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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만하 Dec 16. 2023

계속 뛰다보니 말로만 하던 풀마라톤을 뛰어버렸다.(1)

말하는대로, 원하는대로, 바라는대로

 지난주 나는 풀 마라톤 완주에 성공했다. 완주 후에 긴장이 풀리면서 점점 발이 붓고 걷기 어려워져서 꽤 고생했다. 꼼짝 없이 움직이지 못하고 노트북 앞에서 일만 하고 몸이 불고 있는 와중이라... 오히려 글쓰기에는 좋은 환경이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첫 10km대회 부터 풀 마라톤까지 돌아보려고 한다. 만약 풀마라톤 후기만 보고 싶다면 계속 뛰다보니 말로만 하던 풀마라톤을 뛰어버렸다.(2) 5문단 부터 읽으면 된다!

계속 뛰다보니 말로만 하던 풀마라톤을 뛰어버렸다.(1)

1. 처음은 10km 부터


  나는 어릴 때 부터 달리기를 크게 잘 하고 좋아했던 적은 없었다. 가만히 앉아 있는게 싫어서 자주 걸어다녔을 뿐 러닝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연히 어떤 책을 읽었던 것인가, 이야기를 들었던 것인가 계기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1년에 한 번 정도 10km 정도 쉬지 않고 달리는 정도는 할 수 있고, 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20살의 나는 매년 하루 정도는 뛰기로 생했다. 혼자서 뛰면 뭔가 방점이 찍히는 느낌도 아니고 흐지부지 될 것 같아서 짧아도 마라톤 대회를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런 생각을 한 것이 20살이었으니까 아무래도 새내기 버프가 있었던 것 같다. 뭐든 할 수 있고, 모든 것이 재밌었던 20살, 20대라서 그렇게 나의 생각이 흘렀던 것 같다.


 아마 지금 한국에서 직장 다니는 30대한테 1년 한 번 정도 10km 마라톤을 매년 하는 하는 것은 어때요? 라고 물었을 때, 흔쾌히 '네, 좋은 생각이네요! 저도 할래요' 라는 답을 듣기는 쉽지 않았을수도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이런 생각이 드는 내가 슬프지만.ㅠ)


 그리고 그 당시 굉장히 적합했던 마라톤 대회가 있었다. 아모레에서 후원하는 '핑크리본 마라톤'(https://www.pinkcampaign.com/index.do )이라고 1만원 참가비(당시 가격, 요즘  참가비는 모르지만 그렇게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닐 것이다)만 내면 핑크색 러닝 기능성 티셔츠도 주는 진입장벽이 낮은 마라톤 대회가 있었다.  유방암 건강 인식 개선 취지도 마음에 들었고, 참가비도 기부금으로 사용되고, 찐 러너들보다는 적당히 뛰고, 적당한 재미, 사은품도 겟할 수 있다고 해서 내가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었다. 


 처음 20살에 뛴 10km는 친구랑 같이 참가했었다. 우리의 목표는 단 두가지, 멈추지 말자, 다치지 말자. 이 것만 되내이면서 각자의 페이스에 맞게 완주했다. (지금 떠올려보면 그 날의 감정은 지난주 풀마라톤 완주보다 더 생생하고 강력한 것 같다.) 

 진짜 내가 멈추지 않고 뛸 수 있구나, 생각보다 나는 끈기도 있고 강인하구나(왜냐면 평소에 전혀 뛰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모든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는 나대로 뛰면 되는구나, 내 앞에도 무수히 많은 사람이 있고, 내 뒤에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구나. 그 중에 나는 한 명이다. 특별하고 대단하지 않지만 내 속도로 나는 포기 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구나. 그렇게 가다보면 목적지,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다.

