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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만하 Dec 16. 2023

계속 뛰다보니 말로만 하던 풀마라톤을 뛰어버렸다.(2)

말하는대로, 원하는대로, 바라는대로

 지난 12월 2일 나는 풀 마라톤 완주에 성공했다. 완주 후에 긴장이 풀리면서 점점 발이 붓고 걷기 어려워져서 꽤 고생했다. 꼼짝 없이 움직이지 못하고 노트북 앞에서 일만 하고 몸이 불고 있는 와중이라... 오히려 글쓰기에는 좋은 환경이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첫 10km대회 부터 풀 마라톤까지 돌아보려고 한다. 만약 러닝, 마라톤 대회를 시작하게 된 동기와 그 과정을 알고 싶다면, 이전 글 계속 뛰다보니 말로만 하던 풀마라톤을 뛰어버렸다.(1)읽어보시길. 이 글은 풀 마라톤 D-30부터 D-day 대회 당일까지의 이야기이다.


6. 놓고 있던 러닝이지만 풀 마라톤 신청, 그리고 완주까지


 올해는 너무 정신이 없었다. 프로젝트 규모를 몰랐던 나는 이렇게 내가 부족하고 힘들 줄 몰랐다... 작년 말 부터 따라가기 벅찼는데, (1월에 2주 정도 여행 간 것 말고) 상반기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특히 3~5월은 기억이 전혀 없다. 해 지고 버스 타고 집 오고, 해 뜨기 전에 버스 타고 회사를 갔다는 사실 말고 모르겠다. 오죽했으면 3월 러닝은 2회가 전부였을까. 벚꽃은 언제 피고 졌는지도 모르겠고 일단 할 수 있는 걸 알아내고 이해하겠다는 생각 뿐이어서, 러닝을 챙길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여름에 한 달 정도 수술로 운동 할 수 없는 상태로 집에서 칩거하다보니 장마가 왔다. 그나마 가을은 개인사와 회사 일로 바빴으나 간간히 뛰었다.


 또 말이 길었으나, 결론은 올해 나는 러닝을 제대로 한게 아니었다. 그런데 회사에 러닝 동호회에 가끔 게스트 러닝 가게 되었는데, jtbc, 서울마라톤 등등 이미 마감된 마라톤 대회 준비 중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었다. 그래서 올해도 하나 나가 볼까 하던 터였는데.. 그 영향인지 나는 시즌 마감으로 12월에 있는 풀 마라톤을 질렀다..^^ (12월에는 아마도 내가 많이 뛰어서 준비할 수 있을꺼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졌다.)




1. 대회 D-30


 그러나 나는 생각과 다르게 11월, 한 달 전부터 슬슬 마라톤 대회를 준비했다. (왜 일정은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일까) 대회까지 시간이 많이 없어서, 퇴근하면 제껴두고 일단 한강으로 나갔다. (원래라면 저녁 먼저 챙겨먹었겠지만, 그럴 생각이 안 들었었다...@_@) 사실 하프를 뛴다고 해도, 나는 10km 이상 연습해본 적이 없었다. 매번 대회 당일에 그냥 최대한 쉬지 않고 다치지 않고 뛰려고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노력을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회사 러닝 동호회에서 풀 마라톤 뛴 후기를 몇 개 들었는데 내 생각보다 더 무서웠다. 풀 마라톤이 만만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너무 준비하지 않다가는 다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길게 뛰는 연습은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선 17~ 20km를 3번 정도 뛰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정말 길게 많이 뛴 기록이다.^^;; ) 그리고 바로 발이 아파서 병원에 가니 인대에 물이 찼다는 말을 들었다. 대회가 2주 전인데, 출근 길 걷는 것도 아파서 뛰겠나 싶었다. 30km대는 아직 가보지도 못했는데 이를 어쩐담.. 풀마라톤을 중도 포기할 수 있는 좋은 이유가 생겼지만, 내년에 한 살 더 먹고 나의 손으로 직접 풀 마라톤을 신청 하는 건 잘 상상되지 않았다.(하면 좋겠지만, 무조건 풀마라톤 완주 아니면 안돼 라는 생각은 없었다는 걸 자각했다..^^) 고로 일단 올해 주어진 기회와 시간에 최선을 다하되, 발 상태가 안 좋으니 완주가 아니더라도 최대한 내가 갈 수 있는 만큼 멀리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대회까지 2주 동안 나는 러닝하지 않고 쉬었다. 발과 몸이 버텨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간간히 출퇴근 길 위에서 손발이 묶여있을 때, 나는 전혀 힘들지 않고 완주한다는 생각을 반복 했다. 마음 속의 목표는 5시간 안에 수거되지 않고 내 발로 도착하는 것으로. 마지막이어도 되니까, 수거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나중에 수거차가 없는 대회라는 걸 알고 .. 더 슬펐다.)


