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로그] 우리는 어디로 가는걸까

#캘리에세이

by 달숲


인생의 노선도를 알고 싶었다. 동네 마을버스도 노선을 제공하는데, 그 정도는 알 수 있지않을까싶었다. 그러나 흔해빠진 다음역 안내서비스조차 제공하지 않는 짜디짠 우리네 인생이란


-


어디로 가는지 모른채로 사는 삶은 혼란스럽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와중에, 실패를 통해 너덜너덜해지는 와중에, 정거장의 빈칸을

하-나-하나 채워나간다. 지친 마음에 잠시 쉬어갈까하면 인생은 출발을 채근했고, 그럴때면 또다시 하이얀 빈칸을 마주해야했다.


그게 싫었다.

망망대해를 부유하는 미역줄기가 된 기분. 얄궂게도 노선도와 종착역에 집착할수록 갈팡질팡하다 삽질하는 빈도만 잦아졌다.


많은 순간 길을 잃었다.


-


그곳에 가고싶지만

그곳이 아닌곳에 있는,

무엇이 되고싶지만

무엇이 아닌 지금


많은 순간 실망과 박탈감을 느꼈다.


인생은 어설픈 최선으로 써놓은 나의 행선지를 일부러 무시하는 듯 했다.


-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간의 삽질들이 뭐 나름 괜찮다는 생각. 힘겨운듯 가볍게, 추락할듯 도약하는 불규칙한 나비의 움직임처럼 그 자체로 빛이 나는- 그것이 우리의 삶이 아닐까.

사실 애초에 정답같은건 없었다.

(미역에서 나비가 되다니, 대단한 전개다)


그런 생각이 드니 다음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직 어렵긴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지금을 마주하기로했다.


취약하고, 찌질하고, 모순적인 나.

잘 웃고, 도전하고, 사람들을 궁금해하는 나.

염세적이면서 한편으론 긍정적인 나.

아무것도 아니지만 어떤것도 될 수 있는 나.


-


지나쳐가는 창밖의 풍경이 아름답게느껴진다.


쿵.쿵.쿵.

다가오는 초침에 부서지는 현재는

반짝이는 별빛처럼 아름답고 환하다.


글/캘리그라피 * 어메

사진출처*쵸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