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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만하 Nov 18. 2023

아쉬움과 불만(不满)이 올라오는 시기

11월은 늘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성격이 급한 편이다. 그래서 자주 이상과 빠르게 좁혀지는 않는 현실과 괴리감에 스스로 스트레스 받을 때가 많다. 돌아보면 11월은 늘 그랬던 것 같다. 곧 연말이고, 곧 새해가 다가오는데, 과연 나는 한 해를 어떻게 살았던 건가, 내가 무엇을 놓쳤고, 이루지 못했는지에 스트레스와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전보다 나이가 들면서 배운 성숙함(?)덕분에 이 세상에서 내 뜻대로 되는 일도 많이 없고, 나 스스로도 계획한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다. 그렇지만, 동시에 점점 나이의 무게감이 올라오다 보니, 매 번 11월이 다가오면 나는 늘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 불만, 조급함 등의 감정을 마주했던 것 같다.


 잠시 올해를 돌아보니, 작년보다는 훨씬 바쁘게 지낸 것 같은데, 더 밀도와 농도가 깊었는지는 잘 모르겠다.아마도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기도 했고, 생각을 계속해도 답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를 흘러가는대로 상황에 맡긴 바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작년은 독립하고서 온전히 일 년을 보내며 새로운 동네와 자취 생활에 적응하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코로나에서 점점 벗어나며) 사람들도 만나고 진로 고민도 많이 한 기억도 난다. 그리고 재택근무가 유지되었던 터라,  물리적으로 힘든 건 없었지만, 정신적으로는 다크하게 보냈던 것 같다.(눈물이 많은 사람인데, 울고 있던 기억이 꽤나 많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나는 올해는 어떻게 보냈던가, 분명한 것은 작년보다는 굵직 굵진한 이벤트가 많았다. 연초는 아이슬란드 여행으로 시작했고, 다녀온 후, 프로젝트 공백을 따라가기 바빠서 기억이 없는 봄과 여름 사이, 이별과 만남, 소소한 요가 수업 준비, 수술 후 집콕했던 장마 기간, 어쩌다보니 부산 워케이션 , 잠시 휴가내고 다녀온 홍콩 개인출장, 그리고 2년 만에 이사까지 마무리하고 나니 11월이 되어 버렸다.


 스스로 중심을 잡고 꼭꼭 씹어서 소화하는 여유보다는 치뤄내기 바빴던 올해를 보낸 것 같다. 만약 스스로 올해 중간 점검으로 만족스럽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아니오'라고 답할 것이다. 그리고 사실 나의 답은 늘 '아니오'인 것 같다. 이상이 높아, 눈이 하늘을 보고 있으니 쉽사리 만족감이 들지 않는 타입 이다. 그 불만족을 줄이기 위해서 눈을 낮추거나, 더 좋은 퍼포먼스를 얻는 수 밖에 없는데, 둘 다 선택하고 싶지 않는 인간 심리가 존재한다..(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누군가는 이런 마음을 이해하지 않을까?!)



 고로 나는 그럼 계속 아쉬움과 불만(不满)을 느끼며 살아야 하는걸까,

 올해 내가 다시금 느낀 깨달음, lesson이 있다면, 스스로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시간과 에너지를 쏟은 결과에 대해서 원하는 기대값과 다르다고 사소하다고 치부하다 보니, 성취감도 없고 스스로가 한 게 없다고 무력감이 올라올 때가 많았다. 이런 사고의 사이클이 나한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은 알았지만, 올해는 분명히이 회로를 끊어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선택하지 않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은 자연스럽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 선택과 결과에 대해서 받아드려야 조금 더 가볍고 홀가분하게 그 다음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2023년 11월을 마주하면서, 나는 아쉬움과 불만(不满)을 뒤로 하고, 감사함과 충만(充满)으로 내가 보낸 시간과 에너지를 인정해주어야 겠다. 이런 안정감을 가지고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연말까지 잘 마무리해봐야겠다.


p.s 요즘 러닝을 많이 해야 하는 시기인데, 뛰다 보면 뛸 수 있음에, 볼 수 있음에, 숨 쉬는 것 하나 하나에 감사함도 많이 느껴진다. 불만감을 잠재우는데 러닝이 꽤 도움이 되는 같다ㅎㅎ

11월 어느날, 아침 러닝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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