 




진짜 공부, 책 다 내버려두고, 오로지 회사,일,러닝을 챙겨하려고 노력 했던 11월(주말에는 기절했었던가..)


2. 대회 D-1


 대회 전 날은 탄수화물 많이 먹으란다고 친구가 저녁에 순대국을 나에게 먹였다. 그러나 나는 정말 비추한다.ㅋㅋㅋㅋ 나처럼 소화 잘 하지 못하는 타입은 저녁에 과식은 절대하지 말 것... 라이트하게 먹는게 나았을 것 같다.

  겨울 마라톤이라서 옷이 정말 신경 쓰였는데, 연습할 때는 밤에 퇴근하고 한강을 패딩 입고 뛰었다. 고로 완전히 대회 복장으로 세팅하고 뛰어보진 못했다^^;;(쓰면서도 내가 참 준비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레깅스 + 트레이닝복 + 패딩 or 바막 조합으로 뛰었으니, 더울 수 있으니 최대한 가볍게 레깅스 + 긴팔 + 반팔 + 바막 조합으로 준비했다. 아 양말은 물집이 너무 많이 잡힐까봐 두꺼운 스포츠 양말 2개를 신었는데.. 이 것은 좋지 못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너무 발이 조여서 발 부상에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그리고 코스와 물이 준비된 위치를 숙지했다.


3. 대회 당일 D-day


 대회 당일은 회사 동호회에서 들은 조언에 따라서 일찍 일어나서 속을 비우고 가야했으나, 앞서 말했듯이 소화를 잘 하지 못하는 나는 비우지 못하고 갔다.(이래서 대회 전 날 헤비한 저녁은 나는 비추다..) 사과 하나랑 초코바 하나 먹고 여의도로 출발했다. 발은 여전히 걱정스러웠으나 일단 못 걷고 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갔다.


짐 맡기는 줄 서 있을 때 찍은 맑은 하늘

 

마라톤 출발은 오전 9시 30분이고, 여의나루에  9시 10분 정도 도착했다. 역은 마라톤 참가자들이 누군가를 기다리느랴 많이 붐볐다. 짐을 맡기니 9시 29분이었는데 풀 마라톤 먼저 뛴다고 35분에 출발이라고 했다. '어? 진짜 이렇게 바로 뛰는거라고?' 정말 숨 돌릴 틈 없이 빨리 스트레칭 하고 골반이랑 발목 돌리고 신발끈 묶으니 2분 남았다고 했다. 아 여유 없이 시간 꼭 맞게 집에서 출발한 나를 반성하며, 어제 초기화해서 처음 쓰는 워치를 키고, 핸드폰은 평소대로 나이키, 스트라바 앱을 켰다. 그리고 맑은 하늘과 차가운 공기를 들이 마시면서 부디 발과 몸이 잘 버텨주길 바라면 출발 소리를 기다렸다.


 진짜 출발, 훅훅 다들 내 앞으로 뛰어 나갔다. 욕심 없이 나는 멀리 가보겠다고 생각했고 매번 마라톤하면 느끼는 바가 있다. 내 앞에도 수 백명이고, 내 뒤에도 수 백명이다. 그냥 나와 비슷한 속도의 사람을 찾아서 페이스 맞춰가면 앞으로만 가면 되기에 크게 신경이 쓰이진 않았다.


 한강의 바람이 꽤나 불기도 했지만, 대체로 해가 뜨는 시간이라서 크게 춥진 않았고 몸은 금방 뜨거워진 것 같았다. 얼굴을 너무 잘 타는 나라서 마스크를 썼지만, 바로 버렸다. 일단 뛰는데 집중하자. 그 외 것은 지금 신경쓸 수 없다.


 8~15km 구간에서는 하프 참가자들이 꽤나 먼저 뛰어갔다. 그렇지만 역시나 그래 잘 가라, 잘 뛰네 하는 마음으로 나는 앞을 보고 뛰었다. 이 때 꽤나 비슷한 페이스의 아저씨 분이 계셔서 약간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잘 따라 갔다. 진짜 이 분께 앞으로도 같이 잘 뛰어보자고 말하고 싶었는데, 민폐일 것 같아서 말을 삼켰었다. (정말 말 안하길 백만번 잘했다 말 했으면 서로 페이스 신경쓰여서 피곤했을 것이다. 진짜 이런 상황에서 사교성을 발휘할 이유는 정말 없다.)


