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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데 예술은 무엇일까

감비아, 세네갈, 말리 3개월 여정의 메모를 정리하며

by 두치
안녕하세요! 서아프리카 만데 예술 여정기를 기다려주시고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 오랜만에 다시 인사드립니다. 이 여정기를 꾸준히 기다리고 구독해 주시는 분들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월요일마다 올렸던 연재가 거의 한 달째 미뤄져 버려 이렇게 다시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달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인해 한국에 급히 귀국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책임져야 하는 일들을 하다 보니 거의 한 달가량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네요. 급히 일을 마무리하고, 사흘 전 본래 있던 말리의 바마코로 돌아왔습니다.

어쩐지, 바마코는 여전한데 저는 달라진 것 같습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반겨주는 이웃들의 미소, 안부를 묻고 평안을 빌어주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인사, 어린이들의 따뜻한 포옹을 한가득 받고 있지만 다시 본래의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단지 한국에 한 달가량 있었을 뿐인데 뭐가 그렇게 달라질 게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힘들게 쌓아왔던 저의 일상을 다시 회복하고자, 연재를 힘내서 시작해 봅니다.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제가 지난 12월부터 3개월가량 감비아, 세네갈, 말리를 여행하며 나름대로 정리했던 메모들을 기록합니다.

저는 서아프리카 만데 예술을 사랑하게 된 후로, 그 역사와 의미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내용은 이에 대해 밝혀온 몇 가지 제 나름대로의 결론입니다. 아직도 여전히 배우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계속 제 생각과 발견들은 변해갈 수 있지만, 지금 이 시기에만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느껴 글로 남겨봅니다.
The bulletin board of the center where I am learning Mande arts in Bamako

만뎅? 만딩? 만데? 뭐라고 불러야 할까

서아프리카 전통 예술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누군가는 이 장르를 만뎅, 만딩, 누군가는 만데, 또는 만딩고라고 불러 혼란스러웠다. 이후 한국에서 여러 자료를 조사하고 여러 명의 현지 사람들과 문헌 자료를 찾아보며 나름대로 내린 결론을 정리하고자 한다.


●● 만데mande는 사전적으로 1. 만딩고 사람들, 2. 언어학적으로 니제르-콩고어 계열의 한 분파라고 정의된다.


1. 첫 번째 사전적 의미인 만딩고 사람들은 소닌케, 도곤, 밤바라, 수수, 보보, 플라와 같은 사람 중 하나다. 지역과 시대에 따라 만딩카, 말링케, 만딩꼬, 만딩고 등으로 불린다. (참고로 나는 민족, 부족, 국민과 같은 차별적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지양한다. 일상 속에서 '한국 사람~ 일본 사람~' 이런 식으로 말하듯 수수 사람, 보보 사람, 만딩카 사람이라고 한다.)


만딩고는 1235년부터 1670년까지 서아프리카 많은 지역에서 영향력을 미친, 말리 제국의 권력을 장악했던 사람들이며, 서아프리카의 음악 세습 계층인 '젤리'로도 잘 알려진 집단이다.


만딩고 음악 전통을 잇고 있는 젤리들에 따르면 '만데'는 만딩고 사람들의 문화다. 그러나 13세기 만데 제국을 거치며 만딩고 사람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 또한 만데 문화의 영향권에 있었고, 현재까지도 다양한 사람들이 만데 문화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만데는 만딩카 사람들만의 문화라고 정의될 수 없다. mande는 만딩카 사람들의 문화를 뿌리에 두고 있으나, 만데 제국의 영향을 받아 서아프리카 전역, 만딩카가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향유하고 있는 문화다.


2. 두 번째 사전적 의미인 니제르-콩고(Niger–Congo)는 대부분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사용되는 가상의 언어 계통으로 그 수는 1,540개에 달하며 만데어는 그중 하나에 속한다. 이 계통은 만데 언어들, 아틀란틱-콩고 언어들, 그리고 분류하기 어려운 몇몇 소규모 언어 그룹을 포함한다. 그렇기 때문에 니제르-콩고는 언어 수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화자 수로는 세 번째로 큰 언어 계통이며, 아프리카에서는 지리적 면적이 가장 넓은 언어 계통이다.


●● 만뎅mandeng(또는 만딩mandingue, manding)은 본래의 언어 mandé의 불어식 표현이다. (또는 manding이 'mande어를 쓰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언어학적 의미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프랑스가 만데 문화권의 서아프리카 대부분을 식민화했기 때문에, 프랑스어가 이미 서아프리카 만데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일반화되고 삶과 떨어질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로 머라고 부르든 상관없다고 의견을 주신 분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말리와 감비아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프랑스 식민지배의 잔재인 불어의 사용을 거부하고, 본인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전자가 어느 쪽도 상관이 없는 것이기에 나는 후자의 사람들을 존중하고 그에 마땅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결론: 만데 문화권의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내린 결론은 프랑스식 표기인 만뎅이 아니라, 만데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다.

