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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RICO Sep 29. 2020

전자 애물단지

오래된 물건들과의 이별

우리 집엔 오래된 물건들이 많다. 엄마가 가져온 혼수들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경우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중에 기억 남는 것이 바로 TV였다. 딱 봐도 연식이 굉장히 오래된 TV였지만, 그 TV는 나의 어린 시절부터 함께 했다. 가운데 로고는 GoldStar라고 적혀있다. 지금의 LG전자이다. 1995년 3월에 LG전자로 개칭이 되었으니 나보다 나이가 많은 셈이다. 등이 거북이 등처럼 튀어나와 있어서 나는 TV에게 거북이라고 불렀다.


가끔은 이 TV가 사람과 의사소통이 되어서 자기가 태어나서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채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의 세상, 엄마와 아빠의 세상, 자신이 봐오던 세상만큼 역사적인 기록은 없으니까. 가끔 화면이 나가서 안 들어오던 적도 있지만, 우리 집 애물단지이자 친구로서 꽤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전원 버튼을 눌러도 신호가 먹히지 않았다. 어쩌다가 켜지더라도 화면의 왜곡이 심해져서 화면은 일렁였고, TV 윗 등을 너무 때려서인지 구멍이 난 상태였다.


켜지지 않음을 확인한 부모님은 바로 버리자고 했고, 나는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한 채 금성사 TV를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비록 말은 할 수 없는 전자기기지만 내 어린 시절 사진 뒷 면에 한 번씩 함께 찍혀있던 TV.


그밖에 나의 학창 시절을 즐겁게 해준 Windows 98과 CRT 모니터, 길쭉한 모양이 참 신기했던 타워형 선풍기,

오디오 등. 지금 생각해보면 수많은 옛날 전자기기들과 함께 했다.


물론 이 모든 전자 애물단지들은 하늘의 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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