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가 보건실에 자주 가나요?

머리 묶는 손길 하나에 담긴 마음

by 달토

새 학기, 낯선 기운이 교실을 맴돈다.

그 가운데, 보건실 문을 유난히 자주 여는 아이가 있었다.


3학년 ‘다람이’.

하루에 두 번, 오전 한 번, 오후 한 번.

이쯤 되면 습관처럼 익숙한 방문이다.


“다람아, 머리를 오늘은 또 다르게 묶었네?”

“네! 오늘은 양갈래요!”

활짝 웃는 얼굴.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이 머리 누가 묶어줬어? 매일 다르게 해서 신기해.”

“아빠요! 원래는 엄마가 해줬는데요, 엄마 지금 병원에 있어요.


“병원에?”

“네. 수술하고 입원했어요. 2주 됐어요.”


그제야 보였다.

매일 깨끗한 옷, 가지런히 묶인 머리 뒤에 숨어 있던 작은 그리움.

엄마의 빈자리를 아빠가 정성껏 메우고 있다는 걸.


아이의 말투는 밝았지만,

사실은 작은 외로움이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묻어나는 듯했다.




어느 날은 눈이 아프다며 찾아왔다.

조금 오래 이야기하다, 보호자에게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 번호는 연결되지 않았다.

어머니 번호로 걸자 예상과 달리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안녕하세요~ 다람이 엄마예요.”

“네, 안녕하세요. 보건교사입니다. 다람이가 눈이 아프다고 해서요, 상태 설명드리려 전화드렸어요.”


간단한 설명을 마치자 어머님이 말했다.

“아, 아빠한테도 한번 얘기해 볼게요. 그리고… 혹시 다람이 교실 가고 나면 전화 한 번만 다시 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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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이가 돌아간 후, 다시 전화를 걸었다.


“혹시… 다람이가 보건실에 자주 가나요?

어떤 증상들로 찾아오는지도 궁금해서요.


걱정스러운 목소리였다.

다람이가 집에서도 보건실 이야기를 자주 했나 보다.


“네, 요즘은 자주 오는 편이긴 해요. 눈 아프다거나, 머리 아프다거나…

몸이 아프다기보다는 그냥 잠깐 쉬고 싶어서 오는 것 같기도 해요.”


“그렇군요. 네… 알겠습니다.”


어머니는 짧게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로

다람이의 발걸음은 보건실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처음엔 걱정이 됐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며칠이 지나고 몇 주가 흘렀다.

그러다 어느 날, 다람이가 찰과상을 입고 찾아왔다.


“다람아, 엄마 퇴원하셨어?”

“네! 이제 집에 있어요!”


활짝 웃는 얼굴에 전보다 더 따뜻한 기운이 번졌다.

그동안 보건실에 오지 않았던 건,

아마도 그리움이 채워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다람이의 첫 모습은

양쪽 높이가 조금 다른 양갈래 머리였다.

그 머리는 시간이 흐르며 점점 균형을 잡아갔다.

마치 아이의 마음이 조금씩 자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다람이가 앞으로도 그렇게,

사랑받으며 건강하게 자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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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by 달토

✏️ Instagram @dalto_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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