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잊게 하는 것은 망각이 아니라 노래다.

노래와 단테 신곡 사이 어디쯤

by 달숲작가

커피 마시며 단테 — Coffee with Dante

# 23


노래와 단테


노래는 말이 닿지 못하는 곳에 닿는다.

말은 의미를 전달한다. 그러나 노래는 의미를 넘어선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 논리로는 닿을 수 없는 감각들, 침묵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것들. 노래는 그곳에 닿는다. 그래서 인간은 가장 기쁠 때 노래하고, 가장 슬플 때도 노래한다. 말이 부족할 때, 노래가 시작된다.


단테의 《신곡》은 노래다. 제목 자체가 그렇다. Commedia — 희극.

그러나 단테가 붙인 이름은 단순한 장르가 아니었다. 낮은 곳에서 시작하여 높은 곳으로 끝나는 이야기. 어둠에서 빛으로. 지옥의 신음에서 천국의 찬가로. 《신곡》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노래다. 그리고 그 노래 안에 또 다른 노래들이 있었다.

노래는 말이 닿지 못하는 곳에 닿고, 의미가 길을 잃은 곳에서 비로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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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첫 소리다. 한숨. 울음. 통곡. 고통의 말. 분노의 억양. 높고 쉰 목소리들. 그것들이 별 없는 공기 속에 울려 퍼진다. 소리는 있다. 그러나 노래는 없다. 노래는 방향이 있는 소리다. 무언가를 향하는 소리. 그러나 지옥의 소리들은 방향이 없다. 그냥 흩어진다. 별 없는 공기 속으로.


거기서 한숨들, 울음들, 높은 통곡들이
별 없는 공기 속에 울려 퍼졌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 눈물을 흘렸다.
다양한 언어들, 끔찍한 말들,
고통의 말들, 분노의 억양들,
높고 쉰 목소리들, 그리고 손뼉 소리들.

— 단테, 『신곡』 지옥편 제3곡


단테는 그 소리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 노래가 없는 곳의 처절함. 소리는 있지만 음악이 없는 곳. 말은 있지만 의미가 없는 곳. 그것이 지옥의 음향이었다. 노래가 사라진 곳에서 인간은 무엇을 잃는가. 방향과 희망을 잃는다. 서로를 향하는 마음을 잃는다. 노래는 그 모든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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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옥의 새벽 해변. 천사의 배가 도착한다. 영혼들이 배에서 내리며 노래한다. 한목소리로. 시편 114편. 이스라엘이 이집트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노래. 해방의 노래. 그들은 지옥을 통과했거나 지옥을 면한 영혼들이다. 이제 정화의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그 시작에서 노래가 있었다.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나올 때'를
그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함께 노래했다,
그 시편에 이어 쓰인 것들과 함께.

— 단테, 『신곡』 연옥편 제2곡


지옥에는 없었던 것. 노래. 그것이 연옥의 첫 소리였다.

한숨도 통곡도 아닌, 함께 부르는 노래. 방향이 있는 소리. 무언가를 향하는 소리. 해방을 향하는 소리. 지옥의 영혼들은 고통 속에서 신음했다. 연옥의 영혼들은 고통 속에서 노래했다. 같은 고통이 아니었다. 방향이 달랐기 때문이다.

노래는 연옥에서 다시 태어났다. 고통 속에서도 노래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지옥과 연옥의 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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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셀라. 단테의 오랜 친구이자 음악가.

단테가 연옥의 해변에서 카셀라를 만났다. 반가움에 껴안으려 했지만 손이 통과했다. 영혼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카셀라는 노래를 불러주었다. 단테 자신이 쓴 시에 곡을 붙인 노래. 내 마음속에서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랑.


'내 마음속에서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랑'을
그는 그때 너무도 달콤하게 시작했다,
그 달콤함이 아직도 내 안에서 울린다.

— 단테, 『신곡』 연옥편 제2곡


그 달콤함이 아직도 내 안에서 울린다. 단테는 그렇게 썼다. 노래는 사라지지 않는다. 소리는 공기 속으로 흩어지지만 그 감각은 남는다. 몸이 없는 영혼도 노래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노래는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서 계속 울린다. 노래는 위로다. 말로는 닿을 수 없는 곳에 닿는 위로. 카셀라의 노래가 연옥의 해변에서 단테를 잠시 멈추게 했다. 지옥의 공포도, 연옥의 가파른 산도 잠시 잊게 했다. 그것이 노래의 힘이었다.

고통을 잊게 하는 것은 망각이 아니라 노래다.

마음속에서 나에게 말을 거는 그 사랑의 노래가 시작될 때, 비로소 가파른 산을 오를 용기가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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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 데 톨로메이의 말이다. 노래다. 단 두 줄이지만 그 안에 리듬과 호흡이 있다. 피아는 자신의 이야기를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 노래하듯 말했다. 그래서 70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두 줄이 살아 있다.