 16km 정도에서 하프와 풀 마라톤 경로에서 나뉘어 졌다. 이 정도 뛰니까 갑자기 발에 심한 통증이 느껴져서 악 소리를 내면서 살짝 멈췄다. '정말로 발이 아파서 못 뛸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니 하프는 늘 뛰던 거리니까 하프까지만 뛰어보자'는 생각으로 계속 가기로 했다. 그러다 내 뒤에 사람이 너무 없어서 뒤도 한 번 돌아보았다. ' 나 진짜 꼴찌인가?' 하는 생각이었는데 진짜 꼴찌 같았다. 뭐 그래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발을 움직였다. 그러다 보니 뒤에서 한 둘이 내 앞으로 뛰어나가는게 보였다. 속으로 '오 꼴찌가 아니네' 뭐 다행이긴 한데 사실 다행인지는 모르겠고 더 생각할 힘은 없었기에 앞만 보고 발을 움직였다.


 20~21km 정도 되니까 갑자기 발이 안 아팠다. 그냥 뛰다보니 발이 적응이 된 것 같았다. 이런 나 진짜 계속 뛰는 것일까. 시간은 약 2시간 정도 지난 것을 보니까, 남은 20km를 3시간 안에만 들어가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180분/20km 니까 1km를 9분으로 뛰어도 된다는 말인데? 왠지 나 완주 할 수 있을듯! 하는 생각이 스쳤다. 평상시에 600~630으로 뛰니까 이런 계산을 한 건데, 지금 내 상태는 평소와 같지 않으나 나는 가능성을 읽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어머 나 이러다 진짜 완주 하겠는데!' 라며 기분이 매우 좋아진 상태로 계속 달렸다. 그러다 주위를 보니 반환점을 돌아서 가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미친듯이 달려나가면 돌아있는 눈을 보기도 했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 무리지어서 뛰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25~30km 부터 조금씩 버거워졌다. 점점 웃음기는 가시고 무표정에서 일그러지는 얼굴이 되어가고 있었다. 1km 마다 표시된 표지판이 빨리 나오길 갈구하는데, 점점 더 안 보이고 거리가 잘 안 줄어드는 것 같았고 골반도 조금씩 아파서 물 마실 때 휘청이며 테이블을 손을 짚고 있었다. 뛰면서 발에 물집이 터지는 느낌이 들었다. 물집이 터진게 아프진 않았고 ,양말도 두꺼우니 흡수하겠거니 하고 신경쓰진 않았다. 그리고 이미 나는 하프 거리 이상으로 이렇게 길게 뛰어본 적이 없었기에 '나의 최고 기록을 이미 넘었다. 나는 정말 잘하고 있다'는 말을 계속 되내이면서 뛰었다.


 30~35km 부터는 체력이 빠지는게 느껴졌다. 앞에서 시각 장애인 분이 계셨는데, 가이드 분만 멀리서 혼자 계신게 보였다. 아마도 35km 정도에서 드롭하신 건가 예상이 되었다. 내 속도는 1km당 7분 30초로 많이 떨어진게 보였다. 아 이러면 왠지 5시간 내 완주가 어려울 수도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 여기까지 온 이상 진짜 포기 할 수 없다. 너무 아깝다는 생각 뿐이었다. 잘만 하면 완주 하겠는데, 가야지 그런 생각 뿐. 챙겨간 에너지 젤이 없어서 물과 함께 간식으로 준비된 초코파이를 먹을까 생각이 들었으나 나는 그게 내 속을 더 힘들게 할 것 같아서 게토레이와 물만 들이키면서 앞으로 달렸다. 이 때 친구가 진짜 뜬금없이 3초 등장했었다. 안양천을 산책하고 있었다니... 생각도 못했는데, '잘 뛰어, 어서 가' 이 말에 살짝 울컥하고 감동 받아서 포기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계속 뛰었다.


35km~40km  풀 마라톤 제한 시간은 5시간인데 지금 속도는 약간 5시간 안에 들어가기에 간당 간당해보여서 일단 더 힘을 내서 달려보기로 했다. 이제는 앞 뒤로 사람들도 거의 없을 때라서, 점점 외로운 싸움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한편 옆에 안양천의 천둥오리의 팔자가 부럽기도 하고, 어린이 축구팀들의 운동하는 소리를 들으며 가능성이 넘치는 좋은 시기라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동시에 지금의 나도 두 발로 아직도 뛰고 있다니, 완주하기 좋은 시기가 아닌가. 빨리 가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라톤 당일에 처음 개시한^^;;) 워치로 시간을 보니까 1시간인가 50분 정도 남았었다. 갑자기 '와 7km는 그 안에 쌉가능이지!' 라는 생각으로 일단 전진했다. 내 앞에 많은 어르신들과 참가자들이 걷뛰 걷뛰를 하는데, 나는 걸을 수가 없었다. 괜히 걷다가 방심해서 5시간 안에 들어가지 못하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았고 걸으면 다시 뛸 수 없을 것 같았다. 아직은 뛸 수 있으니까 더 뛰어 보기로 했다.' 정말 많이 왔다. 진짜 이미 나는 여의도에 가까워.' 나는 정말로 완주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40km~ 아우 다 온 것 같은데도 아직이네, 와 이제 4시간 30분 정도 된 것 같았다. 끝까지 걸어서도 들어가려나 싶지만, 나는 오늘 나한테 최선을 다하기로 했으니까 뛸 수 있는 한 뛰기로 했다. 마지막 급수대에서 물을 마시면서 끝까지 걷지 않고 달렸다. 사실 걷고 싶었으나 발이 아파서 걷는게 더 아파서 뛸 수 밖에 없기도 했다...^^