●● 곁들여: 만데 음악 세습 계층인 젤리djely에 대해서도 프랑스식 그리오griot라는 표현보다는 그들의 언어로 '피'라는 의미를 가진 젤리라고 부르기로 한다.






At Sanjally's new year concert


왜 서아프리카 전통 예술은 '만데' 음악/춤으로 알려지고 불리는 것일까?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흔히 많이 알려진 서아프리카 전통 음악과 춤 장르 중에 하나가 만데 음악과 춤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하필 이 장르를 만데 음악, 춤이라고 부르게 됐을까?


1. 만데 제국과 만딩카 젤리의 관점에서

나는 초기엔 만데 예술의 ‘만데’라는 이름이 13세기 만데 제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생각했다. 실로 만데 제국은 13세기, 만딩카 사람인 순자타 케이타의 집권을 시작으로 서아프리카 전역에 영향을 미쳤다.


만데는 본질적으로 만딩카 사람들의 문화며, 만딩카 사람들은 기원전 3세기부터 존재했다. 나의 감비아 코라 선생님인 산잘리 조바르떼는 내게 만딩카 사람들이 존재했을 때부터 젤리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므로 만데 예술은 만딩카 사람들이 존재했을 때부터 있어온 것이 사실이다.


산잘리에 따르면, 현대의 젤리는 두 종류로 나뉜다. 첫째는 역사와 사회에 참여하는 전통적 젤리, 둘째는 유흥을 돕는 젤리다. 전통적으로 젤리는 '젤리야'의 의미를 알고 음악을 한다. 그 증거는 젤리가 부르는 '젤리야'에 있다. '젤리야'는 모두 만딩카어로 되어 있다. '젤리야'를 부르며 그 의미를 젤리가 알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모든 젤리의 뿌리는 만딩카에 있다.


제국을 거치며 만딩카 젤리의 영향력이 커졌다. 만딩카 젤리는 서아프리카 다양한 곳으로 이주를 하고 정착하게 됐다. 이에 따라 만딩카가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젤리를 세습하게 됐다. 예를 들어 월로프와 만딩카 젤리 가문이 가족이 되며 월로프 젤리가 생겼고, 수수와 만딩카 젤리가 가족이 되며 수수 젤리가 생겼다. 시간이 흐르며 그들이 만딩카의 언어와 그 뿌리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서아프리카의 음악은 특히 젤리 덕분에 수세기 동안 풍부해졌다. 젤리의 음악은 만데 제국이 세워진 이래 오늘날까지, 말리, 기니, 부르키나파소, 세네갈 등의 주민들과의 관계, 그리고 과거와의 관계를 강화시켰다.(1)


그러나 오랜 기간 동안 서아프리카에는 만데 제국의 영향권 바깥에 있었던 사람들과 지역이 있기도 했고, 이후 여러 시기를 거쳐오며 각기 다른 문화와 예술을 현재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2. 언어학적 분류의 관점에서


Amadou Bansang Jobarteh, Father of Sanjally Jobarteh
(만딩카가 수수와 같은 니제르-콩고어에 속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수수가 어떻게 만데라고 할 수 있냐? 만딩카와 수수는 전혀 다르다.
우린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있어!

나는 산잘리와의 대화를 통해 서아프리카의 다양한 사람들의 춤과 음악을 만데 예술이라고, 하나로 퉁쳐서 이야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생겼다. 예를 들어, 만딩카와 월로프 그들은 공통의 문화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차이가 있기도 하다. 유목을 하던 플라와 제국의 귀족과 왕권을 차지했던 만딩카의 역사와 문화는 다르다.


어떤 측면에선 각기 너무 다른 문화와 예술을, 하나로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게 화가 나기도 한다. 이 또한 제국의 비 아프리카 사람들이 너무나 다양한 서아프리카 사람들의 차이를 다 지워버리고, 서아프리카라는, 하나의 정체성으로만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야기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대로 듣고 배우는 것이 아닌,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자기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만큼 편집하고 각색해서 단순화하는 것이다. 실로 만데 제국은 '서아프리카'를 하나의 공통적인 역사로 만들기 좋은 내러티브를 제공해 준다. 언어학적 분류만으로 만데 예술이나, 만데 문화가 서아프리카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공유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3. 음악 산업의 관점에서


음악 장르는 사회의 문화와 역사를 반영한다. 음악은 시대, 사회적 투쟁 및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해방 직후 서아프리카 전통 음악 중 만데 음악을 전 세계에 알린 사람들은 (다른 출신 사람들도 있었지만) 주로 말리와 기니의 말링케 사람들이었다.


