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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만하 Jun 15. 2024

30대 여자에게 소개팅이란

속도전이지만, 속도가 안나는 나란 사람.


 '소개팅'  


 아무래도 한국에서 2024년을 살고 있는 30대에게는 매우 친근하지만 어렵기도, 복잡 미묘한 주제가 아닐까 싶다. 요즘 들어 회사 점심시간, 친구들과의 대화, 지인과의 만남을 통해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소재는 '소개팅,연애,결혼'이다. (30대 미혼 직장인들... 공감하나요?) 기혼자의 입장에서 장려하면서, 훈수도하고, 조언도 하는 말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히 귀담아 듣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렇다, 저렇다 할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는 입장에서 답답함이 쌓이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미혼의 입장에서 멀리할수도 없지만, 가까이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지만 노력하는 과정에서 생각을 남겨본다.


  나를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서울에 살고 있는 30대 초중반의 여자 사람으로 IT 업계 어느 회사에 기획자로 일하고 있고 그동안 운동, 책, 진로 고민,돈 등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소소하게 고민하면서 지내왔다. 첫 인상은 차갑지만, 가까워지면 생각보다 따뜻한 편의 사람 이라는 피드백은 받은 편이고, 오늘 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마음으로 주어진 시간과 사람에게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편이다. 동시에 인성과 같이 수치화하기 어렵고, 설명하기 복잡한 성향들이 나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한편 타인에게 쉽게 어필 될 수 있는 것은 나이, 키와 몸무게로 표현되는 외모, 회사로 유추되는 과대평가되는 연봉 등 숫자로 치환되는 스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숫자로 내가 소개되는 것이 안타까워도 더 편리할 수 있는 것라면, 받아들여야겠지. 그리고 이 숫자들을 넘어야 그 다음에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느낌이 분명 있었다.


 나는 '책임감'과 '꿈(목표)'가 있는 '행동'하고, 가치관이 비슷하고, 대화가 잘 되는 사람이 이상형이지만, 소개팅 앞에서 내 기준이 너무 주관적이고, 나의 시간과 에너지가 유한하기 때문에 더 적절하지 않다고 느끼기도 했다. 어느 누구에게나 이상형일 수 있는 사람을 바라면, 나의 적절한 기준은 아닐 수 있는게 아닐까. 내가 숫자로 어필 될 수 있는 것 처럼, 나 또한 솔직하게 바라는 바를 숫자로 명확하게 해야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보통 어떤 사람을 선호하냐고 나에게 물어서, '책임감 있고, 행동하는 사람' 이라고 답하면 다시 질문이 들어온다. '나이는? 키는? 사는 곳은? 안되는 것은?' 등 좀 더 객관적인 기준과 나의 리밋(limit)을 알고 싶어 한다.


 그런 여러 대화 과정에서, 나는 심플하지는 않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독서모임에서도 들었던 피드백이 있다. 나는 되게 현실적이기 보다는 (생각보다)이상을 꿈꾸는 사람이라서, 현실적인 연애결혼 시장에서 속도를 내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자각도 했다. 마치 취업할 때가 생각났다. 회사 간판이나 연봉, 복지 좋은 곳을 흔히 선호해서 대기업을 쓰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나는 그런 것보다 내가 좋아하고 즐거워 하는 일이길 바랬다.현실적이었다면 사회의 선호를 따랐을텐데 말이다.(돌아봐도 나는 치기 어리긴 했다ㅋㅋ)

 누군가는 원하는 조건만 맞으면 고(go)한다던데, 대화가 잘 되었으면 좋겠고, 가치관이 맞으면 좋겠는데, 이런 건 만나서 이야기해도 금방 알기 어려운 것 같기도 해서 속도와 시간이 중요한 소개팅 시장에서 나는 다소 느린 편이라 버거워하는 것 같다. 그치만 뭐 어쩌겠는가.바뀔 수 없는 판에 있는 이상, 판을 나가던지, 내가 바뀌어서 원하는 걸 취할 수 밖에(이 문장을 쓰면서 바둑을 떠올리고,미생을 떠오르고 여러 에세이들이 떠오르는 사람이지만 정말 어쩌겠는가 ^^;;)


 이 주제로 글을 쓰겠다고 노트북을 열은 것도 오늘이 처음도 아니고, 오늘도 아침부터 노트북 앞에 있는데도 꽤나 시간이 흘러서 벌써 황금 같은 토요일 오후라니... 당황스럽다 정말. 속도전에서 밀리고 싶지 않지만, 밀리고 있는, 밀릴 것 같은 내가 불안하고 걱정스러워서 그런지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마음이 차분해지지 않아서 그런걸까. 이 사색으로 얻은 것이 있다면, 조금 더 내가 원하는 바를 수치화하거나 핵심 질문을 나한테 던져야 봐야겠다..! 


p.s혹시 그런 인생 질문이 있다면 남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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