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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만하 Sep 10. 2021

쉬는게 좋지 않은 이유, 쉼의 박자


요즘 어떻게 지내? 어때?



이런 질문을 받으면 최근까지 나는 이렇게 말했다.



"크게 바쁘지 않고, 별 일 없어. 내 시간이 많아서 쉴 수 있어"



그럼 보통 다음과 같이 말한다.



"좋네, 쉬는게 최고지, 쉴 수 있어서 부러워" 혹은 "다행이네, 잘 쉬고 있네", "쉴 수 있을 때 즐겨" 등등


과연 나는 내 시간을 잘 쓰고, 잘 쉬고 있는 걸까?


내 현재 상황은 아래와 같다.


작년 겨울 이직하고 거의 바로 원격 근무를 시작했고, 입사한지는 아직 1년이 지나지 않았다. 

연초에는 이직한지 얼마 안되었으니까, 잘 모르니까, 일이 많지 않겠지라고 생각했다.

점점 시간이 갈수록 생각보다 내 일이 꽤나 루티너리 하게 느껴고, 이직 전에 비해 일의 강도가 많이 낮은 것 같았다.



팀에서 바쁘고 급한 일은 많지만, 내가 아직 주니어라 맡기는 것 같지 않아서 내가 무얼 잘 못하고 있나 싶었다.

그래서 면담하면서 물어보았는데 내가 맡은 업무량이 적은 편은 아니라고, 신입 치고 잘하고 있고 지금 맡은 서비스가 비시즌으로 안 바쁜 것 같다고, 시간 여유가 되면 조금 더 신중하게 고민하고 생각해볼 시간을 갖으면서 일을 하면 된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또 한편 전 회사 팀 동료분에게 내 상황을 말했더니, 위와 같이 쉴 수 있어서 좋겠다며, 쉬는 걸 즐기면 된다. 너무 내가 이전에 빡세고 바쁘게 일해서 빠른 속도에 익숙해서 그런거 아니냐며, 쉬라는 말을 들었다.


결론적으로 원격 근무로 출퇴근 시간을 세이브 했고, 업무 강도가 내 생각보다는 강하지 않은 편이라서 심적, 시간적 여유를 확보 했다.


회사 다니면서 이렇게 평생 원격 근무로 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연차가 쌓일 수록 바쁘고 부담되는 일만 가득할테니, 지금이 정말 황금기라면 황금기가 맞다.



그런데 나는 '쉴 수 있어서, 시간이 있다고' 즐겁지 않다. 왜 그럴까?



첫 번째 이유, 본디 나는 쉴 줄 모르는 걸까?



이건 해당 사항에 없다. 내가 대학생 때 외국인 친구가 쉼의 중요성을 알려주면서 깨달았다.


중국 어학연수 가서 같은 반 외국인 친구 였는데, 해가 뜨면 그렇게 행복해하면서 맨날 태닝하러 운동장에 누우러 뛰어가는 걸 보았다.


당시 빨리 중국어를 조금이라도 더 잘 하고 싶고, 단어라도 하나 더 외우려고 아등바등하고 있는 나는 그 친구가 그렇게 한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 번 물어봤다. "너는 왜 공부 안하고 맨날 누워있어? " 그 친구는 "지금 해가 떴잖아. 햇빛을 나는 온몸으로 맞고 있는데 너무 행복하게 나는 쉬는 건데, 너는 쉴 줄 모르는거야?" 그 외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서 '쉼'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도 하고, 체득했다.


나도 외부 일정이 많으면 집에서 에너지 충전을 하는 등 페이스 조절을 하는 편이다. 쉴 줄 모르는 건 아닌데... 왜 나는 지금 즐겁지 않을까?




두 번째 이유, 취미가 없나? 혼자 놀 줄 모르나?



이 것도 아닌 것 같다. 스스로 취미가 없는 편은 아닌 것 같다. 혼자 카페도 가고, 서점도 가고, 좋아하는 취향의 영화도 혼자 볼줄 알고, 혼자 해외 여행도 갈 줄 아는데 혼자 놀 줄 아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외부활동이 제한되니까 취미나 혼자 노는 걸 잘 못해서 그런건가 싶기도 한다. 아무래도 좋아하는 요가원 가는 것도 막히고, 친구나 지인 보는 것도 쉽지 않고, (국내외)여행도 힘드니... 답답함이 쌓여서 즐겁지 않을수도 있는 것 같다.



