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미안한 순간

by 김명교

어린이날 하루 전날, 아이는 신나게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이들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와 작은 선물이 준비돼있었을 거다. 어린이집 학부모로 5년 차니까, 이 정도는 알아맞힐 수 있다. 다섯 번째 맞는 어린이날, 아이가 좋은 기억을 만들고 오기 바랐다. 등원 준비를 하면서 말을 건넸다.


“어린이집에 가서 재미있게 놀다 와. 오늘 뭐 하면서 보냈는지 만나면 말해줘야 해. 이따 엄마가 데리러 갈게.”


솔직하게 고백하면, 이날 회사에 있는 동안 아이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아침에 건넨 인사, 잘 등원했다는 남편의 메시지에 엄마 모드를 잠시 꺼뒀다는 게 정확하다. 그리고 종일 일과 씨름하느라 한껏 예민해져 있었다. 평일에 공휴일이 하루 끼어있는 주에는 마음이 더 급해진다. 일할 시간은 줄고, 업무량은 그대로인 상황. 하루 쉬는 것도 좋지만, 일할 시간이 하루 줄었다는 건, 때론 그 자체로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알림장이 도착했어요.’


목덜미가 뻐근해진 오후, 휴대전화 진동이 울렸다. 어린이집에서 보낸 알림장이었다. 노란색 옷과 액세서리로 차려입고 ‘오늘은 우리의 날’이라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진 수십 장에 담겨 있었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다. ‘이 녀석들, 오늘 무척 즐거웠겠구나!’ 흐뭇하게 사진 한 장, 한 장을 넘기는데, 뭔가 이상했다. 사진 속 아이들 가운데 내 아이만 노란색 뭔가를 걸치지 않았던 거다. ‘아차, 내가 놓쳤구나.’ 매주 담임 선생님이 보내주는 주간 교육 계획표를 살피지 않았던 게 생각났다. 노란색 옷이나 액세서리를 준비하라는 공지를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사진 속 아이의 표정은 밝았지만, 나는 미안함에 어쩔 줄을 몰랐다. 내 불찰로 아이의 소중한 하루를 망친 건 아닐까, 혼자만 노란색 옷을 입지 못해서 주눅이 들어 있었으면 어쩌지, 미안함에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퇴근할 때까지 아이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남편에게 이런 상황을 전했다.


“만나서 기분이 괜찮아 보이면, 이제 잘 챙길게, 정도로만 얘기해.”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책상 속에 있던 사탕 몇 개를 챙겼다. 아이를 만나면 사과의 의미로 줄 요량이었다. 고작 사탕이지만, 조금이라도 아이의 마음이 녹아내리길 바라면서.


다행히, 아이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직접 만든 노란색 챙 모자를 보여주겠다고, 인사는 하는 둥 마는 둥 가방부터 열어젖혔다. 어린이집 문을 나서자마자 물었다.


“선생님이 활동사진 보내주셔서 봤는데, 오늘 정말 재미있었겠더라. 그런데, 우리 달콩이만 노란색 옷을 안 입었더라고. 괜찮았어?”

“괜찮아. 엄마, 내 팔찌에 노란색 있어. 이거 봐 봐.”


걷다 말고 아이는 자기 손목을 내밀었다. 미아 방지용 팔찌의 펜던트가 노란색이었을 줄이야. 팔찌가 노란색이라서 괜찮다는 아이의 모습에 말문이 막혀 버렸다. 앞으로는 엄마, 아빠가 더 잘 챙기겠다는 말에도, 별일 아니라는 듯, 괜찮다며 차에 올랐다. 준비했던 사탕을 줬더니, 좋아서 웃느라 반달눈이 됐다.


일하는 엄마라서 아이에게 미안한 순간이 있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미루다가 아차, 싶은 순간이 한 번씩 생긴다. 그럴 때면 죄책감이 드는데, 아이는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아서 허무할 때가 있다. 그래, 엄마도 사람인데, 늘 완벽할 수는 없잖아, 스스로 다독이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아이가 있어서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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