1960년대 중반, 기니에서 만딩카 출신 독재자 세쿠 투레(Sékou Touré)가 다른 사람(민족)을 희생시키고, 권력을 장악하면서 그는 만딩카 젤리들에게 강력한 후원을 제공했다. 그 후 20년 동안 기니는 진정한 음악 강국으로 떠올랐다.


기니에서 음악과 춤은 정치까지 초월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만딩카 젤리는 주변화 된 포스트식민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진정한 대사로 여겨졌다. 당시 전통 및 현대 가수와 오케스트라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보조금을 받았다.(2)


음악 산업은 돈이 되는 방향으로 큰 범주를 만들고 그게 아닌 하위 장르들을 지우고 뭉뚱그리는 특성이 있다. 해방 이후 세계 최대 음악 시장이 있는 미국과 서유럽 등지의 제국에 서아프리카 전통 음악이 만딩카 젤리 중심으로 알려지게되며(3), 서아프리카의 전통 음악은 주로 '만뎅 음악'으로 소개되고 그에 대한 대표적인 서사가 음악 세습 전통을 잇고 있는 '그리오'에 대한 내용으로 이뤄졌다. 이에 서아프리카 전통음악 = 만뎅 음악의 연결고리가 강력히 형성되었것으로 추정된다.


서아프리카 전통음악을 가장 보편적으로 알린 사람 중 한 명은 기니의 마마디 케이타mamady keita다. 마마디 케이타는 만딩카(말링케) 사람이다. 마마디 케이타가 투밥(white people)을 위해 보급한 90%의 리듬은 말링케(만딩카) 리듬이다. 말링케 리듬을 제외한 나머지 리듬들은 마마디 케이타가 말링케 사람들이 아닌 다른 사람(민족)들의 리듬을 바탕으로 각색한 마마디 케이타의 곡에 가깝다.


대표적인 예가 TTM 아카데미의 젬베폴라 앱이다. 말링케가 아닌 리듬들, 예를 들어 와솔로 Wassoulou 리듬만 봐도 와술로 사람들의 리듬은 수백 개가 있지만 하나로 뭉뚱그려져 올라와있다. 마마디케이타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말링케 리듬(만데 음악)이지만 그 이외의 '서아프리카' 전통을 배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서아프리카 전통 춤/음악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이 앱을 통해 처음 입문을 시작하면 만딩카 리듬이 서아프리카 전통 리듬의 전부라고 오해하기 쉽다.

Listening to old Mande music in Segou, Mali


4. 정체성


내가 지금 거주하는 말리만 보더라도, 다양한 음악 장르가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우무 상가레로 유명한 와솔로 음악(그 음악의 뿌리에 만딩카의 영향이 있지만)이 있고, 알리파카 투레로 유명한 블루스, 살리프케이타의 만데 음악이 있다. 이 모든 장르를 모두 같은 만데 음악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물론 당사자들 중에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 만데는 예술이고 문화이기도 하지만 정체성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와솔로도 만데고, 투아레그도 만데고 월로프도 만데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와솔로는 만데가 아니기도 하고, 투아레그와 월로프, 플라와 수수도 만데가 아니기도 하다. 만딩카 사람이 대답하는 것과 만딩카 사람이 아닌 사람이 대답하는 게 다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만데지만 만데가 아니기도 한 것, 그것을 구분하고 볼 수 있어야 한다.


송가이 제국의 역사를 보면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니제르강을 따라 처음 정착한 사람들은 소르코 사람들이었다. 그 뒤로 하마와 악어까지 사냥을 하는 방법을 아는 가오 사람들이 정착했다. 그 이후에 농사를 짓는 도 사람들이 합류하고 이후 말을 탄 강인한 송하(가)이 사람들이 북쪽에서 왔다. 이들은 전에 분산되어 있던 사회적 역할들을 하나의 상호 연결된 사회로 융합해서 서로 돕고 살아남았다. 이 과정에서 나의 문화가 너의 문화가 될 수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동아시아와 서아프리카 사이에 있는 사람으로서, 하나로 뭉뚱그리기보다 차이를 있는 그대로 보고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아프리카라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퉁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제국의 역사가 그러하듯 하나로 뭉뚱그리는 순간 누군가는 지워져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만데 제국의 영향을 받았어도 각기 문화는 같을 수도, 또 다를 수 있다. 그 차이는 사람(민족)에 따라서 다른 것이 아니라 개인에 따라서까지도 달라질 수도 있다. 실로 무엇이 만데 예술이냐, 아니냐는 본질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문화와 예술을 배우는 사람으로서 정확히 봐야 한다.






