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른이 되고 있다는 지표 두 가지

결국 내가 나를 알고 타인이 나를 아는 것.

by 다만하

요즘 운동-회사-집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데,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느끼고 있는 와중에 다행히 나이만 먹고 있다는 느낌보다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안도감이 들었던 순간이 있었다.



1. 내 것을 아는 법

최근 부동산이 시끄러워서 다시 여러 동네를 살피다가 다시 현타를 맞았다. 지도를 보고, 동을 듣고서 그곳이 그려지는 정도가 된 것 같은데, 액션이 없다 보니 개가 닭 쫓는 느낌이 계속 들고 좌절스러웠다. 원래 계획과 목표만 있고 액션이 없는 상태가 사람을 제일 자책하고 불만에 빠지게 한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이런 상황이었다. 실행력이 엄청 떨어지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상황이 있다 보니 움직이지는 못 하고 관망하면서 꽤 속이 상했었다.


그런 상태로 원치 않지만 긴 시간 있다 보니 내 것이길 바라는 것과 내 것일 수 있는 것과 내 것이길 원치 않는 게 구분이 되었다. 좀 더 빠르게 '딱'하고, '척'하는 그런 사리분간이 빠른 사람이 너무 부럽지만 나는 계속 한 템포, 투템포 늦는 것 같아서 매우 아쉽다.( 렇게까지 몰리고 쫓기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은 나의 타이밍은 늦는구나 하면서 액션의 길을 찾고 있다.


연애와 결혼에도 동일한 로직이 적용된다고 생각이 들었다. 결혼한 지인, 친구들을 보면 확실히 미혼과는 다른 느낌이 있었다. 그 차이는 스스로가 바라는 것과 포기할 수 있는 것, 없는 것을 알고 있는 점에서 묻어 나왔던 것 같다.


중국어로 다른 사람의 애인을 보고 '不是我的菜'라는 말을 배웠었다. 직역하면 '내 음식이 아니야'라는 의미로 '내 것이 아니다'라는 뜻인데, 이런 분간이 되어가는 게 어른이 되어간다는 지표라고 느껴졌다.


2. 나를 찾는 사람

점점 나와 타인의 생일을 안 챙기는 것이 나이를 먹어가는 지표인 것 같다. 나도 거의 챙기는 사람이 없다시피 한데, 생일 연락을 주는 지인,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고마움이 컸다. 그리고 전에는 내가 호기심에 사람들을 찾았던 것 같은데, 근래 나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부동산 관심이 많다고 하니 본인 거주지 근처 괜찮은 곳을 소개해주기도 하고 갈 수 있는 능력은 다른 이야기지만, 가까이 이사 갈 수 있는 곳을 말해준다는 게 고마웠고, 쉽게 말하지 않을 법한 사적인 이야기를 풀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물리적으로 채용 자리를 구하거나, 집을 잘 매매하거나, 돈 벌 기회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나를 좋게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편안했달까. 신뢰 가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생 것 같아서 감사했다.


앞으로도 '나이'만 먹기보다, '어른'으로 잘 살아야겠다. 어렵더라도 이겨내는 게 '어른'이니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