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휴가를 냈다.
지난 주말, 갑자기 휴가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소 같았으면 앞뒤 재고 따졌을 텐데,
휴가를 내야 한다는 의지만 강렬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조금 더 미루다간 두고두고 후회할 것만 같았다.
휴가 내는 게 무슨 대수라고,
하염없이 시간만 낭비했구나.
그냥 내버리면 그만인 것을.
이렇게 쉬운 일이었던 것을.
무작정 기차를 탔다.
계획 없던 여행길, 조금 긴장했다.
기차를 놓칠까 봐,
기차역으로 가는 내내 시계만 들여다봤다.
늦을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뭐가 그리 불안한지 시선이 자꾸 아래로 향했다.
기차 타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타지 못할 이유만 찾았었구나.
그냥 집을 나서면 그만인 것을.
이렇게 설레는 일이었던 것을.
무작정 너를 만나러 갔다.
너무 늦은 것 같아서, 미안했다.
눈을 쳐다보면 눈물이 날까 봐,
괜히 먼 산을 바라보면서 안부를 물었다.
원망하지 않을 걸 알면서도
너는 모르는 미안함이 솟아올라 가슴이 찌릿했다.
너를 만나는 게 무슨 계획이 필요하다고,
애꿎은 시간 탓만 했었구나.
그냥 ‘만나자!’ 한 마디면 되는 것을.
이렇게 벅찬 일이었던 것을.
무작정 마음을 털어놨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았다.
우리는 또 만날 테지만,
내일이 없는 것처럼 못다 전한 말을 늘어놓았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줄 걸 알면서도
마주 앉은 시간이 너무 소중해서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았다.
마음을 털어놓는 게 뭐 그리 복잡하다고,
쓸데없는 자존심 핑계만 댔었구나.
그냥 내려놓으면 되는 것을.
이렇게 세상 둘도 없는 내 편이었거늘.
코로나19 때문에, 사는 게 바빠서 만나지 못했던 친구가 너무 보고 싶었다. 무턱대고 저지르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무작정 휴가를 내고, 무작정 기차를 타고, 무작정 친구를 만나러 갔다. 지금 당장 내 앞에 놓인 일들을 해결하느라 미뤄뒀던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출산을 한 달 앞둔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데, 안 왔으면 어쩔 뻔했나, 싶었다. 가끔은 생각 없이 무작정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 앞뒤 따지고 계산하느라 타이밍을 놓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후회하느니, 일단 하고 보자, 다짐한다. 어쩌면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순간일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