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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달쓰다 Jan 01. 2024

순전히 새해 첫날 탓이다.

2024년을 맞이하며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던 2023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는 말이 여느 해보다 마음에 더 와닿는다. 아마도 힘들었던 2023년 12월을 빨리 보내고 싶었나 보다. 어제 아이가 물었다.

"엄마, 12월 31일이나 1월 1일이나 날은 똑같은데 사람들은 왜 다르게 생각해?"

그렇지, 날은 다 똑같다. 인간이 1년을 365일로 정하고 매해 12월 31일엔 의미를 부여하고 새해의 1월 1일엔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1년이 지나면 1살 더 먹는 걸로 하고 나이 들어가는 것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아져야 한다고 얘기했다. 지나간 것은 잘 보내주고 현재를 열심히 살아야 좋은 미래가 온다고도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항상 생각하는 게 있었다. 현재 내가 처한 상황을 열심히 살자고. 지나간 것에 미련 두지 않고 지금에 최선을 다 하며 살기로. 미래까지 생각하기에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지금을 살아내기에도 벅찼으니까. 하지만 작년 늦가을에 시작된 브런치 글쓰기는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에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를 생각하게 했다. 현재만 살던 나에게 큰 변화였다. 미래를 상상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들었지만 반신반의했다. 밝고 예쁜 미래는 운이 좋거나, 그만큼 과거부터 지금까지 엄청난 노력들을 한 사람들의 몫일 거라 치부했다. 그래서 앞을 보기보다는 지금만 보고 살았다.

평범한 삶이 제일 힘들다고 했던가. 평범한 일상, 평범한 가족, 평범한 학교, 평범한 회사, 평범한 결혼, 평범한 나, 평범한 00 등 평범함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평범함의 기준과 남이 생각하는 평범함의 기준은 다르다. 평범함의 기준이 높다면 거기에 미치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고 그렇게 해도 미치지 못한다면 자책하며 괴로워할 것이다. 그렇다고 평범함의 기준을 낮게 설정하라는 것도 아니다. 가끔은 높은 목표치가 나를 발전시키므로 터무니없는 꿈을 꾸는 것도 나쁘지 않다.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내가 노력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있는 삶이니까. 다만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생각하고 행하고 꿈꾸는 것이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변화를 주기로 했다.

이제부터는 지금만 보지 말고 앞도 보며 살기로 말이다. 올해는 평범하지만 멋진 꿈을 꿔 보려고 한다. 로또 당첨이나 갑자기 내가 바뀌어서 우리 집 형편이 좋아진다거나 남편이 몇 억대의 연봉을 받거나 아이가 알아서 스스로 공부를 잘 해내어 내가 신경 쓸 것이 하나도 없는 그런 것 말고, 나를 들여다보고 하나씩 하나씩 좋은 모습들을 갖춰 나가기 위해 미래의 나를 그려보기로 했다. 5년 후 10년 후의 모습도 좋겠지만 2024년 연말에 변해 있을 나를 그리며 올해를 계획하고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보겠다. 마음이 느슨해지면 같이 걸어가고 있는 스머프 동기들에게 힘을 얻으며 가보기로 했다.

이미지 출처: pixabay

새해 첫날 내 맘은 이러한데 남편과 자식은 해 뜬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일어날 기미가 안 보인다. 언젠가 일출을 보며 가족이 함께 새해 계획을 세우는 꿈도 꿔 본다. 가능할까 싶지만 그래도 야심 차게 한 번 그려본다. 일단 나부터 실천했으면 된 것 아닌가. 내가 변하면 내 가족도 변할 거라는 긍정마인드를 올해도 장착하고 새해 첫날 기분 좋게 첫 글을 마무리한다.

오늘따라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유난히 더 밝고 따스하게 느껴지는 건 순전히 새해 탓이다. 새해 탓을 하며 새로운 기분으로 따뜻한 물 한 찬을 따라 마셨다. 어라, 물이 달다. 이것도 새해 탓이다. 내 마음이 나에게 말했다. '올해는 너 하고 싶은 거 싹 다 해라.' 마냥 기분이 좋아진다. 이것도 새해 탓이다. 남탓 하지 말랬는데 올 12월까지 2024년 새해 탓을 하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