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를 것 없는 근황 (그리고 죽음 이야기)

by 달숲

인생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안다면 이렇게 살지 않을 텐데.


찰나 같은 인생을 깨우치기에는 어리석으므로 오늘도 자잘한 불안과 자극에 정신을 빼앗기고 만다. 그 와중에 두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1) 오늘 중으로 이 일을 다 끝내야 할 텐데.

(2) 그런데 도통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네.


1번과 2번을 넘나드는 사이 유한한 인생은 죽음을 향해 느긋하게 자신의 걸음을 옮기고 있다. 어쩌면 이 녀석은 휘파람을 불며 상황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이란 한 치 앞을 모르면서도 뭔가를(특히나 의미 없는 것을) 습관적으로 갈망하는 존재이니, 이를 지켜보는 입장에서 어찌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물밑에서는 모종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고속 열차에 탑승한 승객이 속도를 가늠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는 무지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죽음을 향해 쾌속질주하면서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인간을 순진하다고 해야 할까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 욕망에 빠져 뒹구는 사이 목적지에 당도하게 되고, 그때가 되어서야 황망한 인간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죽음은 크고 작은 사건으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며 다가오고 있는데 우리는 어째서 이를 깨닫지 못하고 한결같이 몽매한 채로 불평만 하고 있는 건지. 이건 이래서 별로다, 삶이 저래서 팍팍하다고 툴툴거리며 소중한 것을 매 순간 허공에 흩뿌리고 있다.


부끄러워서 글을 쓰지 못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라곤 송두리째 외면하고 싶은 것들 뿐이어서 두 눈을 질끈 감고 입을 꾹 닫았다. 그렇게 뒷짐을 지고 짐짓 관심 없는 척을 하며 글 쓰는 것을 멀리해 왔다. 그 사이 브런치 이웃 작가님이라든지 지인들이 왜 글을 쓰지 않느냐고 안부 겸 지나가는 말로 근황을 물었다.


부끄러웠다.


글을 쓸 때에도,

글을 쓰지 않을 때에도

그저 부끄러웠다.


내장 속 가득 찬 나태함과 추악함을 바라보며

이를 고분고분 적어 내려가야 한다는 게

무력하고 한심스러웠다.


어찌 좋아지지 않는 걸까.

어찌하여 정제되지 않는가

이 고약한 마음이란,

왜 이리도 고집이 센 것일까.


나아지지 않는 것을 붙들고

실랑이를 벌이는 것에 이골이 났는지

좋아하던 것을 부지런히 멀리해 왔다.


하지만 결국 나를 일으키는 것은 글쓰기이고,


엉키고 설킨 마음을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죽는 날까지 해야 하는 행위이지 않을까.


그런 까닭에 오늘도 자리에 앉아

물끄러미 떠오르는 생각을

순순히 적어 내려간다.


무언가가 나아지건,

나아지지 않건 말이다.


Photo by Tobias Reich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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