The day was changed through a person I randomly met on the street


제국의 그림자

제국은 폭력의 증거다. 한 왕국이나 국가가 다른 왕국이나 국가보다 강해질 때 제국은 발생한다. 침략하여 영토를 무력으로 지배한다. 만데 제국 당시 귀족과 왕권은 만딩카 사람들이었고, 그들은 제국을 이용해 다른 집단에 대한 권력을 과시해 왔던 것도 역사적 사실이다.


만딩카의 이주가 있었던 많은 지역과 마찬가지로, 선주민 인구의 대부분은 지배를 받거나 동화되었다. 노예들은 결국 만딩카 사회에 통합되거나 사하라 사막을 통한 무역로를 통해 아랍 상인에게 팔리기도 했다. 카부제국의 지배자들은 만딩카였지만, 피지배인 들은 만딩카의 침략 이전에 카부 지역에 거주했던 사람들이었다. (4)


만딩카 젤리인 디아바테(Diabaté), 드라메(Dramé), 칸테(Kanté), 쿠야테(Kouyaté) 등의 젤리 가문들은 천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음악을 통해 대왕조들(케이타, 코나테, 트라오레 등)의 역사를 충실히 전해왔다. 이러한 서사시는 중세 시대의 노래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더욱 보편적이며 현대적이다. 왜냐하면 오늘날까지도 만데 문화의 기초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5) 아이러니하게도 전통이 가장 오래 남을 수 있는 형태가 젤리와 같은 세습+권력의 틀 안에 있었다. 그럼에도 제국이 지우고 있는 그림자가 무엇이 있는지 볼 수 있어야 한다.







아... 힘들다.. 일단 오늘까지의 나의 결론


1. 서아프리카의 예술이 만데 제국이 세워진 이래 오늘날까지 말링케 사람들에 의해 풍부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모든 서아프리카 예술이 만데 예술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2. 애초에 서아프리카 예술이라는 공통성을 찾으려는 질문을 던지는 것부터가 위험할 수 있다. 물론 서아프리카의 많은 사람들이 내게 '우리는 국경을 초월한, 모두 같은 서아프리카 사람이야'라고 이야기하는 맥락에서의 '서아프리카' 정체성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나는 서아프리카와 동아시아, 어딘가 그 사이에 있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서아프리카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위대하게 생각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서아프리카 예술'에 접근하는 데 있어서 그 개별적 차이를 인식하고 전달할 것이다.

3. 그러므로 만딩카 젤리야, 말링케 사람들의 전통 예술이 아니라면 만데 예술이라 명명하기는 어렵다. 물론 그 예술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예술이 누군가의 소유라기 보단, 본디 뿌리가 어디에 있냐에 가까운 이야기다. 예를 들어 나는 와솔로 사람들의 춤을 만데 춤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 물론 와솔로 사람들도 만데 춤을 춘다. 와솔로 사람들(당사자들은) 심지어 와솔로 춤이 만데 춤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만데 춤이 아닌 와솔로 사람들의 춤이 있다. 만데 춤은 와솔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서아프리카 많은 사람들이 추는 춤이다. 하지만 와솔로 춤은 와솔로 사람들의 전통이다. 그러므로 와솔로 고유의 춤이 만데 춤이라는 명명에 가려져서는 안 된다. (휴)


특히 음악의 경우, 만데 음악이 식민지배 해방 이후 현대화되며 대부분의 전통이 사라지고 그 경계가 모호해졌다. 그럼에도 만데 음악(젤리 음악, 만딩카 음악)은 다른 다양한 장르 중에 하나로 독특하고 구분된다. 만데 음악을 구분함으로써 다른 음악을 이해하고 명명할 수도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장르를 구분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만데'라고 명명하는 데 있어서 그것이 사람들 사이의 역사와 권력의 차이에서 오는 것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사라지고 지워지는 이야기들을 없애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고 배우기 위해서다. 사람들 사이의 역사와 권력, 문화, 예술이 교차하고 만나는 지점에 따라 만데는 그라데이션처럼 변화하고 움직인다.



그래서! 서아프리카엔 정말 배울게 무궁무진하다! 그 다양성의 깊이와 예술이 담고 있는 서사가 끝이 없다. 고로 열심히 배우자. 그들의 지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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