 물론 완주하고서, 성취감은 잠시 옆에 두고 사람들을 따라서 아모레에서 나오는 헤라, 설화수 화장품 샘플 챙기러 긴 줄을 서있었다.^^;;


2. 무모했던 첫 하프 마라톤 


 첫 10km 대회가 즐거웠고 크게 가격이나 체력에 부담은 없었던 것 같아서 그 다음해도  10km를 뛰고서 그 다음해에 하프 마라톤을 신청했다. 평상시 러닝을 전혀 안하는 사람인데 하프 마라톤은 좀 무서워서 3~4km를 여러 번 뛰고 갔었다. 지금 생각하면 대체 무슨 생각으로 3~4km를 겨우 뛰고 하프를 뛴 것인가 싶은데 어리고 크게 생각을 하기보단 앞만 보고 그 날 몇 시간 뛰면 되겠다고 정했던 것 같다. 

 

그렇게 처음 뛴 하프(21.0975km)은 너무 고통스러웠다. 13km 부터 헉헉 대고 대체 얼마나 가야하는 건지 머리가 혼란 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가도 1km 겨우 간 거고 15km 라니.. 물론 많이 왔지만 더 가야한다는 생각이 힘들었다. 그리고 정말 마의 18km구간 부터는 골반까지 아파서 18이 육성을 터져 나올 것 같았다.이 때 부터는 걷고 뛰고 걷고 뛰는 것을 반복하면서 울면서 완주했던 것 같았다. 너무 준비 없이 참가했던 하프 마라톤 이었지만, 어떻게든 완주해서 다행이었다. 다만 그 후로 한동안 마라톤 생각은 1도 안 했던 것 같다.^^


 그 하프 마라톤 이후로 마라톤 대회 참가를 꾸준히 하진 않았다. 핑계가 아닌 이유는 있었다. 핑크마라톤이 매년 9~10월 가을 경에 하는데, 중국 어학연수 가면서 일정이 안 맞아서 참여하지 못 한 해도 있고, 취준 시기라서 시험 공부한다고 넘기고, 면접 준비한다고 넘긴 적도 있었다.


3. 두 발로 뛸 수 있어서 행복하기만 했던 두 번째 하프 마라톤 


 그러다 다시 두 번째 하프 마라톤은 중국 상해에서 해외 인턴할 때 였다. 워낙 중국 음식이 기름지다 보니 살이 찌는게 느껴졌다.(사실 모를 수 없다..ㅎㅎ) 그래서 간간히 아침에 동네 공원을 3km정도 뛰고 출근하곤 했는데, 우연히 상해 도심을 뛰는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걸 알게 되었다.당시에 신청이 마감되었는데, 제발 되어라 하는 마음에 대기 걸어두었는데 신청이 된 것이다. 결론만 말하면 정말 너어어어어어어무무무무무무무 기분이 좋았고 즐겁게 뛰었었다. 날씨도 너무 좋았고, 외국인으로 참가했고, 좋아하는 상해 와이탄을 보면서 한 없이 뛰는데 이렇게 좋을 수가 있다 하는 생각 뿐이었다. 다행히도 마의 구간 없이 끝까지 정말 행복해, 행복해 하면서 완주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한국에서 취업하고 일정이 맞아서 나는 10km, 엄마는 5km 를 신청해서갔었던 함께  핑크리본 마라톤이 있었고, 마라톤을 뛰고 싶다는 생각은 잊은지 오래였다. 작게 나의 버킷에 적혀있었지만, 언젠가 뛰겠지, 사실 젊을 때 뛰는게 제일 낫겠지만... 잘 모르겠다 라고 생각을 접어두었었다. 사실 러닝은 내게 가까운 취미도, 운동도 전혀 아니었다. 마라톤 대회 참여는 1년에 한 번 스스로 환기하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돌아보는 이벤트 정도에 불과했었다.


(사진은 나중에 찾으면 추가해두어야겠다!)



