을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언제 아빠 허벅지가 이렇게 가늘어졌지?
엄마 등이 좀 굽은 것 같기도 하고...


두 분이서 투닥거리는 모습이, 야구 중계를 보며 환호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우면서도 슬프게 느껴진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흐른 걸까?


병원에 다녀온 아빠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정기검진 결과가 좋지 않았나 보다. 다수의 현대인이 그렇듯 아빠 역시 이런저런 만성 질환을 앓고 있다. 아빠의 축 처진 뒷모습을 보니 속이 상하고 걱정이 된다. 와중에 무심한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한동안은 꽤나 울적했다


이 나이 먹도록 독립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적잖은 패배감과 죄책감을 느꼈다. 미디어에서는 캥거루 자식이 기승이라며 독립하지 않는 자식을 곱지 않게 바라오는 터라 자존감이 많이 무너진 상태였다. 그럼 나가면 그만이지 않나?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마저도 쉽지는 않다.


맞다. 행동은 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정작 부모님은 전혀 눈치를 주지 않으시는데 말이다.


하루는 아빠와 산책을 하다가
어렵사리 속엣말을 꺼냈다.


"아빠, 있잖아... 내 친구들 보면 다들 짝을 찾아서 결혼하거나 독립하거나 둘 중에 하나인데. 나는 아직도 이렇게 엄마 아빠 지붕 아래서 살고 있으니 말이야. 가끔은 이게 맞나 싶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또 고맙고 그래."


"달숲아, 아빠는 말이야. 선물처럼 찾아온 우리 딸이 너무 감사해. 그러니 그런 생각하지 말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


기어코 나를 울리고 마는 아버지.

사랑하는 나의 아빠.



인생에는 다양한 인연이 있다.

그중 가장 귀한 인연은 가족의 연이 아닐까.


나처럼 허약한 사람이 냉혹한 세상을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가족 덕이다.


세상이 아무리 가혹해도 돌아올 따뜻한 보금자리가 있다는 믿음 무의식 깊은 곳에 심어 준 부모님.


나에게 온 우주를 안겨준 부모님이

언제 이렇게 작아지신 걸까.


다리를 절뚝이며
계단을 내려오는 아빠를 바라보며,

아이처럼 토라졌다가도
해맑게 웃는 엄마를 보며

작고 소중한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같이 살지 않았다면 몰랐을 순간이 쌓여간다.


조급한 마음에 흔들릴 때도 있지만

나만의 속도로 헤쳐나갈 것이다.


모든 것은 때가 되면 에게 올 것이므로

인내심을 갖고 씩씩하게 살아갈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가족을 포근하게 품고 있는

푸르른 큰 나무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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