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많이 힘들었지? 아마도 지난 일주일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괴로웠을 거야.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다시 회사에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긴장했을 텐데, 돌발진이라니. 밤새 잠 한숨 못 자고 고열에 시달리는 아이를 보살피면서 이런 아이를 두고 회사에 나가야 한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었을지도 몰라. 출근길,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을 거야. 네가 그랬지? 복직을 며칠 앞두고 ‘돌발진을 하려면 엄마가 출근하기 전에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그런데 복직한 지 며칠 만에 불청객이 찾아왔으니, 속상한 마음이야 말해 뭐 하겠어.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네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까, 참 많이 고민했어. 아이가 아플 땐 얼른 낫는 것 말고는 그 어떤 것도 위로가 되지 않을 테니까. 게다가 돌발진은 고열이 떨어질 때까지 해열제를 먹이면서 아이의 상태를 보살피는 것밖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거든. 온전히 너희 부부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지.
사실 언니도 아이가 아프면 이성을 잃곤 해. 현명하게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데, 이성적인 기능 자체가 정지된 느낌이랄까. 허둥지둥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아이를 부둥켜안고 울곤 했어. 내가 제대로 보살피지 못해서 아픈 것만 같고, 대신 아파줄 수 없음에 좌절하고, 아이가 아픈데 직장이 무슨 대수냐며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솟아올라 괴로웠지. 그렇다고 복직한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아이가 아프다고 휴가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이번 일은 워킹맘이 아이를 기르면서 겪을 수 있는 수많은 사건 중 하나일 뿐이라는 걸 말해 주고 싶어.
조금 야속했지? 해열제를 먹여도 열이 떨어지지 않아 조바심이 나는데, 잘 먹고 잘 놀면 괜찮다고 말해서? 아픈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막막한데 일주일 정도 앓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얘기해서? 애들은 아프고 나면 큰다고 말해서? 너무 걱정스러운데 근무 시간에는 일에만 집중하라고 해서? 다 알면서도 네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랐어. 귀한 조카가 아픈 것도 속상하지만, 15개월 만에 회사에 출근한 내 동생이 걱정됐거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하던 몇 년 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더 아렸어.
지금 넌 최선을 다하고 있어. 아이가 아픈 건 네 책임이 아니야. 네가 다시 출근하면서 그렇게 된 것도 아냐. 어린이집에 너무 일찍 보내서 그렇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우리가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었어. 아이를 기르면서 마음이 무너질 때마다 자책할 순 없잖아. 언제까지 아이를 품 안에만 둘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때가 되면 아이도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또 때가 되면 부모의 품을 벗어나 성인으로 독립해야 하니까. 반드시 한 번은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며칠 전, 조카의 상태가 궁금해서 전화했던 거 기억나? 넌 자려고 누워있다가 전화를 받았지. 휴대전화 너머로 옹알거리는 소리를 듣고, “이모 해 봐”라고 말했어. 잠깐의 정적 후에 처음으로 “이오?”라는 말을 하는데, 어쩜 그렇게 사랑스럽던지. 그때, 엄마가 했던 말씀이 떠오르더라. 아이가 아플 때였는데, 속상하다고 말했더니 “애들은 아프고 나면 뭔가 새로운 걸 하기 시작한다”던 이야기였어. 그때는 속으로 생각했지. ‘아니, 애가 아파서 걱정돼 죽겠는데, 고작 하는 말이 아프고 나면 큰다고?’ 그런데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이야.
워킹맘 신고식을 호되게 했다고 여기자. 앞으로 네가 걸어갈 길에 언니가 늘 곁에 있을게. 항상 응원한다, 사랑하는 내 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