4. 살기 위해서 뛰었던 러닝,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루틴, 세 번째 하프 마라톤


 그러다가 코로나 시기가 왔고, 나는 이직을 했다. IT회사에 다니면서, 100% 원격 근무가 가능한 환경이라서 입사 후 3일(?)출근하고 바로 재택 근무를 시작했다. 나는 거의 2년 정도 풀 재택 근무를 했다. 일어나서 침대에서 잠옷을 입은 상태 그대로 노트북을 키고, 간단히 아침도 먹고, 중간에 점심도 만들어 먹고, 해가 져서 깜깜해질 때 까지 노트북으로 일하는 일상이었다. 사실 나는 가만히 있는 걸 정말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데, 강제로 내 방에서 하루 종일 있고, 집 밖에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누군가에게는 극한의 효율을 뽑아 낼 수 있었겠지만, 나에게는 감옷 같은 느낌이었다. 입사 직후에 바로 재택 근무를 시작해서 일도 잘 파악이 안된 상황에서 하루 종일 노트북 앞에서 손가락과 눈동자를 움직이고 엑셀을 끄고 키고 있는 스스로가 한심하게 생각이 들었다. 사적 모임 금지로 카페에서 실내 커피 취식도 안되는 시기였던 터라서 근무 장소를 바꾸러 환기하러 나갈 수도 없어서, 우울과 무기력에 빠져가고 있었다.


 말이 길었지만, 그래서 나는 정말 일상 속에서 러닝을 생활하기로 했다. 최소한 아침 해와 아침 공기를 느끼고 하루를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뜬금 없이 꽤 일찍 일어나버리면서, 2021년 1월 2일 출근과 동시에 러닝을 시작했다. 목표는 1년의 반, 183일을 뛰는 것으로 뛰어보기로 했다.(사실 240일로 1년의 ,2/3를 잡았었지만, 중간에 정정했다. 장마로 비가 많이 오기도 했고, 여름에는 타고 싶지 않았기에..^^) 그렇게 시작한 러닝은 3km , 5km , 6km 정도로 거리를 점점 늘렸고, 나는 그해 거의 200일 가깝게 뛰었고, (정정한)목표는 달성했다.


아 생각해보니 운동에 도른 후배와 언택트 하프 마라톤을 뛰기도 했다. 아침 일찍 만났는데 비가 오기 시작해서 집에 갈까 싶었는데, 또 같이 일정 잡기 어려울 듯해서 비가 약해질 때쯤 뚝섬유원지 ~ 잠수교 ~ 여의도 코스를 뛰었다. 거의 잠수교 10km 정도 왔을 때 직진해서 우리 집(은 용산이다)으로 가고 싶었는데 후배의 채찍질로 완주했었다.





나이키러닝앱을 쓰는 사람은 안다. 오류가 간간히 있다는 것을..ㅎㅎ 

중간에 튕겨서 거리랑 페이스에 오류가 있었다. 아마도 나는 630 정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5. 살기 위해서 뛰었던 러닝 시즌2,  진짜 습관이 된 러닝, 네 번째 하프 마라톤


 그리고 다음해 나는 독립을 시작했다. 사는 곳 가까이 천이 있었고 대략 왕복 6km 정도 되는 루트를 찾아서 자주 뛰었다. 습관이 되어서 주 4일 정도는 꾸준히 뛰었는데, 꽤나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해여서 멘탈 케어하기 위한 마음으로 뛰었던 것 같았다. 크게 욕심 없이 같이 루트로, 같은 거리만 뛰어서 크게 발전은 없었지만,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수단으로 러닝이 나한테는 충분했다. 그렇지만, 뭔가 방점을 하나는 남겨두고 싶어서 11월 손기정 마라톤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다. 언택트가 아니라 진짜 사람들이 모이는 대회가 오랜만이었는데, 사람들 에너지도 느껴지고 날도 안 추워서 잘 뛰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올해 어쩌다보니 나는 풀마라톤을 신청해버렸다.... 다음글에서 풀마라톤 이야기를 계속 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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