 그리고 완주!!! 하...진짜... 뛴 게 맞구나? 이게 말이 된다고? 오 4시간 40분이 안 걸렸다고???!!

일단 발이 아프니까 앉고 싶은데 거의 사람이 빠진 도착지는 완주한 사람을 서로 사진 찍고 있어서, 내가 앉으면 민폐 같아서 물이랑 메달을 받고 가방을 찾으러 바로 이동했다.


풀마라톤 완주 인증!


 혼자 온 대회라서 사진은 주변 사람들한테 부탁해서 한 두 장 남기고 츄리닝 바지만 바로 입고 집에 왔다. 온 허벅지와 발이 아파서 기어서 집에 도착해서 발을 보았는데, 발이 다 물집 잡히고 발가락도 빠질 것 같고 인대 부분은 너무 부어서 스치기만 해도 아팠다. 그렇게 주말 내내 아파서 출근해서 병원에 가니 인대가 끊어지기 직전이랑 똑같은 모습이라고....^^;; 많이 무리해서 그런지 대회 한지 10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통증이 있고 나는 거의 씨암탉처럼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4. 대회 D+10


 발은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았다. 대회가 끝나고 지난주 회사 출퇴근이 너무 힘들었다. 하루는 정말로 발이 너무 아프고 부어서 회사에서 집에 오지 못하고 자기도 했다. 일이 많아서 늦게 까지 남아서 일을 해서 특정 시간이 넘으면 택시비 지원이 되었지만, 집에 가는 건 그렇다 쳐도, 그 다음날 올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정말로 수면실에 자기로 했었다. 심지어 수면실까지 가는 길도 발이 부어서 바로 내려가지 못하고 계속 자리에 앉아 있다가 겨우 내려갔었다.  그 날이 고비였던 것 같고 그 이후로 붓기가 눈에 띄게 많이 빠져서 다행이었다. 대회 후 일주일이 지난 주말부터는 어그와 부츠에 발이 부어서 안 들어가는 불상사는 없었다.


 돌아보니 대회 전 2주, 대회 후 2주 거진 한 달 동안 정말 많이 걷지도 않고 제대로 러닝이나 요가도 안하고 몸을 움직이지 않고 있는게 오랜만이다. 그동안 체력과 체중 관리를 위해 유산소를 짬짬히 했던 것인데, 아예 길게 쉬니까 처음에 움직이지 않아서 느껴지는 몸의 뻐근함과 갑갑함도 익숙해지고 있어서 살짝 걱정스럽긴하다..ㅎㅎ

 

 간간히 회사에서 나에게 '발은 왜 그래요, 어쩌다 다쳤어요?' 라고 하셔서 '마라톤 하고 좀 다쳤어요' 라고 말하면 반응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왜 그렇게 무리해요? 굳이?' 또는 '와 풀 마라톤이요? 대단해요!' 나 또한 두 가지로 대답한다. '그러게 말이에요' 또는 '그냥 했어요. 다 하면 되니까 해보세요!'


 사실 완주하고는 별 다른 느낌이 없었다. '발이 아프다. 와 진짜 뛰었네?' 여기서 그쳤다. 이제 회복하면서 돌아보면, 나는 분명히 사람들에게 말한 것 처럼 풀 마라톤이 굳이 할 필요 없고, 무리인 걸 알았지만 그냥 했다. 하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정말 다행히 그 마음을 포기 하지 않고 스스로 정말 최선을 다하려고 한 내가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의 버킷 리스트를 하나 지우는 후련함과 해방감이 느껴지는 동시에 나에 대한 컨텐츠가 하나 생겨서 즐겁다.


 앞으로 풀 마라톤을 또 뛰고 싶은지는 모르겠다. 그치만 이전 글에서도 말했지만, 나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 러닝은 꾸준히 하고 싶다. (발이 어서 정상적으로 돌아오길 바랄뿐!)  풀 마라톤 완주의 성취감보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는게 기쁘다. 앞으로도 목표와 컨텐츠는 다르더라도, 이런 경험을 해보고 나 스스로를 더 소중하게, 멋지게 가꿀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순간을 더 많이 경험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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