세 번째 이유, 할 일이 없나?



조금 달리 말해보자. 구체적으로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할 일이 없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다.


회사 안에서의 나의 일이 있긴 있지만, 루티너리한 일이라서 내가 큰 성취감을 느끼지는 않는 편이다. 회사 밖에서의 나의 일은 무엇이 있을까. 자기계발로 직무 관련 툴 학습도 있고, 독서도 있고, 사이드 프로젝트 독서모임 운영도 있고, 매일 조금이라도 꾸준히 하는 운동 정도다.  여기서 문제 보인다. 자기계발로 직무 관련 툴 학습은 올해 시도했으나 잘 학습하지 못했다. 인강을 들어도, 책을 봐도 여전히 나는 잘 모르겠고....(물론 내가 너무 못하는 파이썬이나 코딩 영역이다..)그래서 중단. 독서와 사이드 프로젝트 독서모임 운영은 이제 몸에 익었다. 홍보를 위해 인스타 계정 운영이 챌린지가 있긴 한데, 내 개인 인스타 계정도 안하고 있으니까 이 것도 미뤄진다. 계정 생성은 했지만 포스팅 업로드는 너무 뜸하다. 운동은 올해 아침 러닝도 하고(최근 주 4~5일 까지는 아니지만, 기본 주2, 그 이상은 러닝 외 다른 홈트나 운동으로 채우고 있다) pt도 받아보고, 최근 필라테스를 해보았다. 운동 영역에서 챌린지는 성공적인 체중감량 혹은 나아가서 바디프로필이 있겠지만, 나는 둘 다 마음을 접었다. 




즉 업무와 내 일상 면에서 성취를 느끼는 활동이 적기 때문인 것 같다. 업무 혹은 일상 중 한 쪽에서는 챌린지가 들어와야 밸런스 있게 자동적으로 자연스럽게 쉬는게 가능할텐데, 지금은 양쪽 모두 챌린지가 없으니까 쉬는게 아니라 쳐지는 느낌이랄까.




위 내용을 정리해보면, 내가 쉴 수 있다고 즐겁지 않은 이유는 

일과 일상에서 모두 챌린지를 달성하는 성취를 느끼는 일이 적고, 코로나로 인해 외부 활동 제한으로 노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 나는 쉴 수 있다고 즐거움을 느끼려면,


1)챌린지를 달성하는 성취를 느끼는 일이 없고 -> 일이나 일상에서 성취를 느끼는 챌린지한 일을 한다.

2)코로나로 인해 외부 활동 제한으로 노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끝난다.


2)는 외부 요인으로 변화 가능성이 적고, 1)에 해당하는 성취를 느끼는 챌린지를 경험하면 될텐데, 업무 면은 내가 컨트롤 하기는 어려우니 스킵하자.  일상 면에서 챌린지를 넣으면 될 것 같다. 그러나 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내가 게을러서 쉬운 루틴에 적응했기 때문에 혹은 챌린지를 수행하는 것 자체가 쉬는게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정말 챌린지가 없는, 맨 처음에 말했듯이 너무 별 일 없는 일상이라서, 쉬는 걸 넘어서 늘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되고, 그런 상황이 즐겁지 않다라,


아무래도 나는 베짱이 스타일은 아닌가 보다. 모두가 나처럼 느끼진 않겠지만, 나와 같은 사람도 있지 않을까?(설마 나만 이럴까.ㅎㅎ)



쉬는 것은 '강약'이 필요하다. '약'이 계속되면 늘어진다.



궁극적으로 쉬는 것도 강약이 있어야 쉬는거지, 약약약이 이어지는 건 나한테 쉬는게 아니라 늘어지는 요소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이 정리되었다.


그럼 앞으로 나는 충전된 몸에 힘을 불어넣어서 두 다리, 두 팔 벌고 일어서서 일을 제대로 벌려야 하나? 그래도 조금 더 이렇게 쉬는 시간을 만끽하고 싶으니까 한 다리, 한 팔만 일단 뻗어봐야겠다. 그리고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한 번 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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