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놓고 간 이야기들

여는 글

by 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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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는, 마음이 아플 때 잠시 머물 수 있는 보건실 같은 공간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어느 날, 보건실에 한 아이가 배가 아프다며 들어왔습니다.

말로는 단순히 “배가 아파요”라고 했지만, 그 아이의 표정과 눈빛은 분명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었습니다.

말끝을 흐리며 가만히 앉아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습니다.

혹시 이 아이는, 배보다 마음이 더 아픈 건 아닐까?


친구와의 작은 다툼, 선생님에게 혼난 기억, 집에서 풀리지 않은 감정들……

어쩌면 그 모든 것이 ‘배 아파요’라는 말 한 줄에 담겨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보건실은 아픈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단지 몸만 치료하는 곳은 아닙니다.

그곳은 아이들이 잠시 숨을 고르고, 마음을 다독이고, 스스로를 회복하는 작은 쉼터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때로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때로는 진짜 아픈 마음을 안고 보건실에 찾아옵니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 늘 같은 자리에서 아이들을 맞이합니다.


아이들은 긴 이야기를 남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머뭇거림 속에서, 흘깃거리는 눈빛 속에서, 가끔은 예상치 못한 한마디 속에서

나는 조심스레 아이들의 마음을 엿봅니다.

그렇게 아이들이 놓고 간 이야기들은, 제 마음 한편에 조용히 내려앉아 오래 머물렀습니다.


물론 보건실이 늘 조용한 공간만은 아닙니다.

“선생님, 저 체온 재면 체육 안 해도 돼요?” 하며 능청스럽게 웃는 아이,

약 바르러 왔다가 결국 사탕 하나 얻어 가는 아이,

혼자 온 듯 보이지만 친구까지 데려와 한바탕 웃음꽃을 피우고 가는 아이들……

아이들과 함께 웃고, 장난치고, 눈을 마주치며 보내는 그런 순간들도 참 많습니다.

가끔은 내가 아이들을 돌보는 건지, 아이들이 내 하루를 반짝이게 만들어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그 순간들의 기록입니다.

누군가에겐 소소하고 평범한 하루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잊히지 않을 시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보건실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오간 숨결, 말들, 눈빛과 마음의 온기를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기억들을 조심스레 꺼내어, 글로 남기게 되었습니다.


여기엔 아이들이 놓고 간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 안에는 아이들의 진심과, 그리고 나의 마음이 함께 깃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엔, 함께 웃고 떠든 우리의 따뜻한 하루도 담겨 있습니다.

어쩌면 이 글이, 누군가에게 조용히 머물다 갈 수 있는 작은 쉼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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