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네 살 임용 준비생의 독백
혼자서 늦은 저녁을 먹다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
식탁 한편에 로또 한 장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당첨되지 않은, 버려진 로또.
시선은 자연스레 아래로 향했다.
휴지통 안엔 또 다른 로또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일주일 전,
그 전주,
그리고 그전까지도……
모서리 하나 구겨지지 않은 채
반듯하게 내려앉은 종이 조각들.
그 모습이 괜히 마음을 쿡 찔렀다.
아버지는 가끔 이렇게 말씀하셨다.
"로또 한 장이면, 일주일이 행복해진다."
당첨될지도 모른다는 작은 기대.
그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하는 즐거움.
아버지는 그런 '일주일치 설렘'을 위해
한 장씩 로또를 사셨던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면
희망을 접듯 담담히 한 장씩 내려놓으셨겠지.
겹겹이 놓인 로또들을 바라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나 같다.
아버지의 지난 24년.
자식 농사에 바친 긴 시간.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아직도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씨앗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아버지가 내려놓은 로또 한 장과
공부에 허덕이며 방향조차 잡지 못한 내 불안한 삶이
어딘가 닮아 있었다.
아버지는 퇴직 후
50년 넘게 살아온 아랫 지방을 떠나
강원도의 한 도시에 자리를 잡으셨다.
이제는 삶의 굵은 노동 대신
부서지고 흩어진 자신을
조금씩, 조용히 주워 담고 계신 듯하다.
나는 아직도 아버지의 길 위에 있다.
하지만 언젠가 내가 내 길을 찾고
세 딸이 모두 부모님의 품을 떠나
각자의 몫을 단단히 살아가게 된다면—
그때쯤이면, 아버지에게 로또는
더 이상 필요 없는 위안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 또다시
버려진 로또 한 장을 마주하게 되더라도,
그날의 나는
오늘처럼 마음 아파하지 않을 수 있기를.
과거 임용 준비를 하던 시절 블로그에 남긴 일기입니다.
마음이 복잡하고, 고민도 많던 날들이라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곤 했답니다.
그리고 제 합격 이후에도 아버지께서는 변함없이 매주 로또를 사셨어요.
그저 아버지만의 작은 낙, 일상 속 소소한 설렘이었나 봅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