"나를 기억해 다오, 나는 피아라오.
시에나가 나를 만들었고, 마렘마가 나를 망쳤다."

— 단테, 『신곡』 연옥편 제5곡


노래는 기억을 만든다. 노래로 들은 것은 남는다. 피아의 두 줄이 그렇다. 시에나가 나를 만들었고, 마렘마가 나를 망쳤다. 그 문장이 노래처럼 울리기 때문에 잊을 수 없다. 기억하고 싶은 것은 노래로 남겨야 한다. 단테는 그것을 알았다.

노래는 기억을 만든다.

산문은 읽히지만 시는 들린다. 들리는 것은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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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카셀라의 노래에 모두가 멈추었다. 그때 카토가 외쳤다. 노래가 너무 아름다워 영혼들이 멈추었다. 산을 올라야 하는데. 정화를 향해 가야 하는데. 노래에 취해 멈추어 버렸다. 카토가 그들을 깨웠다. 가라고. 노래에 머물지 말고 산을 오르라고.


우리는 모두 그의 음표들에 고정되어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때 존경받는 노인이 외쳤다.
'이것이 무엇이냐, 느린 영혼들이여?'

— 단테, 『신곡』 연옥편 제2곡


영혼들을 멈추게 할 만큼 강한 힘. 모두가 고정되어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힘. 노래는 영혼의 언어다. 몸이 없어도, 시간이 달라도, 언어가 달라도 — 노래는 통한다. 연옥에서 영혼들은 노래로 하나가 되었다. 그것이 노래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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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단테가 들은 것은 빛만이 아니었다. 소리였다. 노래였다.

빛들이 왕관을 이루며 노래한다. 빛으로 빛나는 것보다 목소리로 더 달콤한. 천국에서 노래는 빛보다 더 아름다웠다. 단테는 눈으로 본 것보다 귀로 들은 것이 더 감동적이었다고 썼다. 그것이 노래의 위계다. 빛보다 높은 것. 눈보다 귀가 더 깊이 닿는 것.


나는 더 많은 살아 있고 빛나는 불꽃들이
우리를 중심으로 하고 자신들은 왕관을 이루는 것을 보았다,
빛으로 빛나는 것보다 목소리로 더 달콤한.

— 단테, 『신곡』 천국편 제23곡


천국의 노래는 지옥의 소리와 정반대다. 지옥에서는 한숨과 통곡이 별 없는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천국에서는 노래가 빛보다 더 달콤하게 울려 퍼진다. 방향 없이 흩어지는 소리와, 신을 향해 모이는 노래. 그 차이가 지옥과 천국의 차이였다.

노래는 방향이다. 무엇을 향하는가가 노래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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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가 뮤즈를 부른다. 뮤즈. 노래의 신. 단테는 《신곡》을 시작하며 노래의 신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것은 고대 서사시의 전통이었다. 호메로스도, 베르길리우스도 뮤즈를 불렀다. 그러나 단테의 호출은 달랐다. 그는 단순히 영감을 구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본 것을 기록할 수 있는 능력을 구했다. 내가 본 것을 기록한 정신이여.


오 뮤즈여, 오 높은 재능이여, 이제 나를 도우소서.
오 내가 본 것을 기록한 정신이여,
여기서 너의 고귀함이 드러날 것이다.

— 단테, 『신곡』 지옥편 제2곡


《신곡》은 단테가 본 것의 기록이다.

그러나 그것은 산문이 아니었다. 테르체트 리마. 세 줄씩 엮이는 운율. 전체 14,233행.

그 모든 것이 노래의 형식 안에 있었다. 단테는 지옥도, 연옥도, 천국도 노래로 썼다. 노래로 쓰인 것은 다르게 살아남는다. 산문은 읽히지만 시는 들린다. 단테의 문장들이 700년이 지난 지금도 살아 있는 것은 그것들이 노래이기 때문이다. 읽으면 들린다. 들으면 느껴진다. 느끼면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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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우주의 언어다. 별들이 움직이는 것도 노래다. 계절이 바뀌는 것도 노래다. 파도가 해변을 두드리는 것도 노래다. 인간은 그 우주의 노래를 듣고, 자신의 목소리로 따라 부르는 존재다.


지옥에서 노래가 사라졌을 때 단테는 눈물을 흘렸다. 연옥에서 노래가 시작되었을 때 영혼들이 멈추었다. 천국에서 노래가 빛보다 달콤하게 울렸을 때 단테는 말을 잃었다. 노래가 있는 곳에 삶이 있다. 노래가 있는 곳에 방향이 있다. 노래가 있는 곳에 서로를 향하는 마음이 있다.


'내 마음속에서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랑'을
그는 그때 너무도 달콤하게 시작했다,
그 달콤함이 아직도 내 안에서 울린다.

— 단테, 『신곡』 연옥편 제2곡


커피가 따뜻하다. 오늘 나는 어떤 노래를 들어볼까.


달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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